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2012년 말 중국의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냉랭하고 소원하던 북중관계가 올 3월 초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합의된 이후 전통적 우방관계로 회귀하는 모양새입니다. 3월 하순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베이징을 먼저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고, 시 주석도 답방 형식으로 6월께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선 전통적 우방이라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왜 5년 넘도록 냉랭했었는지 그 배경에 궁금해 하는 청취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강철환: 사실 북중 관계는 2013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생존해 있을 때 3차 핵실험을 놓고 김정은과 설전을 벌일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사실 김정은은 당시 경험이 부족하고 후견인인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 그늘 아래서 자신의 권력을 되찾는 데만 몰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장성택은 시진핑 주석을 자극하지 말고 핵실험을 해도 중국과 논의해서 순리대로 풀자고 권고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그 말을 듣지 않고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그 결과 북중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됐고 북한은 유엔제재에 동참한 중국의 압박으로 경제가 더욱 어렵게 된 것입니다.
전. 그래도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생존해 있을 때는 김정은도 어느 정도 북중관계를 풀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김정은의 개인적인 반중 감정과 시 주석에 대한 분노감이 커서 측근들 가운데 그 누구도 김정은에게 북중 관계를 회복하자고 주장하는 참모가 없었습니다. 김정일 때부터 지도자의 신뢰를 받았던 김양건 통전부장만은 김정은에게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김양건은 장성택이 숙청당할 때 그의 측근으로 분류돼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김정은은 그가 아버지 김정일과의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이 고려돼 숙청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김양건은 특유의 언변과 전략으로 김정은의 마음을 얻었고 김양건을 믿었던 김정은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북중관계 회복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북한의 당창건 기념일에 중국 공산당의 류원산 상무위원을 불러 환대하고 2016년 1월에는 북한 지도자가 아끼는 모란봉 악단을 베이징에도 파견합니다. 하지만 김양건 통전부장이 이른바 '교통사고'로 급사하면서 다시 북중관계는 그 이전 상태로 급랭하고 김정은의 반중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집니다. 김정은은 일본은 400년, 미국은 100년 중국은 1000년의 숙적이란 말까지 하면서 중국을 압박합니다.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 간의 감정싸움은 결국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해 그 압박의 무게를 더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오늘 북한이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백기를 든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3월 하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북중 관계 해빙의 단초가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강.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이미 중국과 북한 두 나라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됐고, 그것이 결국 양국간의 관계회복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김정의 방중은 아주 극비리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중국의 강력한 요구가 작용했고 북한도 이해관계가 맞자 즉시 행동으로 들어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에 앞선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때와 비교해도 김정은을 우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6년이상 김정은을 홀대하며 무시하던 중국이 김정은을 환대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이제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냉엄한 국제정세와 외교적 타산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북중 관계의 훈풍이 외부용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하튼 이번 김일성 생일에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쑹타오에 보여준 김정은의 각별한 관심과 후대는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은이 보인 중국에 대한 태도가 이번에 보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을까 알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직책도 높지 않은 대외연락부장이지만 그와 여러 차례 만남을 이어갔고 극진한 대우를 한 것입니다. 아마 이번 만남은 시진핑 주석의 평양 답방을 염두에 두고 과시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동참하고 있는 유엔제재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측면입니다. 지금 북한은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것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고 지금 경제관련 부서들은 아우성 그 자체입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제때에 풀리지 않으면 많은 공장들이 고사하고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당장 유엔제재를 완화하고 주민들에게 자신의 핵정책으로 기인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고 있다는 확실한 변화를 주지 못하면 체제위기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중국과의 관계는 무조건 풀어야 할 숙제가 된 것입니다.
전. 지금 중국과 걸린 경제제재 가운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어떤 것들입니까?
강. 무엇보다도 중국이 아주 핵심적인 북한의 자금줄을 끊어놓은 상황입니다. 김정일 정권 들어서 비대해진 39호실과 군수공업은 사실상 북한의 모든 노른자위 수출품목을 다 차지하고 대외무역을 독점해왔습니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원천인 금괴 수출이 그 첫 번째입니다. 금괴는 막대한 외화원천이고 39호실의 핵심 자금줄입니다. 두 번째는 연, 아연 제품입니다. 연간 10~20억달러의 현금수입을 전량 중국에 수출해 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연, 아연에 대한 중국 수입이 전격 중단되면서 북한의 검덕, 대흥 지구 경제는 거의 초토화됐습니다.
세 번째는 비단 사업입니다. 사실 비단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천이기도 합니다. 누에고치를 키워서 실을 뽑아야 하는 대표적 손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북한은 중국에 비단사업을 하기 위해 전국에 뽕나무를 심고 농민들을 총동원해 누에고치를 키우고 비단천을 수출해왔습니다. 이 자금도 연간 10억달러에 이릅니다. 그리고 석탄 수출입니다. 약 14억달러에 달하는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서 평양남북도 석탄 채굴지역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여기에 북중 합작회사에 대한 영업허가권이 취소되면서 북한기업들과 기관들의 피해가 막대합니다. 사실상 북한의 주요 돈줄이 차단되고 중국 내 영업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의 주요 기관들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직면한 것입니다.
전: 북중관계가 좋아진다고 해도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이 무작정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강: 물론입니다. 북한의 요구대로 유엔제재를 완화하고 싶어도 중국이 유엔과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 마음대로 유엔제재를 일부 풀어주거나 해제할 경우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북핵문제 해결을 방해했다는 미국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진정한 북중관계의 복원은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 개방으로 나올 때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