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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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바꾸고 이날 대규모의 열병식을 연다고 합니다. 이날은 마침 한국 평창에서 개최되는 겨울철올림픽 개막 하루 전날이라서 평화의 제전에 참여하는 북한이 무력시위로 평화적 행사에 찬물을 끼얹는 계획적인 도발이라는 지탄이 많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을 '동족의 경사'라면서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건 응당한 일'이라고까지 공언했는데, 이런 위압적인 군사행진을 도모하는 배경이 무얼까요?
강. 유엔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이 번 만큼은 자신들이 아쉬운 상태이기 때문에 그 어떤 도발이나 그에 상응하는 일은 벌리지 않고 대규모 응원단과 예술단으로 남한에서 정치선전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북한은 대한민국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평창올림픽 개최에 우호적 입장을 보내면서도 내심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켜 북한의 무력 위상으로 돌리는 한편, 내부에 팽배한 불만과 남한으로 쏠리는 주민들의 민심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 북한은 30년전 남한 민간 항공기 폭파로 한국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형스포츠 행사에 북한은 늘 재를 뿌려왔습니다. 심지어 대형 테러와 군사적 도발까지 했습니다. 88 올림픽 개최국가가 결정됐을 때 북한이 경악했습니다. 선진국들만 개최한다는 하계 올림픽을 대한민국 서울에서 1988년 개최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남한의 눈부신 발전이 북한내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면서 올림픽을 파탄 낼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실행에 옮깁니다. 결국 중동지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1987년 11월 김현희 등 북한 공작조에 의해 미얀마 상공에서 공중 폭파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그것을 자기들이 한 것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그 사건 이후 1989년에는 세계 청년학생축전을 평양에서 개최해 88올림픽 물 타기를 합니다. 하지만 워낙 올림픽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북한의 이런 노력은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행적으로 남게 됩니다.
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도 대회 막바지 기간에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이 남측 고속정을 기습 공격해 교전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연평해전으로 알려졌지요.
강. 맞습니다. 그때에는 남한의 김대중 정부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서로 잘 통하던 시기였습니다. 막대한 식량과 현금이 북한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적어도 축구의 중심으로 자부하던 북한이 한국에게 밀리는 상황이 오고 세계축구대회인 월드컵까지 유치하자 김정일이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정부가 북한에 그렇게 많은 식량과 현금을 주고 잘 지원해주었지만 김정일은 결국 월드컵 기간에 우리 함정과 교전을 감행했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때에도 우리가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막으려는 노력만 하다가 우리 함정이 선제공격을 당하면서 많은 인명피해를 내기도 했습니다.
전. 그러니까 북한 지도자들은 남한의 위상과 영상이 올라가는 세계적인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대조적으로 북한의 초라한 처지가 부각되는걸 피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도발을 한다는 설명으로 들립니다.
강. 사실 북한은 한국이 잘되는 것은 결코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에서의 잔치는 무조건 재를 뿌려서라도 망치게 하려고 시도합니다. 김정일 시대부터는 노동당 안에 작전부, 35호실, 대외연락부 등 막강한 공작부서를 운영하면서 대남혁명을 주도했기 때문에 이런 부서들은 충성경쟁과 실적경쟁을 위해 이러한 대남도발을 멈추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말로는 신년사에서 민족의 경사요. 우리민족의 잔치라고 치켜세웠지만 속으로는 마구 훼방 놓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모두 지켜보는 올림픽대회인데 군사적 도발은 할 수 없고 하니,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서라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평창에서 평양으로 집중시키고 평창올림픽을 어떻게 하나 손상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에서 정한 북한군 창건일 까지 급히 바꿔가며 올림픽 개막 전에 무력시위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대외전략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데요.
강. 사실 저는 이번에 김정은이 인민군 창건일을 바꾸었다고 발표해서 거짓말인줄 알았습니다. 그런 행위는 그 스스로를 부정하는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북한 인민군은 공식적으로 1948년 2월 8일에 창건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습체계와 우상숭배가 본격화되자 인민군 뿌리를 다시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사실 김일성은 중국 홍군의 만주지역 말단 장교를 지낸 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을 창건했다고 거짓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소한 일을 부풀려 엄청난 역사를 조작했고 결국 북한군의 뿌리도 새롭게 만들어낸 것입니다. 체제를 수호하는 전투무력의 뿌리를 김일성 우상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고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전통과 뿌리를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훼방을 위해 인민군 창건 날짜를 다시 되돌리고 열병식을 한다는 것은 전략이라고도 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북한 군 간부층에서는 인민군 창건일을 바꾼 데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강. 사실 내부에서는 이번 인민군 창건일이 바뀐 것에 대해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시대에 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고 그것은 김정은 3대세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김일성의 뿌리를 자르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정서를 북한 정예간부집단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쓸데없는 군사행진, 열병식입니다. 이미 2015년부터 여러 차례 군사퍼레이드를 북한은 해왔습니다. 보통 국가에서는 일 년에 한번 정도 그리고 큰 기념일이 아니면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는 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벌써 몇 번째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자금이며 추운 겨울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야외에서 하루 종일 훈련하는 인민군 병사들도 아주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군사퍼레이드를 해서 남한이 꿈쩍이라도 하면 모를까 그런 효과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인민군 창건일 변경과 그에 따르는 군사퍼레이드는 오히려 북한내부에 불만만 고조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대외적으로도 이런 군사적인 위압감 과시 전략이 북한에 결코 이롭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유엔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남한에 대한 평화공세를 펴는 전략을 택했다면 그 전략에 충실한 게 북한으로서는 더 남는 장사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도발을 획책하는 행동을 하면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을 자초할 수 있고, 북한과의 교류와 대화에 힘쓰고 있는 남한 정부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겁니다. 평창겨울철올림픽 시작 전에 북한이 자체 무력위상을 선전하고 높이려 한다면 결국 남한의 지원도 못 받게 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한층 더 강화시키게 되는 우매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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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