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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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방문은 진짜 관련국들은 물론 북한 전문가들에게도 뜻밖이고 전격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강 대표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철환: 정말 뜻밖의 방중 사건이었습니다. 북한 내에서도 웬만한 고위직도 알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기차로 북한 내부를 통과해서 국경을 넘을 때 중국 측에서 첫 정보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호나 기차의 형태로 봐서 최소 김여정 정도의 고위급이 탔을 것으로 추정을 했지만 곧바로 김정은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이 시점에서 김정은이 중국에 갈 일이 있을까 매우 의아해 했습니다.

전, 김정은이 머지않아 열릴 남북 정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번 시간에 언급하기도 했습니다만, 중국의 지도자를 만나기로 작정을 했다면 그건 자발적인 전략에 따른 것일까요 아니면 시진핑 주석에게 불려 간 걸까요?

강. 저는 후자 쪽이라고 판단합니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지금까지 정말 오랜 기간 중국에 맞서왔습니다. 그 결과 북한 경제는 초토화됐고 김정은의 중국에 대한 감정도 최악이었습니다. 완전한 적대국 이상이었습니다. 그런 김정은이 갑자기 마음을 바꿀 리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중국 배이징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뭔가 중국으로부터 획기적인 제안이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중국이 강력한 압박 카드를 들어서 김정은이 먼저 중국에 오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압력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자신들을 무시하고 자기 세력권 안방에서 남북, 북미가 만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전. 북한 김정은과 중국 시진핑의 집권은 시차는 있지만 2012 년 같은 해였잖습니까?
맹방 관계의 집권자들로서 우의가 돈독 했어야 하는데 그와는 반대로 무척 냉랭했었죠?

강. 그렇습니다. 사실 시주석과 김정은의 악연은 김정은 집권 일 년 차인 2013년 초, 시 주석이 갓 집권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김정은이 중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에 제동을 건 사람이 바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입니다. 장성택 행정부장은 중국의 새 지도자가 되는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봐서 그가 집권하는 해에는 핵 실험을 하지 말자고 건의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것을 완전 무시하고 전격적 핵실험을 강행합니다. 그 결과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는 너무 멀어지게 됐고 둘은 완전 적대적으로 변합니다.

전. 그래도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살아있을 때는 북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강. 맞습니다. 만약 김양건이 죽지 않고 지금껏 살아있었다면 북중 정상회담은 진작에 이뤄졌을 겁니다. 김양건은 2015년 노동당 당 대회에 중국의 류원산 상무위원을 평양으로 불러 환대했고 그 다음해 1월 모란봉 악단을 베이징에 보내 중국과 관계개선을 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김양건이 교통사고라는 변을 당해 갑자기 죽습니다. 김양건이 죽은 이후 김정은에게 북중관계 복원을 위해 나서주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김정은의 독단적 결단에 의해 북중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전. 사실 중국 지도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김정은을 초청한 배경이 무얼까요?

강. 중국 지도부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만큼 북한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들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끌어들인 것은 한국과 미국이 판을 깔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7년간 고립되어 거의 죽게 됐는데 이제 한국 정부가 나서서 판을 깔아주고 중국이 그 공을 제일 먼저 먹은 것입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지도자보다 김정은을 먼저 만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천만 다행으로 보입니다. 중국도 7년째 김정은을 만나지 않으려고 피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적대국인 주변국 지도자들과 먼저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하자, 중국은 김정은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중국 시진핑의 격에 김정은이 맞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이 자국의 자존심과 이익에 따라 김정은과 먼저 만났지만 한국은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김정은이 중국 시진핑에게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하는데 사실 비핵화 언급보다는 만남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전. 조.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앞으로 북한에 대해 제재를 풀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 한국 일본 등 북핵 문제 핵심 관련국들의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강. 지금 북한은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서로 경제패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어부지리를 얻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풀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지금까지 극단적으로 대립해왔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대해 기대보다 더 강력한 통제와 압박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북중간 합작기업을 모두 해체시키고 북한 측의 투자비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북한정권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완화시켜 당장 북한이 중국을 통한 외화벌이만 가능하게 해주어도 북한은 당장 숨통이 열릴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 김정은이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에 나서는 입지가 호전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강.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환대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나설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현재 상황은 단기적 호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험난한 길이 놓여있습니다. 단기적 호재라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지도자의 상징성과 위상을 확보한 것입니다. 집권이래 지금까지 정상회담을 한 번도 못한 김정은이 세계 최강대국 두 나라 중 중국 정상과 만났고 이제 곧 다른 강대국 미국의 정상을 대면할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정상회담을 통한 김정은의 위상이 달라진 이후에도 북한내부가 달라진 것이 없다면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우선 미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믿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북제재를 해제할 의사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더 강력한 압박이 예상됩니다. 중국이나 한국도 미국을 거스르면서 북한을 도와주지는 못할 겁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다짐이 김정은의 거짓말로 끝날 때 진짜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 북한 내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강. 일단 다수의 일반 주민들은 김정은의 대외적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북한 내 분위기는 김정은의 외치에 호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