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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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북한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6월 1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통상 북한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에는 정찰총국장 같은 실세 2인자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군 정보통으로 잔뼈가 굵은 자입니다. 북한 내에서도 다소 과격한 강경파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인민군 정찰총국장을 맡아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을 기획한 장본인입니다. 그런 자를 김정은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겨놓고는 대남, 대외 활동을 총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전부장의 방미는 과거 김정일 시대에 이뤄졌던 최고지도자를 대신하는 권력 2인자의 이미지가 다르게 비춰지는 결과로도 보입니다. 보통 북한은 지도자 대신 보내는 2인자는 인민군 총정치국 국장이었습니다. 과거 빌 클린턴 시절 미국을 방문했던 조명록도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었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최고의 예우로 방문할 때 지도자를 대신하는 자리이면 반드시 군 총정치국장이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아마도 김정은 시대에는 권력의 2인자로 알려진 인물을 강대국 특사로 보내는 방식을 바꾸었거나 아니면 북미 정상회담 문제 협상에서만은 김영철을 특임자로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전. 김영철 통전부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틀 회담하고 워싱턴으로 내려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는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 이번 김영철의 방미는 철저하게 트럼프를 안심시키고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하나 성공적으로 풀어보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공손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김영철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철저하게 본국에서 쓰여진 각본에 의해 행동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국은 북한의 최대 적대국가 이기 때문에 모든 행동에서 당당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절대 자극하지 말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영철이 북한으로 돌아간 날 6월 4일, 미국 대통령 관저 백악관 대변인은 취소됐던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12일 열린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김영철의 미국 방문 결과로 북미 정상회담이 회생된 것이죠.

전.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과의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비핵화 방식을 북측이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강. 미국은 일괄적 타결을 원하면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그리고 검증과정에서 대가는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단계적 핵 폐기와 단계적 경제보상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에 써먹은 방식이고 미국이 속아온 방식이기 때문에 절대로 수용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핵무기 해체에 필요한 단계적 상황을 시간을 압축해 일괄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단기적 폐기를 북한과 합의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제적 보상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봅니다.

전. 북한의 비핵화 문제 외에도 주요 사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입니다.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거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가하면, 우선 북핵 문제에 집중하고 그 다음에 인권문제를 푸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강. 사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인권 압박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인권문제가 회담 논의 주제로 등장하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이번 김영철과의 회동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 양국 정상간의 첫 회담인 만큼 공식적으로 강하게 할 것인지 상징적으로만 언급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6월 1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한 뒤에 평양으로 4일 돌아갔지만, 아직까지 북한에서는 김영철이 미국을 방문한 사실이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강.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는 미국에 대해 철저한 이중적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철천지원수, 100년 숙적으로 반미교육을 시키면서도 미국의 지도층과는 연계를 가지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심지어는 미국 전 현직 대통령이나 관리들을 북한에 불러들여 만나는 것을 북한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위상을 올리는 데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과 김일성 간의 유대관계를 부각시켰고, 대동강 변에서 김일성과 카터 대통령과의 물놀이 장면은 지금도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미국 방송 언론인 로라 링, 유나 리 기자들을 북한으로 유인 납치 한 이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 김정일과의 면담을 성사시켰습니다. 김정은도 미국의 유명했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친구로 삼고 계속 교류하면서 미국과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들의 이중성은 미국의 국력과 파워를 알고 미국은 적대 국가이지만 언제인가 그들 자신들에게 유리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미국은 멀지만 가깝게 하려고 해왔던 것입니다. 지금 김영철의 방미도 사실 북한인민들이 알게 되면 많은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해외로 나오는 많은 관리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내부에 그 소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지만 대략적인 사실들은 알려지게 되어있습니다. 엘리트 간부층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지도자의 굴욕적인 태도에 실망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적대세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체제 유지에 상당한 위험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전.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과거 70여년간 미국에 대한 굴종은 있을 수 없고 대미 항전을 국가의 기본 시책으로 삼고 주민들에게 교육을 해 왔으니 갑자기 그 시책을 바꾸고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한다면 아마 사상에 혼돈이 야기될 수도 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70년간 북한주민들은 반미교육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그들에게 미국은 그야말로 악마국가로 묘사되어 있고 반드시 싸워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런 미국과 아무런 설명 없이 하루아침에 사이가 좋아진다고 하면 그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베트남 같은 경우에 미국과의 전쟁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었듯이 북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베트남과 북한은 체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수령 우상숭배 독재체제는 반미교육과 적대세력이 존재해야 그 존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민들을 설득하려면 많은 시간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마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우호적인 관계로 나가려면 북미 정상회담을 제대로 설명하고 미국과 약속한대로 핵을 제대로 폐기하는 것이 첫 수순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진심으로 협력의 길로 가자면 말로서가 아니라 수령 우상숭배체제를 청산하고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도 7년간 교류 없이 고립해 살아왔습니다. 중국식 사회주의도 무서워서 하지 못하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력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김정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