이곳 미국 중서부 곳곳의 울창하고 푸르렀던 나무들이 이제는 수북한 낙옆속에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반도 만한 크기의 거대한 호수들이 몰려있는 중서부에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찬 바람이 거칠게 붑니다.
오늘은 지난 2009년에 탈북해 한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정착한지 6년차 되는 원길씨의 이야기 입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10월말 부터 새해 초까지 한해를 마무리 하며 보통은 휴식을 취하고 연휴기간 물건과 선물들을 사는 분위기이지만 원길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일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원길 : 그냥 추수감사절, 할로윈 데이, 크리스 마스 등 각종 명절이 있지만 저는 크게 관심이 없고 일만 하다보니까 이게 미국 명절이구나 하는 것만 알지 크게 의미가 없어요.
이제 미국 생활도 꽤 됐는데 원길씨는 아직도 미국의 명절 분위기가 조금은 낯섭니다. 그렇지만 일할때는 열심히 일을 하고 쉬고 놀때는 신명나게 노는 사람들을 볼때 이게 자본주의 세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명절이 많은 미국 풍습에 비판적이고 사람들이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때부터인가 미국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명절을 통한 휴식이 좀더 열심히 일을 잘하기 위한 재충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원길씨는 현재 이곳에서 주택수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집 내부와 외부의 페인트칠, 부엌시공, 마루 깔기, 지붕설치, 화장실과 목욕탕 시공 등 집수리에 관련된 것은 다하는 기술자 입니다. 북한에서도 어릴 때부터 건축기술을 배워왔다고 하네요. 원길씨의 모든 집안분들이 북한에서도 손꼽히는 건축 기술자였다고 합니다.
원길씨는 처음에 미국에 와서 최신형 현대식 기계로 나무를 깎고 다듬고 선반과 각종 기계로 집수리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북한에서는 구경도 못했던 초 현대식 기계였다는 것이지요.
원길씨는 열심히 일을 해서 북한에 가족들에게도 돈도 보내주고 나중에 고향을 방문 할때는 밝고 자랑스런 얼굴로 돌아갈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원길 : 미국이나 한국에 올때는 우리는 놀러 온 것이 아니예요. 어떻게든지 적응해서 잘 살자고 오는것이지요. 미국이나 한국에서 여행다니고 놀러다니려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온 것이 아니예요. 열심히 살고 북한에 보란듯이 한번 제대로 살아보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겁니다.
미국에서 일에만 전념하는라 제대로 명절 분위기에 빠져보지 못했던 원길씨도 북한에서 지냈던 연말연시를 기억해봅니다. 북한에서는 12월 24일이 되면 김정숙 생일 기념일로 시작되어 설날 그리고 김정일 국방 위원장, 김일성 주석의 생일 기념일 명절로 이어집니다. 북한에서는 명절 때 하루에서 이틀 정도 밖에 쉬지 않는데 미국에서는 연말연시에는 오랫동안 쉬는 분위기에 처음에는 놀랐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이 쉬고서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열심히 일하다가 긴 휴식을 취하는 미국의 문화에서 창의성과 도전성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미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사는 원길씨는 꿈이 있습니다. 꼭 미국에서 보란듯이 주택 건축업으로 성공하여 자랑스럽게 고향 북한을 방문하여 명절을 가족, 친지 그리고 친구들과 보내는 것입니다. 원길씨의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래봅니다.
진행 김성한,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