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북한 생존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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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 지도부가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데 대해 엄청 실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미 협상을 주도한 일부 핵심 간부들이 숙청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우선 이번 2차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강 대표님 개인적 생각은 어떠십니까?

강철환: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사실 우려 반 기대 반 섞인 회담이었습니다. 그것은 2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상당부분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전문가들이 많은 우려를 해왔습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행동에 대한 보상문제는 북한의 치밀한 계산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비핵화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천을 밀어 부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을 택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고 잘 된 일이라고 봅니다.

전: 김정은 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60시간이나 걸려 중국을 종단하며 하노이까지 달려갔다는 것은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될 거라는 자신감이 팽배했던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그만큼 허탈감도 크겠지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매체는 물론이고 김정은 자신도 그 같은 기대감을 곳곳에서 표명했었습니다. 로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출발 보도에서 모든 간부들이 '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안녕히 돌아오시기를 충심으로 축원하였다'고 하였고 김정은이 윁남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과 첫 회담 한데 대해서는 '하노이 수뇌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전세계의 관심과 기대에 맞게 이번 회담에서 포괄적이며 획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의견들을 나누었다'며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김정은 자신도 정상회담 둘째 날인 28일 확대 회담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고 말하고 비핵화 준비가 됐냐는 기자 질문에는 '그런 의지 없이 여기 왔겠냐'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알고 있듯이 이날 확대 회담은 마무리도 못하고 중간에 결렬돼 합의가 무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 시설 이외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미국의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계속해봤자 의미가 없다면서 회담 중간에 나가버렸던 것이지요. 회담 후에 예정됐던 북측과의 오찬도 하지 않고 그냥 미국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런데 북한 매체는 회담이 깨진 사실을 일주일 넘게 한 자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괄목할 만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댔습니다. 회담 결렬 일주일이 넘어서야 로동신문은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사실을 보도했는데요, 그만큼 김정은으로서는 2차 회담이 깨진 데 대해 엄청 황당해 하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 사실 이번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어 준다는 이른바 빅딜 즉 '통 큰 거래'보다는 영변 핵시설 폐쇄와 미국의 대북제재 부분적 해제와 같은 스몰딜, 즉 '작은 거래' 가 북한이 기대하는 대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스캔들, 그러니까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러시아측과 공모했는지 여부가 조사되고 있는데다 멕시코 접경지역에 장벽 세우려는 정책이 큰 반대에 부딪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적인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2차 정상회담에서 무엇인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2차 정상회담 합의 가능성을 높게 한다는 쪽으로 전망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한 핵을 푸는 것은 지난 25년간 전임 대통령들이 하지 못했던 아주 큰 골치덩어리를 푸는 것이기 때문에 큰 업적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일정부분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면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법으로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됐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은 노벨평화상 수상이나 앞으로 2년 뒤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가 기대하는 좋은 결과는 이뤄지기 힘든 협상이었기 때문에 거꾸로 전략을 완전하게 바꾸고 그 사실을 김정은과 공유하지 않은 채 그를 회담장에 불러내 한판 승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칙에 충실한 회담, 그러니까 북한의 완전하고 뒤 돌릴 수 없는 비핵화란 원칙에 기반한 회담이 될 수 있었고 실제적 핵문제 해결에 다가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단계적 행동에 대한 미국의 보상이라는 것은 북한의 속임수에 말려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은 매우 현명했다고 봅니다.

전.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이번 2차회담 결렬을 어떻게 수습할 지가 또 하나의 관심사입니다. 앞서 잠깐 언급됐지만 일부 관련 간부들이 숙청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던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강.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을 주도한 대미 담당 간부들이 숙청당할 수도 있다는 예상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김정은 통치 방식을 보면 당연히 엄청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대미 협상은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주도하고 실무협상은 외무성 라인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김영철 통전부장이 가서 큰 틀에서의 협상을 주도하고 실무회담은 외무성에서 움직입니다.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김정은과 실무회담을 진행한 사람들은 결국 외무성 대미 라인들이었습니다. 영어가 가능하고 미국에 정통한 외교관들이 실제로 협상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전부가 과거처럼 뒤에서 무엇인가 주도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전. 김정은과 김여정이 외무상과 부상 등을 수시로 불러 직접 진두 지휘했다던데 이번 협상 결렬의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지우는 것은 자가당착 아닐까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대미협상을 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소한 것도 김정은과 김여정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논의되는 모든 문제는 김정은 형제에게 보고되고 수시로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외무성 간부들이 책임을 지기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김정은이 대외관계는 스스로가 전문가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자신이 판단하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와의 실무회담에서도 북한이 내놓은 단계적 합의에 대한 단계적 보상문제도 미국과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김정은이 정상회담 결정을 했던 것이고 북한내부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반드시 수용할 것으로 확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결렬시킨 뒤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한 마디로 북한은 대북제재를 전면 철회하기를 바라면서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영변 핵 관련시설 폐쇄만 제시했다는 것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북한이 처음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은 이미 숱한 핵실험으로 더 이상 핵실험을 할 수 없는 곳이 된 곳입니다. 북한이 내놓으려고 하는 영변 핵기지도 40년간 운영하면서 노후화되어 방사능 누출이 심각한 곳입니다. 이제 돈 주고 폐기해야 하는 애물단지 인 것입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폐차를 돈 주고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듯이 폐기해야 할 쓰레기들을 대가를 주고 산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하고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게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북한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협상을 파국으로 모는 언행은 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 예전 같으면 북한은 공식 매체나 간부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김정은이 엄청난 굴욕을 당했음에도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높이 치켜세웠기 때문에 대놓고 막말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북한이 처한 급한 상황입니다. 유엔제재를 풀지 못하면 엄청난 난관에 봉착한 북한경제를 살릴 수 없습니다. 김정은 자신도 북한의 경제 살리기가 가장 급선무라고 공언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경제사정이 조금만이라도 여유가 있었더라면 김정은 쪽이 회담장을 박차고 대미 결전을 하겠다고 큰 소리 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북한 살림살이가 워낙 참담하기 때문에 함부로 배짱을 부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자력갱생을 강조하지만 실현될 수 없는 구호에 불과한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래도 북한 지도자가 통 크게 비핵화 실천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푸는 것 만이 북한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또 자신의 체제 안정에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