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류제재와 남한예술인 평양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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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4월 초 한국의 유명 가수들이 평양을 방문해 공연했습니다. 두 달 전 평창 겨울철 올림픽 때 북한측 예술단의 남한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였는데요, 특히 이달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라 주목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강. 저는 개인적으로 남북 문화교류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문화의 힘은 아주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잘 아는 북한정권이기 때문에 남측의 문화 즉 한류가 북한 사회에 주입되는 걸 막는 것을 체제수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선친 김정일이 개인적으로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등 남한노래를 좋아하고 많이 불렀지만 인민들에게는 철저하게 남한노래를 금지시켰고 개별적으로는 한국 가수들을 초청했었지만 개인적으로만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김정은 정권은 남측의 환심을 사려고 종전과는 다른 이른바 파격적인 전시성 행사를 잇따라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전시성 행사라고 해도 정성이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김정은은 한국 가수들의 평양 공연을 허락하고 직접 관람까지 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문제는 김정은의 행동이 즉흥적이고 뒷수습 감당 못하는 관행을 감안할 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전. 이른바 그 파격적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인민의 관심과 호감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강. 사실 김정은의 대외적 위상이 너무 떨어져 있다 보니 김정은에 대한 인민들의 관심도 함께 추락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했지만 인민들은 그가 중국에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갔다 오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김정은이 흉내 내고 싶어하는 자신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중국을 방문할 지라면 갈 때부터 요란하게 선전하며 전 과정을 인민들에게 알려주었지만 김정은의 첫 해외 순방은 정말 죄진 사람처럼 숨어서 중국에 다녀온 것입니다. 인민들은 그가 오죽이나 무서우면 그렇게 인민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중국에 다녀올 까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김정은이 남한 가수들을 직접 만나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그의 즉흥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사실을 주민들에게 홍보해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지금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남조선의 모든 노래는 들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최고지도자 본인이 남한가수들을 불러놓고 특권층과 평양 시민들과 함께 남한노래를 들었습니다. 평양시민들이 열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 인민들이 남한 노래들을 듣고 부를 자유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말일까요?

강. 사실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과거에도 소수 특권층 사람들에게 한국, 미국 노래들을 들려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그것을 의도적으로 발설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북한의 가짜 교회처럼 교회를 북한이 공식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전선사업 차원에서 벌어지는 사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사람들이 해외에서 기독교인이 평양에 와서 칠골교회 등을 갈 때 준비된 사람들이 교인으로 위장하고 동참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한국 가수들이 평양에서 공연할 때 관객석을 채운 사람들도 일종의 그런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파격적인 것은 김정은이 직접 참석한 것이고 반응도 뜨겁게 한 것입니다. 북한인들이 남한 사람들 앞에서 행동 함부로 했다가 걸리면 목숨을 내놔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관람한 평양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정권차원에서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1500명가량의 적지 않은 평양 시민들이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지켜봤기 때문에 그들이 공연소감이나 노래에 대해 외부에 알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한국노래가 퍼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평양사람들은 물론, 북한인들 속에서도 남한노래, 즉 한류에 대해서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북한인들은 공안기관들이 남한영화나 노래를 부른다고 단속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도 봤는데 하면 사실 할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전: 앞으로 한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강. 사실 북한당국은 체제유지를 위해 남한에서 오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특히 문화적 콘텐츠들을 가장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반 주민들에게는 그 어떤 외부정보도 특히, 한국 관련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배척하고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양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가수들이 왔고 김정은 위원장이 그들을 만나 기념사진까지 찍었기 때문에 당국이 남한노래를 단속하는 것이 참 모순적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북한당국이 남조선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로부터 남조선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고 주장해도 그런 오래된 상투적 교양 사업은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북한주민들이 이번 한국 가수들의 방북으로 상당한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김정은도 극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으니 그런 한국노래를 부른다고 잡아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상교양이나 남한에 대한 비판적인 통제 사업에는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북한인민들은 지도자의 사고방식과 자신들의 생각 사이에서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고 그런 괴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 최고지도자와 인민들 간에 그런 괴리감이 앞으로 북한체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강. 김정은과 북한인민들은 살아온 과정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김정은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왕조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고 인민들은 그 독재사회에서 벗어나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런 사고의 충돌이 체제 변화에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김정은은 북한에서도 최고의 사치생활을 했고 스위스 유학생활도 초호화 생활이었습니다. 그는 고생을 몰랐고 모든 것이 제 마음대로 이뤄지는 생활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인민들은 엄청난 고난을 경험했고 자유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이 자신이 실수로 어떤 부분에서는 파격적 모습을 보였다가 다시 걷어 들이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외부세계의 압박 위기에 내몰려 어쩔 수없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통제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