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2월 22일 에스빠냐, 즉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조선대사관에 침입해 여러 정보를 탈취한 사건의 주동자와 소속단체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인데요, 최근 자유조선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침입자 열명 중에 세 명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에이드리언 홍창' 이라는 인물인데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 News와 한국의 채널 에이 방송은 취재원들과 탈북자를 인용해 그가 마드리드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의 주도자이며 미국 내 북한인권운동가인 '에이드리언 홍'과 같은 사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에이드리언 홍은 저희도 잘 알고 있지만 멕시코 국적자로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2004년 탈북자 구출과 정착지원을 위한 비정부 단체 링크 (Link)를 공동 창립한 인물입니다. 저희 방송에서는 아직 두 인물이 동일인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링크 단체를 이끌었던 에이드리언 홍과는 강철환 대표님이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하셨는데, 소개해 주시지요.
강철환: 그렇습니다. 에이드리안 홍과는 그가 예일 대학 시절 미국 젊은이들이 힘을 모아 링크를 창립할 때 함께 활동했던 사이입니다. 2005년도 6월 제가 쓴 요덕수용소 자서전인 '평양의 어항'을 당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읽은 이후 북한 인권문제가 세계적인 현안으로 확대되던 시기에 에이드리언 홍을 처음 만났습니다. 예일대 법대 4년 학생이었던 에드리안 홍은 당시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해 11개 이상의 대학에 링크 지부를 만들려고 했고 저는 당시 에드리안과 미국 전역의 대학을 함께 순회 방문하면서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때 에이드리안과 함께 활동했던 미국의 주요 대학 학생 회원들은 북한 인권을 위해 무엇인가 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서울을 방문해서 한국의 청년들에게 북한 인권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사회인이 됐지만, 당시의 대학 청년 에이드리언 홍은 아주 열정적이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려고 했던 청년이기도 했습니다.
전. 저 역시 링크가 초기 활동을 펼 때에 미국내 그룹 행사를 취재하고 회견한 적이 있습니다. 에이드리언 홍은 토론회나 모금회에 참가하는 차분한 인권운동 대학생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만일 에스빠냐 주재 북조선 대사관을 침입했다고 주장한 자유조선 단체에 소속된 홍창이 같은 인물이라면 정말 놀랄만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강. 그렇게 생각하실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에이드리언 홍이 북한인권운동을 해온 걸 보면 교내에서 모금이나 토론 행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험을 무릅쓴 활동도 인권운동 체험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 한 예로 그는 링크 활동을 하면서 탈북자 구출을 위해 중국을 다니다가 공안에 체포돼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때 그는 북한민주화운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힘없는 북한 동포들이 북한 정권의 폭정으로 굶어 죽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탈출한 것인데 거기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또 다시 북한에 끌려가서 온갖 성고문과 죽음에 이르는 처지를 보면서 거대한 권력에 힘없이 당하는 북한 동포들의 고난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에 절망했던 것 같습니다. 중국과 북한이라는 공권력 앞에서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은 무참하게 짓밟혔고 그래서 북한 주민 한두 명을 구출하는 방식으로는 이 엄청난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만이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끝내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는 사람들은 북한인권 문제 대처방안에 급진적이고 담대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전. 천리마민방위는 2년전 김정은국무위원장의 형 김정남이 인도네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당했을 때 김정남의 처와 아들 딸을 안전한 곳으로 도피시키면서 세계에 주목을 끄는 단체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것을 북한 국가권력에 도전하기 위한 이 조직의 전략적 행동으로 봐야 할까요?
강. 북한은 극단적으로 수령이 우상숭배 되는 체제입니다. 수령의 권위와 위신은 절대적이며 그것이 무너지면 북한체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물려 받을 때 김일성이 마음에 두고 있었던 배다른 동생 김평일을 제치고 자신이 지도자가 된 것은 바로 장자 승계원칙을 내세워 아버지 김일성의 측근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김정일의 후계자는 큰 하자가 없는 한 김정남이 되어야 하고 김한솔은 바로 적통 후계자의 자손인 셈입니다. 하지만 김정남은 이미 김정은에 의해 잔인하게 피살됐고 그의 아들 김한솔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천리마 만방위가 이런 어렵고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김한솔과 그 가족을 구출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김한솔을 피신시키고 보호하고 있다는 것은 김씨 왕조체제에는 가장 효과적인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체제 도전과 붕괴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도 김씨 권력 후계자로서의 적통 문제가 손엣 가시 같을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강. 그렇습니다. 과거 사례들을 한 번 살펴 보죠. 김정일의 전 처 성혜림의 조카로서 한국에 망명했던 이한영 씨가 서울 근처 분당의 자택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에 맞아 김씨 가족으로서는 처음으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고모 김경희도 자칫하면 김정은 본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으므로 그들 역시 제거를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복형인 김정남도 그가 해외 망명살이에서 어떻게 행동했든, 결과적으로 김정은의 암살위협에 시달리다가 결국 외국여성들을 고용한 독극물 테러를 당해 죽었습니다. 이런 상황들로 보면 김씨 왕조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신의 가족 내부에 있고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돌변 하면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한솔과 그의 가족은 김정은 정권의 가장 제거하고 싶은 공적 1호가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들의 행동, 말 한마디는 북한체제 위협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전. 북한 지도부에서는 스페인 주재 대사관 침입사건을 탈북자와 북한인권운동가들의 북한체제 도전이라는 충격적인 사변으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강. 그렇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공권력에 대해 북한 동포들은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해왔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독재 권력이기 때문에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유럽을 총괄하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완전하게 제압하고 직원들의 탈북까지 권유한 사건으로 북한 내부에도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격적인 북한 공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운동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있게 된 것입니다. 예전부터 일부 탈북자들 중에서도 국경 지역의 김 부자 동상들을 타격해 제거하는 방법부터 수령 절대주의에 저항하는 다양한 운동들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북한의 인권유린 참상을 알리고 탈북자를 구출하는 기존의 북한 민주화운동이 좀 더 과격한 양상을 띠면서 김씨 체제에 도전하는 활동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지도부로서는 세계 곳곳의 대사관을 정비하고 경계를 강화할 것이고 해외 주재 외교관과 관료들 가운데 김한솔과 같은 망명 인사들과 연계된 자들을 색출하는데 혈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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