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잔혹한 독재자라는 영상이 수그러든 측면이 있고 남한 사회에서도 그가 무자비한 통치자라는 세간의 인식이 완화됐다는 여론조사도 있었습니다만, 근래 이런 저런 일로 김정은이 또 다시 고위 간부들을 처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6년전 집권 초기에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간부들을 잇따라 숙청 처형한 공포통치의 기조는 아직도 엄연한 현실인 것 같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국제사회 데뷔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북한내부는 여전히 공포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태양 곁은 너무 뜨거워 타 죽는다는 말처럼 김정은 옆에 가까이 가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북한 간부들 속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근래 처형된 간부의 사례는 중국인 관광객 사망 사건과 관련된 것입니다. 지난 4월 22일 관광버스가 전복돼 발생한 교통사고로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을 안내하던 북한인 4명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황해도 지역을 방문한 이들은 조-중 혈맹의 상징으로 한국 전쟁 당시 사망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 묘소를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이였고 일반인이 아닌 간부층 엘리트들로 구성된 중국인들이었습니다. 유엔제재 속에서 조-중관계가 해빙관계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 북한지도부는 매우 당혹해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을 방문해 애도를 표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설 만큼 이 사고는 중대한 사건이었고 자칫 잘못하면 모처럼 회복되는 조-중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북한 간부 4명이 처참하게 처형됐다는 것입니다.
전. 처형당한 간부들의 신상이 궁금하고요, 또 이번 사고에 어떻게 연루가 된 건가요?
강. 한국의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저희 북한전략센터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금강개발총회사(KKG)총사장 황영식과 동회사 정치국장, 사장 등 4명의 고위간부들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 난 버스가 금강개발총회사가 운영해 온 것이라고 합니다. 황영식은 외화벌이 계통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고 노력영웅칭호까지 받은 사람입니다. 인민군 총정치국, 무력부 등 군부계통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실력자이기도 합니다. 군부에서는 황영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황병서 등과도 친분이 있는 황영식은 총정치국 검열에서도 비켜나갈 정도로 힘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총살당했다는 소식에 해외에 나와 있는 외화벌이 간부들은 물론, 북한 내 군 고위간부 층에서도 충격이 아주 크다고 합니다. 이번 사고는 북한에서도 기차사고 외에 일어나는 사고 가운데 대형사고로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조-중 갈등을 풀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반 중국인이 아닌 엘리트 간부 계통의 중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북한으로는 극진한 대우를 해주었고 금강개발총회사에서 운영하는 특별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스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브레이크 등 고장으로 버스가 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다리 아래로 추락하면서 대형사고로 번진 것입니다. 문제는 사고 대응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이 통제되어 사고 자체가 비밀로 부쳐집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어 있어서 해당 사고에 대한 상황이 총회사 사장이나 간부들에게도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행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사고 현장에 바로 달려갈 수는 없겠지만 대응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 본인도 빈소를 찾고 병원의 환자들을 위로하는데 정작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음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들이 발견돼 김정은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보입니다.
전. 법에 따라 재판을 받고 판결에 따라 징역을 살거나 사형을 선고 받는 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인데, 한 통치자 개인의 호 불호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처형한다는 건 중세 봉건 왕조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요?
강. 물론입니다. 북한에도 외관상으로는 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법 위에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의 교시와 말씀이 있고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있습니다.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과 같은 2인자의 처형도 북한 형법에는 맞지 않는 방식으로 자의적 판단에 의한 처형으로 처리됐습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결심은 그 어떤 생명도 앗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사고는 물론 참담했고 조-중 관계를 고려할 때 지도자가 책임자를 엄벌한다는 걸 과시하려는 속셈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회사의 간부들이 사고를 조장한 것도 아니고 차 정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간부들에게 연대 책임을 지워 그들을 처참하게 죽인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전. 그러니 권력 핵심층에 있는 간부들도 언제 목이 달아날 지 모른다는 불안을 달고 살아야 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2015년 6월 평양 자라공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장성택이 운영했던 노동당 행정부 산하 회사였던 이 자라공장에 김정은이 찾아왔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인민들에게 자라를 많이 생산해 식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겠다는 방침을 받고 만든 회사인데 엉망이 됐다고 김정은이 질책한 것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전력난에 있었습니다. 경제난으로 전력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전력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대규모로 자라를 키우려면 많은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말단 간부들이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였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자라들은 대부분 폐사 했고 공장은 황폐화 된 것입니다. 김정은이 현장에 나가서 그런 모습에 화가 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간부들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 무법적이고 무자비한 일입니다.
전. 당시 자라공장 지배인과 당 비서가 처형됐다고 하죠?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실행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에서 모든 사건은 최고지도자의 권한입니다. 말단의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김정은이 다 간섭할 필요는 없지만 처형에 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보위부에서 다 결정하고 김정은이 최종 결제하는 형식입니다. 특히 김정은 본인이 관여하고 질책한 사항에 대해서는 보위성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과거 김원홍 국가보위성 부상이 과도하게 많은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숙청한 정황은 있지만 모두 김정은 본인의 결정이 없으면 실행되기 힘든 것입니다. 최근 김정은이 경제 회생에 관심을 가지고 현지 지도를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곳을 선정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현지 지도에서 무엇 하나라도 잘못 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이라 경제 분야 간부들이 요즘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다고 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