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5월 9일 미국이 압류했다고 밝힌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즉각 반환하라고 북한이 최근 잇따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21일에는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기자회견에서 지체없이 반환하라고 미국에 요구했고 항의 서한을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 다음날에는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가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 화물선 압류는 북미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당장 반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다급하고 강력하게 이 화물선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강철환: 지난 4월 인도네시아 인근에서 적발된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석탄을 싣고 있었습니다. 석탄 수출은 유엔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일단 국제법 위반이고 그 석탄을 밀수형태로 제3국에 넘기려고 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 배를 유엔제재 위반으로 압류했고 남태평양의 섬인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 중이라고 지난 5월 9일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석탄 수출을 담당하는 것은 군부입니다. 2013년 석탄 수출권을 독점해 막대한 돈을 벌었던 장성택 일파를 숙청하고 나서 석탄 수출권은 대부분 군부가 가져갔습니다. 따라서 석탄 밀수출은 군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항했다고 봅니다. 유엔제재로 자금고갈이 심화되고 군부의 필요자금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석탄 수출로 돈을 벌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석탄을 빼앗기고 배마저 압류된다면 북한 군부가 입는 손실은 막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화물선이라고 하던데요, 북한의 물류 해외 운송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선박공업성을 새롭게 만들어 선박 운항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시도하고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경제난으로 화물선들이 대부분 노후화되어 해외 수출입에 많은 제한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은 조선업이 몰락한데다 자금이 없어 신형선박을 수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특히 대형선박은 아주 귀합니다. 그래서 한 척이라도 더 보유하기 위해 북한이 투자하려고 하지만 자금난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선박들이 줄줄이 미국으로부터 압류당하게 된다면 북한으로서는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전. 미국은 14년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 북한의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했고,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함으로 해서 북한의 자금 줄이 막힌 적이 있습니다. 이번 북한 화물선의 압류가 2005년 대북 금융제재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보십니까?
강.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워낙 오랫동안 고립되어 왔기 때문에 제재를 비교적 잘 견뎌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북한 화물선 압류가 북한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요 돈줄을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 당시 미국은 북한의 돈줄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어떤 식으로 제재를 해야 타격을 주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북한의 불법자금이 BDA(방코델타아시아)를 통해 세탁되는 것을 파악하고 금융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당시 묶인 자금은 2700만 달러인데 북한의 반발이 대단했습니다. 피가 마를 정도라고 그 고통을 호소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금융제재의 효과를 다시 파악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북한은 BDA를 중심으로 일본 아카사카 은행, 마카오, 홍콩 등지를 중심으로 차명으로 많은 자금을 은닉하고 있었고 불법 무기, 핵 관련 물자들을 조달해왔습니다. 하지만 BDA가 막히면서 순식간에 동남아지역과 일본 등을 망라하는 모든 북한 자금이 일시적으로 막히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 추가적 조사를 통해 자금 추적을 시작했었다면 북한의 불법 자금 5억 달러 이상이 날아가게 될 판이였습니다. 당시 북한은 금융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 협상했고 결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속아 금융제재를 해제해주면서 제재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미국의 이번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가 잠재적으로 북한 경제에 어떤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강. 만약 미국이 북한의 모든 선박에 대한 통제를 시작한다면 북한은 자금난과 물자난을 동시에 겪으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동남아지역은 인민군대 유지의 주요 물자들인 인민군 3대 물자를 공급하는 공급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자연 부국들과 거래하면서 북한은 저렴한 물자들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민군 3대 물자인 생고무, 면, 식용유 등은 모두 동남아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어려워도 생고무 수입은 지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생고무를 수입해야 인민군 전투화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재생고무로 만든 신발은 일반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군사용 신발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면직류와 식용유도 동남아의 풍부하고 저렴한 재료들을 기초로 하므로 다른 지역에서는 이 물자를 구입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군은 동남아 국가들과 인민군 3대 물자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지속해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만약 동남아지역을 오가는 와이즈 어니스트와 같은 대형선박들을 모두 압류한다면 북한은 배가 없어서 이런 중요 물자들을 공급할 수 없게 됩니다. 북한은 지금 현금이 없으므로 유엔제재로 묶인 석탄 등을 몰래 밀수해 팔아서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이 부분을 완전하게 통제한다면 북한은 지난 2005년 금융제재 못지않은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의 아킬레스건, 그러니까 치명적인 약점을 제대로 짚었다는 얘기네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 화물선박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줄줄이 엮어진 다른 선박들과 주요 물자 수입에 막대한 차질을 빚기 때문에 북한이 저렇게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 내부는 유엔제재로 경제 자체가 마비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일부 관광객들을 북한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면서 조금씩 풀어주고 있지만, 그것으로 북한이 어려움을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경제적 제재는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추가제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의 아킬레스건 타격과 같은 위기는 우연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동결하자 북한이 반발하는 것을 보며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된 사례도 그 한 경우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의 유엔대사까지 나서서 반발하는 것을 보면 이번 선박 압류가 북한에 또 다른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주요 대형선박들은 대부분 군부 소유입니다. 무엇을 운반하든 모두 군수물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박을 모조리 압류한다면 인민군대는 올 겨울부터 신발도 없이 근무를 서야 할 판입니다. 내년부터는 당장 군복 만들 면직류도 사라지게 됩니다. 저가의 야자수 기름 등으로 군대들에 기름을 공급해왔던 식용유도 대부분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상 120만 인민군대가 벌거숭이가 될 수도 있고 군대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전. 만일 그런 심각한 상황까지 가게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하는 자력갱생은 물 건너 갈 수도 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협상에 북한이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북한은 늘 대화로 모든 문제를 풀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김정은의 속임수가 대부분인 가짜 대화입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진짜 대화, 그러니까 북한의 비핵화 착수에 관한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방법은 북한이 진짜 견디기 힘든 제재 수단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번 북한 대형 화물선에 대한 미국의 압류가 어쩌면 북한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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