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고위층 숙청과 처형 (김옥, 최영건, 현영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부인인 김옥이 북한 매체에 등장한 모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부인인 김옥이 북한 매체에 등장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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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의 김정은이 집권을 전후해 지난 9년간 처형한 고위층 간부와 가족이 42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전략센터가 다른 인권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의 현직 간부 및 고위탈북자, 일반탈북자 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및 서면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명단에는 아버지 김정일의 넷째 부인 김옥, 고모부 장성택, 암살된 이복 형 김정남 등 친인척을 비롯해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 내각부총리 김용진 등 김정은의 최 측근 참모 들과 핵심 세력 간부들 다수가 잔인하게 처형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조사를 이끈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와 숙청 처형당한 주요 인물들과 그 배경을 살펴 봅니다.

강 대표님, 조사 결과에서 2014년에 숙청 또는 처형된 것으로 나타난 인물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김옥입니다. 바로 김정일 생전에 그의 서기실 과장이었고 그의 네 번 째 처였던 사람 아닙니까?

강철환: 그렇습니다. 김옥은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가장 총애했던 부인입니다. 사실상 고영희가 사망한 이후 김정일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부인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어머니 고영희가 병에 걸린 것은 김옥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정은에게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고 빨리 죽게 만든 김옥에 대한 증오심이 상당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전. 그러니까 자기 아버지의 후처였던 김옥, 김정은에게는 새엄마일 수도 있는데, 그런 김옥을 숙청 처형했다는 것은 그만큼 김옥에 대한 앙심이 깊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강. 맞습니다. 왕조의 역사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집니다. 과거 조선조 초기에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개국 한 이방원이 결국 후처 강 씨의 아들인 방석과 그 형을 죽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방원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어머니를 병들게 한 것이 바로 후처 강 씨라는 생각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권력을 위해 후처의 자녀들을 잔인하게 처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정은이 김옥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생각을 가졌다면 아마도 그렇게 잔인하게 내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김정은에게 위협이 될 만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더군다나 권력을 잡은 마당에 아버지의 여자를 패륜망덕하게 끝장내지 않아도 됐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김옥은 자신의 아들이나 다름없는 김정은에 의해 가족은 멸문지화 당하고 본인도 숙청되는 비극을 겪게 됩니다.

전. 김옥의 가족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숙청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까?

강. 김옥에 대한 숙청은 그의 오빠로부터 시작됩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제 1부총장이었던 김옥 오빠는 어떤 비리 사건에 연루됐는데 그때 조사 당국에 자기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호통을 칩니다. 그 사건이 김정은에게 보고되자 김정은은 감히 자기 아버지 김정일과 친인척 관계를 들먹거린다고 대노한 이후
그 오빠를 강건군관학교에서 공개처형합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김옥은 공개 처형당하지는 않았지만 비밀처형 당했거나 또는 영원히 강제 격리된 수용소로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김옥의 집안은 모두 수용소에 끌려간 것으로 보입니다.

전. 또 2014년에는 김정은의 친고모 김경희가 사라지면서 김경희 휘하 측근 부하들이 모두 숙청된 것으로 조사결과에 나와 있는데요.

강. 그렇습니다. 김경희의 오랜 측근이자 오른팔인 백계룡 노동당 경공업 부장이 처형됩니다. 경공업부 사하 통일발전은행, 은하지도룩 국장 등 30여명의 경공업 간부들이 무더기로 처형됩니다.
사실상 김경희에 대한 정치적 매장으로 볼 수 있는 사건들입니다. 김경희가 건재했다면 그의 수하들이 이토록 비참한 무리죽음을 당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전. 그 다음해 2015년에 숙청당한 인물들 목록을 보면 인민군 고위간부 변인선이 맨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 사건의 본말이 궁금합니다.

강.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되고 김정은은 눈이 뒤집혀 앞에 보이는 것이 없던 시기였습니다. 친중 성향의 장성택이 처형된 데 대해 심기가 불편해진 중국 지도부는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을 강화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김정은은 더 강경한 태도로 중국과 맞서게 됩니다.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도록 강력한 지시를 하달하게 되는데 여기에 인민군 군부 지도부가 경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 지시를 불복하지 못합니다. 김정은이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는 마당이어서 비록 국가적 손실이 막대한 지시는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것에 대해 토를 달 수 없는 살벌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변인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총대를 메고 김정은에게 건의를 하게 됩니다. 북중 간 관계를 일시 단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중 군사교류까지 완전히 끊는 것은 북한이 유사시 때 매우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북중간 군사교류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제안합니다. 그야말로 신하로서 군주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목숨 걸고 옳은 말을 간언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자기에게 옳은 말을 하는 변인선을 즉시 처형장으로 보냅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많은 인민군 고위 간부들은 김정은의 살인 광기에 경악하게 되고 그 누구도 더 이상 그의 지시에는 토를 달지 않게 됩니다.

전. 2015년 처형당한 고위층 인물로 내각 부총리 최영건이 있습니다. 어떤 연유가 있습니까?

강. 김정은이 북한의 산들이 민둥산이 된 것에 대해 볼 때마다 흉물스럽다고 말을 합니다.

전 인민이 달라붙어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누구도 없습니다. 산에 나무를 안 심어서 나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에게 땔감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배급을 못 주니 산이 민둥산이 되는 것은 상식인 것입니다.
최영건 내각 부총리는 술자리에서 김정은의 이런 지시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해 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산에 나무를 심는 것보다 가스도입이나 석탄 생산을 늘려서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그리고 개인 농만 하면 사람들이 굳이 산에 가서 나무를 베고 뙈기 밭을 일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 말은 국가보위성에 고발돼 김정은의 귀에 들어갑니다.
김정은은 즉각 지시를 내려 최영건을 강건 군관학교에서 고사기관총으로 처형하게 만듭니다.

전. 또 같은 해에 처형된 고위층 인물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꼽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졸았다는 이유로 국방 총책임자를 단숨에 죽였다는 것이 서방세계 언론에서도 큰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한국의 직책으로는 국방장관에 해당되는 최고위 지도층 간부인데 졸아서 사형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저희 조사에서 알려진 사건 전모는 이렇습니다. 2015년에 김정은이 주도하는 인민군 군관대회가 열립니다. 당시 나이 지긋한 간부들은 김정은과 동행하는 행사가 있을 때에는 팔팔하게 보이기 위해 잘 정제된 마약을 소량씩 투입하고 나갔다고 합니다. 마약의 각성으로 몇 시간은 지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회의에서 앉아 체력을 소모해야 하는 나이 70대의 현영철에게는 소량의 마약 흡입이 대안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약 량이 정량을 좀 넘었던 것 같습니다. 근엄한 회의 장소에서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김정은이 2시간동안 회의를 주도하면서 옆에서 자고 있는 현영철을 목도하고 그를 그냥 둘리는 없었던 것입니다. 회의가 끝나는 순간 김정은은 지도자에 대한 불충이라며 졸고 있는 그를 끌어다가 즉각 고사총 처형을 단행했다는 것입니다. 수령에 대한 무엄 죄로 즉결 처형당한 사례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