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의 김정은이 한달 전 금강산에 건설된 현대그룹의 시설들이 너절하다며 철거하라고 지시한 뒤 남측은 북측에 대화 제의를 했지만 북측은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이른바 '창의적 해법'으로 남측 이산가족들의 금강산 방문과 금강산 지구에 있는 남측이 건설한 이산가족면회소의 전면 개보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산가족면회소의 개보수를 위해선 필요한 장비를 북한으로 반입시켜야 하는데,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걸려 그 면제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미국을 방문해 국무부 고위관계자들에게 한국측 구상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여하튼 비록 유엔제재 면제를 받더라도 문제는 북측이 이를 수용할 것인가 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대표: 사실 대한민국 정부와 많은 우리 국민은 김정은이 설마 금강산 시설을 자의적으로 허물고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한에 대해 호의적으로 대하려는 현재 한국 정부와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은 북한을 무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게 되면 더 북한을 두둔할 수도 없게 됩니다. 물론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해도 그를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상식적 판단을 하는 다수의 국민은 북한을 도와주려고 했던 마음을 바꿀 수 있고 또 북한과 남북협력을 하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는 그 동력을 더 잃을 수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어떤 결정을 했고 그것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 것인지 한국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입니다. 현재로서 북한은 금강산 관광에 대한 현대그룹의 50년 임차권을 부정하고 사실상 한국 기업의 자산을 강탈하려고 하는 속셈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전. 북한이 금강산 시설물 철거를 실시할 경우 한국정부가 그동안 큰 공을 들여 온 남북관계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북측은 시설물 철거 결정을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지난번에도 말씀하셨는데요.
강. 문재인 정부도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지켜보고 있지만, 금강산 구내 한국 측 자산을 자의적으로 훼손해버린다면 아마도 많은 한국 국민은 북한과의 교류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도 있고 한국 정부의 평화경제공동체 구상과 향후 남북관계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한국정부나 국민은 북한에 대해서 잘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잘해주거나 협력하면 그들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함께 할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북한 주민은 협력의 대상이지만 정권은 견제와 협상의 대상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민과 정권을 분리하지 못한다면 오늘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북한 내부는 대남정책의 대 전환 과정에 있습니다. 김정은이 금강산을 방문해 “전임자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말뜻을 잘 이해 못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정은 전임자들의 한 것은 남한의 현금과 자산을 빌려 북한지역에 건축물을 짓고 그것으로 쉽게 돈벌이를 하려고 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왜 자기 북한 땅에 남한의 돈으로 국가 자원을 낭비하려는 것이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자기들 식대로 이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지금 김정은은 민족의 자산이라는 금강산은 북한 소유이고 그것을 자기의 자산으로 만들어 자기들이 장사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남측의 더러운 자본과 자본주의 잇속에 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물론 김정은의 이런 생각은 너무나 단순하고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개발도상 국가는 해외투자를 받아 함께 성장하고 그 이익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빈곤 국가에서는 건물 짓는 것 말고도 투자할 분야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전. 그럼에도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북한은 남측의 투자는 거부하겠다는 것이네요.
강. 북한은 일단 남한과의 모든 관계는 끝났다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남조선 돈은 필요 없다는 인식입니다. 그리고 현대그룹과 이익을 절반씩 나누는 것도 필요 없다는 식입니다. 자기들이 개발해서 자기들 수익으로 돌릴 수 있는 데 왜 남한에 빌붙냐는 식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런 생각은 최소한의 상도덕도 모르는 파렴치한 생각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김정은은 해외 조문객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혈맹이라는 중국의 공산당, 러시아 정부 조문단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조문객을 받은 곳은 한국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금강산 역내 시설을 지었던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입니다. 북한은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산하는 국가입니다. 실제로 김정일 정권이 가장 어려울 때 그에게 구세주가 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대그룹의 정주영, 정몽헌 회장입니다. 5억 달러의 뒷돈까지 만들어서 영업권 형식으로 건네 주었고 막대한 자금을 금강산에 투자해 북한이 가장 어려울 때 큰 지원을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역시 대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남측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현대가 지금 처한 곤란한 지경을 생각할 때 그 자산을 강탈하고 자신들 소유로 만들겠다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 사실 지금까지 북한에 투자하거나 협력을 해서 제대로 성과를 본 외국 기업이나 기관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현대의 실패가 유일한 것은 아니란 얘깁니다. 대북투자에 따르는 위험이 상존한다는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요?
강. 북한을 경험한 탈북자들은 남북경협이나 기타 국가의 대북경제협력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 가깝다고 주장을 해왔고 그것은 북한을 체험한 근본적인 체제 속성과 근거를 통해 사실적인 주장을 한 것이었습니다. 정부주도의 개성공단은 시장경제의 속성이 아닌 계획과 통제, 노예노동의 연장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북한식 체제에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개성공단 외의 모든 합작기업, 투자기업은 100% 망했거나 북한에 뜯겼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통일그룹의 대북투자는 단일기업으로는 현대 다음으로 컸는데 결국 휘파람 자동차도 북한 측에 통째로 내놓고 아무 이익을 보지 못하고 쫓겨났습니다. 이집트의 오라스콤사도 막대한 돈을 북한에 투자해 휴대전화 사업을 했지만, 북한은 갖가지 명목을 내세워 이익금의 해외 반출을 방해하고 있고 그래서 대북투자는 고스란히 손실로 남게 됐습니다. 개인의 자산과 이익을 허용하지 않고 사사건건 규제와 통제가 있는 북한에서 자유세계의 시장경제체제 식의 기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 허상에 불과합니다.
전. 금강산 관광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날 수도 있는 형국인데요, 어떤 교훈을 찾아야 할까요?
강.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민족의 자산입니다. 김정은 개인 일가의 돈벌이 수단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을 금강산으로 보낼 때 북한은 그 지역에 철조망을 치고 군인들을 보초로 세웠습니다. 전 세계 그 어느 곳에도 볼 수 없는 울타리 관광이었습니다. 북한 인민들 역시 자신들은 6.25 전쟁 때 목숨 걸고 금강산을 지켰는데 결국 외부 적들만 보고 인민들은 가볼 수도 없는 곳이라는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여행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금강산은 사실 누구나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남한 사람들도 금강산에 가면 감시하는 군인이나 안내원 외에는 일반 북한인들은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금강산 관광 역시 김씨 통치 정권의 외화벌이용 사업에 불과한 것입니다. 관광객들의 자유로운 여행이 아니라 통제된 여행은 결국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고 거기에 투자한 기업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제 북한이 남측이 세운 시설들을 마음대로 헐고 그 자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세금을 낸 한국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겁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