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태영호와 북한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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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이 지난 주 16일 남북고위급 회담을 불과 열 시간 앞두고 남측에 취소 통보했습니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돌출적인 취소 통보의 이유로 보이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통신에서는 이른바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련합공중훈련을 벌려놓은 미국과 남조선당국'을 규탄하는 한편,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여기서 인간쓰레기는 재작년 여름 한국에 망명한 주영 조선대사관의 태영호 전 공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한국 언론은 풀이하고 있는데요,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격인 한국의 국회 회관에서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은 결국 김일성 가문의 세습통치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핵 폐기 과정이 북한의 절대권력 구조를 허무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태영호 전 공사에 대한 북한의 원색적인 비난을 들으니 1997년 한국에 앞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계속적으로 극단적으로 비난하면서 암살 기도까지 했던 북한의 고위층 탈북자에 대한 적대감이 상기됩니다.

강. 태영호 전 공사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얼마나 북한 지도부가 체제의 진실이 드러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는 지 알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 같은 거짓국가는 진실 앞에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김씨 지도자의 개인 사생활이 극도로 베일에 싸여있고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자들은 그런 것들이 드러나는 것에 극단적으로 반발을 하게 됩니다. 북한 대외연락부 공작원인 암살자에 의해 희생된 이한영씨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성혜랑씨로 김정일의 전 부인이며 김정남의 생모인 성혜림과 자매 사이입니다. 그런 인연으로 이한영은 로열패밀리, 그러니까 집권층 가문에 속하게 됐고 김정일 일가의 은밀한 사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가 이런 내용을 세상에 알리는 자서전인 "김정일의 로열패밀리"를 세상에 알리자 김정일은 그를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깁니다. 결국 이한영씨는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북한 첩자들에 의해 비참하게 암살당했습니다.

전. 황장엽 전 비서도 2010년 노환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책과 연구자료 강연자료들을 적지 않게 남겼습니다. 특히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란 책을 펴내자 김정일의 북한은 물론 남한의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에 있을 때 '주체철학'을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김일성의 이론서기, 김정일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황씨의 부인은 김씨 지도자의 개인교사이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김씨 폭압체제를 잘 아는 사람이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전략을 세우는지 선견지명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망명을 결정했을 때 북한은 납치극이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황씨의 육성으로 자신 망명임을 밝히자 변절자로 매도하며 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햇볕정책을 시행하자 황장엽 비서는 북한의 인권과 제도개선을 요구하지 않는 일방적 지원은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고 체제의 회생을 도모해 주는 민족 반역행위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김대중 정부시절 심각한 압박을 받았고 한때 모든 강연활동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가냘픈 학자 황장엽 에게 가해지는 권력의 압박은 너무나 두려운 것이었지만 그는 학자의 신념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남북한 거짓 세력이 가짜 햇볕으로 기만하고 있을 때 목숨 걸고 북한정권과 싸우려 했다는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그는 자기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전. 지금 김정은 체제에서 핵이 완성됐다며 미국과 마주앉아 정상회담까지 하게 된 걸 보면 황장엽 전 비서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 사실 황장엽 비서의 주장대로 북한은 햇볕정책을 역이용해 체제를 보강했고 핵무기를 줄기차게 개발했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사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고 북한을 두둔하기도 했지만 현실은 북핵의 완성으로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당시 황장엽 비서가 내놓은 대북정책을 그대로 시행했다면 북한은 핵은 고사하고 중국식 개혁으로 체제를 변화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당시 김정일은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장성택과 측근들을 내세워 일부 중국식 개혁을 단행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한의 눈먼 돈이 밀려들자 변화를 거부하고 체제 수호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당시 황장엽 비서는 북한이 경제난으로 돈과 식량을 요구하면 그것을 무기로 체제를 변화시키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하며 그런 과정을 거쳐 대북지원이 실제로 인민에게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황장엽 비서는 대북지원의 조건으로 첫째, 북한의 강제수용소를 없애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이고, 세 번째는 정경 분리를 확실하게 하는 경제체제를 인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가운에서 농업을 중국식으로 확실하게 개인농으로 전환시키면 북한의 변화는 시작된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선행되면 북한은 정상국가로 전환되는 계기를 맞게 되고 그래야만 외부지원이 인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전. 실제 한국의 대북 지원이 진짜 수혜자인 취약 주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군으로전용되거나 간부층의 전유물이 됐다는 증언이 탈북자 사회에서 수없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강. 맞습니다. 저의 단체가 과거 탈북자 3백 명을 대상으로 대북지원이 진행됐던 기간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위간부들부터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단 한 명도 대북지원을 공짜로 받은 적이 없으며 대부분 군대나 권력기관에서 활용됐다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전. 태영호 전 공사가 최근 주장한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전략은 어떤 것입니까?

강.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핵 감축 전략으로 전환시켜 물 타기를 하려는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라늄으로 만들어진 핵무기는 소형화되어 숨기면 누구도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그들이 작정하고 핵과 미사일들을 감추고 아무리 핵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와 뒤져도 그것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태 전 공사는 한국 국민들과 미국이 김정은에게 속지 말고 냉정한 판단을 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김정은에 대한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사실 지금은 과거 김대중, 김정일 시대와 유사합니다. 가짜 햇볕으로 한국 모든 사람이 속고 있을 때 황장엽 전 비서 한 사람만이 외로운 싸움을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위 탈북자나 일반 탈북자를 불문하고 북한 체제의 실상에 대해서는 태 전 공사와 같은 시각과 심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사람은 쉽지 않습니다. 바로 태 전 공사가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앞으로 역사가 그의 진실을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