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송이버섯과 남한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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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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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국 정계에서는 최근 평양에 보낸 200톤의 제주산 귤로 논란이 큽니다. 김정은의 한국 답방용이다, 오직 핵심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다, 유엔대북제제에 해가 된다 등의 거센 비판이 있는가 하면, 북한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응당한 답례이다, 남북 대화에 도움이 된다 등의 지지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강 대표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 추석을 맞으며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뭔가 선물을 하게 되고 그것이 북한 산 송이버섯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아무런 대가 없이 2톤에 달하는 송이버섯을 한국에 보내면서 여러 논란이 있었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한국에 대한 송이버섯 선물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한국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송이버섯 선물을 소위 민족적 화해 차원의 순수한 선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도 송이버섯 2톤은 김정은의 통 큰 선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재고처리 성격이 짙고 향후 한국 정부로부터 몇 배 더 큰 선물을 받아내기 위한 선심성 선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략적 속셈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전. 재고처리 성격이 짙다고 하셨는데, 그 귀하다는 송이버섯이 북한에서 남아 돌고 있다는 얘긴가요?

강. 북한 인민들이 먹고도 남아 도는 재고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이번에 기후조건 때문에 북한에서는 송이버섯이 대풍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엔제재 때문에 중국에서 수요가 뚝 끊기고 이미 송이버섯의 주요 수입 국가인 일본에서도 거의 북한산 송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송이가 많이 생산은 됐지만 수출이 안돼 북한 내부에서 소비되어야 할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송이버섯을 관장하는 노동당 39호실과 인민군 총정치국에서도 매해 송이를 팔아서 외화를 충당했기 때문에 심각한 외화난에 직면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수출 못한 그 모든 송이버섯을 버릴 수도 없고 또 일반 북한 주민들이
사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저희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송이를 김정은이 마치 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한국으로 보냈다는 것입니다. 결국 특권층들이 모두 나눠 먹든가 아니면 모두 상해서 팔지도 못하고 썩히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거의 처리도 할 수 없었던 송이버섯을 한꺼번에 서울로 보내 생색도 내고 나중에
더 큰 선물을 받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송이버섯 선물카드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전. 귤은 문재인 정부가 송이버섯 선물에 대해 보낸 답례인데 너무 정치적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것 중의 주목할만한 현상은 군용기로 2만박스 이상의 귤을 대규모로 보내면서 아무런 세관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더 보냈는지 알 수 없다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김대중 정부시절 5억달러의 현금을 운반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아서 여러 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230억이라는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 북한에 귤을 보냈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송이버섯은 어차피 재고처리용이었지만 한국에서는 국민세금을 퍼부어 귤을 사서 보냈기 때문에 순수한 선물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며 그럴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봅니다.

전. 귤은 북한에서 매우 귀한 과일로 알려져 있고, 평양 특권층에서도 가장 맛보고 싶은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강. 북한에서 먹어보기 힘든 과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감이고 두 번째는 귤입니다. 감은 함남 고원지역까지 일부 재배되기 때문에 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맛은 볼 수 있는 과일입니다. 하지만 귤은 북한지역에 단 한 그루도 재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100% 수입되어야 먹을 수 있는 과일입니다. 수입산 과일은 너무 비싸서 상류층도 먹기 힘듭니다. 그래서 귤은 모든 북한주민들이 다 먹고 싶어하는 과일 중에 하나입니다.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산 귤들이 수입되기도 하지만 제주도 귤은 제주도에서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평양을 비롯한 북한주민들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쏟을 만한 선물임은 사실입니다.

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에서 온 귤을 ‘청소년 학생들과 평양시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던데요.

강. 한국에서 아무리 귤을 많이 보내도 저장 능력이 부족한 북한에서 단기간 내에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풀 수밖에 없습니다. 평양시 중심구역을 중심으로 한 가정당 5섯알씩 공급한 적도 있습니다. 워낙 비싸서 먹지 않고 시장에 내다팔아 쌀을 대신 구입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중앙기관 간부들은 모두 이래저래 백으로 빼돌려 귤을 가져가기 때문에 충분히 맛볼 만큼 소비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수준 높은 평양시민이라고 해도 귤은 껍질도 버리지 않습니다. 귤 껍질을 말려서 차를 달여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돌아서 한국에서 귤이 평양으로 들어가면 귤 껍데기까지 말려서 차를 달여먹는 평양시민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전. 여하튼 북한 주민들에게는 맛보기 어렵다는 한국 제주산 귤이 많이 전달됐으니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민심 얻는데 보탬이 됐을 것 같네요.

강. 사실 평양시민들은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행사에 끌려 다니느라 장사도 못하고 생계 걱정은 태산인데 당국에서는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아 불만이 폭발직전까지 다다른 상황입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막대한 현금과 식량이 남한으로부터 대거 유입돼 고생한 보람도 있지만 지금은 겉만 화려하고 내용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귤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의 위상과 체면을 그나마 살려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대규모 행사에 동원된 평양시민들에게 귤이 공급됐기 때문에 이런 불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차원에서 보면 일전 한 푼 현금이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림 속의 떡처럼 한국의 귤 선물 자체가 뭔가 개운치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습니다. 속 빈 강정처럼 주민들의 성난 마음을 약간 달래준 정도로 보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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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