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고위층 숙청과 처형 (김경희, 오상헌, 리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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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의 김정은이 집권을 전후해 지난 9년간 처형한 고위층 간부와 가족이 42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전략센터가 다른 인권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의 현직 간부 및 고위탈북자, 일반탈북자 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및 서면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명단에는 아버지 김정일의 넷째 부인 김옥, 고모부 장성택, 암살된 이복 형 김정남 등 친인척을 비롯해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 내각부총리 김용진 등 김정은의 최 측근 참모 들과 핵심 세력 간부들 다수가 잔인하게 처형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조사를 이끈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와 숙청 처형당한 주요 인물들과 그 배경을 살펴 봅니다.
강대표님, 처형 및 숙청자 명단을 보면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숙청 처형된 그의 친척이 적지 않게 올라 있습니다. 그가 가장 애지중지하던 여동생 가족이 몰살당한 것으로 돼있고, 특히 장성택의 처인 김경희, 즉 김일성의 딸이자 김정일의 하나밖에 없던 여동생,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의 친 고모가 사실상 숙청돼 사망했다는 주장이 있던데요.

강철환: 그렇습니다. 장성택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들이 바로 장성택의 가족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바로 장성택의 처인 김경희의 운명이 어떻게 됐는지, 면담 조사하는 저희들도 매우 궁금했습니다. 저희가 탈북자들을 상대로 조사하면서 김경희의 생사에 관한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극렬히 반대하다가 결국 김정은에게 미운 털이 박혀 유배 상태나 다름없는 감금 생활을 하던 중 지병으로 사망했다거나 김정은이 고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증언입니다. 조사 대상자 일부는 김경희가 아직 살아 있다고 주장했지만, 또 다른 핵심증언자들은 김경희가 사망한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 증언자들이 김경희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무엇보다도 그가 북한의 공식 직책에서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김일성의 남동생 김영주는 98세라는 나이에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올라있습니다. 비록 실세권력이 없는 명예직이라 해도 그가 아직 최고인민회의에 올라 있는 관례로 봐서 백두혈통의 중심인 김경희가 살아있다면 그가 최고인민회의 명단에 오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김경희가 지도하던 노동당 경공업부가 쑥대밭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김경희의 왼팔과 오른팔 격인 최측근들이 모두 처형됐고 김경희가 운영하던 경공업부 자금 3천만 달러도 모두 회수되어 김정은 개인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로 이전됐다는 것입니다. 김경희의 사망을 확신하는 증언자들은 앞으로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서든 그 어떤 방식으로든 김경희가 드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전. 만일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진짜 숙청되어서 사망했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에는 유교적 가족관을 중시하는 북한사회에서는 김 위원장이 패륜행태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백두혈통의 어른입니다. 김정일의 친 여동생입니다. 조카가 비록 왕의 세력으로 군림을 한다 해도 그렇게 함부로 처리할 대상이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든 김경희가 불명예스럽게 죽어갔다면 이것은 김정은 정권 자체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이 사실이 제대로 알려진다면 체제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건으로 보입니다.

전. 장성택의 친족들도 희생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특히 장성택과 아주 가까웠던 누이가 있었습니다. 그 누이와 그의 자녀들인 조카들은 모두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장성우와 장성길 등 죽은 두 형의 가족들은 충신이라며 그대로 살려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의 형제산 구역 신미동 ‘애국열사릉’에는 장성택의 맏형과 둘째 형의 비석이 지금도 그래도 세워져 있고 그의 가족들은 현재도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성택 형들은 장성택이 권력을 가지고 여자 문제까지 제기되자 동생을 질책하며 제대로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조사되면서 참사를 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한 가족에서도 충신과 역적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을 이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 일가의 가문에서도 김정남을 훗날 암살할 정도였기 때문에 김정은의 이러한 시각은 이때부터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 장성택 사건 여파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이 인민보안성이라고 하죠?

강. 그렇습니다. 노동당 행정부에서 관장했던 핵심부서는 바로 한국의 경찰청 격인 인민보안성과 인민내무군(경비대)이었습니다. 장성택이 살아있을 때 직접적인 인사권자였던 것도 이들의 장성택에 대한 아부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오상헌 인민보안성 8국 국장은 특등 역적으로 몰려 끔찍하게 화염방사기에 태워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상헌 국장은 장성택을 위해 특별 별장까지 만들어 거기서 기쁨조를 만들어 장성택에게 아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민보안성의 7총국, 8총국, 인민보안성 산하 사령관, 정치위원, 참모장 등 최고위 간부들 대부분이 처형되거나 숙청됐습니다. 인민보안성은 그 최고 책임자인 '보안상'의 직책이 '대좌'로 강등돼 조직 전체가 수세에 내몰렸습니다.

전. 노동당 핵심부서에도 장성택 사건으로 숙청된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리우길 노동당 국제부 유럽 담당 과장이었습니다. 김정일의 이탈리아 통역사를 역임한 그는 노동당 국제부 내에서도 아주 유능한 인물로 통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장성택이 그의 능력을 사서 경제전문가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며느리는 한성렬 부상의 딸이었는데 한성렬을 살리기 위해 그의 딸은 강제이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에 따르면 외무성 내에서도 장성택 사건 관련자로 몰려 10명이 숙청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성택 사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유명 인사 중의 한 명이 바로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이끌었던 고 김양건 부장이었습니다. 김양건 부장은 장성택과 함께 최측근으로 나서면서 국가운영 문제에 깊숙하게 관여했습니다. 일본을 오가던 ‘만경봉호’가 너무 낡고 운영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 배를 없애자고 장성택이 제안했을 때 맞장구까지 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은의 처형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룡해 등의 적극적인 구제 노력으로 겨우 날아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김정은 정권은 2013년 12월 장성택을 처형하기 전에 그를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를 일삼은 역도, 국가자원과 토지를 외국에 팔아먹은 매국노로 질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심 간부층 일각에서는 그가 북한을 개방해 경제를 살릴 수 있었던 인물로 평가했었다고 강 대표께서 과거에 여러 차례 언급 하셨잖습니까?

강. 맞습니다. 장성택 사건은 이미 5년이 지났고 장성택은 역적으로 몰려 죽었지만 북한 내에서 학식 있는 사람들과 해외에 망명한 북한 고위층들은 장성택의 능력과 혜안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성택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지금처럼 북한이 완전하게 망가진 경제와 체제로 파탄 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김 씨 일가의 일원이 됐고 어쩔수 없이 독재정권에서 많은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을 구제한 사례들이 있고 김정일 사망 이후에는 자신이 평소 구상했던 북한의 개혁 개방을 시행하려고 했습니다. 그가 하려고 했던 개혁이 현실로 옮겨졌더라면 오늘의 참담한 북한의 경제 상황과 인민생활은 훨씬 나아져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