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 김씨 통치 역사 이래 전례 없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 회담을 자신의 커다란 업적으로 선전하고 자신의 체제 유지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외부의 제재를 차단한다는 목적뿐 아니라 내부 결속과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는 것인데요, 강 대표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김정은의 가장 큰 열등감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업적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은 항일이나 6.25 전쟁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김정일은 김일성에게서 권력을 이어받아 오늘의 체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든 권력을 그냥 받아 운영한 것 외에는 사실 업적이 없습니다. 핵포기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겉으로는 거짓말 하지만 사실 선대의 목표를 자기 대에 이루었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도 없는 업적이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절박함이 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년간 세계적 지도자들이 모두 외면하는 속에서 국제적 고아처럼 지내온 김정은이 이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너도나도 만나자고 하고 심지어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하지 못한 미국 현직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자신의 업적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전. 그러니까 북한 통치자들은 미국을 철천지 원쑤의 나라라고 자기 백성들에게는 사상교육을 시키면서도 역설적이게도 그 주적의 지도자를 만나는 것을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최고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얘기군요.
강. 그렇습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노동당 총비서장을 역임했던 고 황장엽 선생님이 한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한 말이 있습니다.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절대로 미국과는 싸우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6.25 전쟁 때 중국까지 쫓겨 갔던 급박했던 추억이 있고 미국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을 뻔 한 기억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에게 미국은 넘볼 수 없는 초강대국이고 최고지도자는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 역시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일성도 생전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친분을 가지고 그를 평양에 초청해 많은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오히려 김일성 우상화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은 북중 국경을 취재하던 미국인 로라 링, 유나 리 기자를 북한으로 유인 납치해 그것을 빌미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부르는데 성공합니다. 당시 이 모든 것을 기획했던 류경 국강보위성 반탐 부부장은 김정일의 높은 만족 덕분에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게 됩니다. 김정일 역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전 국민에게 요란하게 선전했고 자신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미국은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언제인가는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가져야 자신들도 장기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전. 혈맹이라는 대국 중국이 바로 옆에 있는데 왜 중국과는 돈독한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걸 까요?
강. 사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도 중국과의 관계만 좋으면 체제 생존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멀리 있는 적이라면 중국은 바로 앞의 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사건이나 판문점에서 미군을 도끼로 만행한 사건 때, 그리고 1994년 북한의 핵개발 위기 때 미국이 북한을 폭격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할 의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협박용이지 자기들에게 대한 공격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진짜처럼 보여 김정은이 잔뜩 긴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더 무서운 적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덩샤오핑 주석이 개혁개방으로 체제를 개혁 한 이후 그 경험을 북한과 나누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수령 우상체제는 중국식 개혁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중국의 군사적 협력과 우산만 받으면 [핵우산 보호???] 북한은 한국처럼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들을 잘 살게 할 수 있겠지만 수령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식 개혁을 거부하고 중국과 지금까지 마찰을 빚어온 것입니다. 중국식 개혁은 일인체제를 타파하고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은 김씨 정권이 자리를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보다 더 중국과 적대적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전.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속셈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이 중국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공유하려면 더 위험합니다. 사회주의 이념에 세습독재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사회주의는 개인이 권력을 독점하거나 사유화하는 것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봉건주의적인 종교국가처럼 변질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과도 이념을 공유할 수 없습니다. 지금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만나준 것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북한을 압박해서 이뤄진 만남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과 북한간의 본질적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중국에 기대해서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다가서는 것은 모험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김정은으로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 그럼에도, 김정은이 미국에 정상회담을 제의했던 것은 아무래도 할아버지 아버지보다는 미국에 대한 적개심의 농도가 옅어진 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강. 저 자신도 그런 개인적인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은이 미국에 대한 감정은 사실 과거 수령들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미 미국의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여러차례 평양을 다녀갔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좋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 서구 유럽에서 교육을 받은 측면이 있어 자기의 부모세대보다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이 많이 바뀌어 미국과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힘든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잘 맺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체제 생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