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김일성 사망 25주기 행사 때 김여정은 표면상 권력 9위에 해당되는 위치에 앉아서 그의 달라진 공식적인 지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김정은의 주요 행사에 자주 얼굴이 나오는 현송월, 그리고 김정일 때와는 달리 대외적으로 지도자 부인으로 대우받는 리설주까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여성 권력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 최선희 외무상 부상까지 김정은의 신임을 받으며 북한의 외교를 주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김정은 정권초기 김여정은 직책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의 심부름꾼처럼 나타나 무질서하게 행사장을 누비거나 철없는 소녀처럼 절제되지 않는 행동들을 공식석상에서 하면서 북한내부에서 조차 김여정이 어느 정도 권력을 누릴지 예상하기 힘들었습니다. 과거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자신의 친 여동생 김경희를 노동당 경공업부 부장에 임명해 권력 중심에는 들여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김정일의 친동생이란 특수 신분은 누구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여자에 대한 남존여비 인식이 강했던 김정일이 아무리 여동생이지만 그를 권력에 중심에 서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아버지와는 달리 여성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고 오히려 더 신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최고 통치자의 여동생이란 점에서는 같지만 김여정은 자기 고모 김경희의 경우와는 달리 대내외적으로 권력 실세란 걸 자신의 오빠가 과시한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김여정의 진짜 힘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김정은의 동선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면서 2014년 노동당 선전선동부 행사부 부장이라는 직책을 갖게 됩니다. 김정은의 모든 행사를 김여정이 관장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인민군 총정치국 행사는 관례대로 직접 최고지도자를 섭외해 직접 행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김여정에게 보고하지 않고 직접 당 서기실을 통해 총정치국 행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당시 김여정은 총정치국에 사람을 파견해 왜
이 행사를 행사부에 보고하지 않느냐고 책망했는데 군인들은 관례대로 한 것뿐이라고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고받은 오빠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의 질책을 무시한 총정치국 간부들을 호되게 문책하고 당시 총정치국 간부들을 무더기로 해임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김여정의 실권이 김정은 다음이라는 사실이 각인된 것입니다. 그 사건 이후 북한은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공동 통치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졌고 김정은에게 보고하기 힘든 상황들을 김여정에게 보고하는 체계가 생기면서 실질적인 권력은 김여정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전. 김여정이 노동당 부부장이란 공식 직함을 갖게 되면서 그가 맡았던 김정은 동선에 대한 책임은 현송월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현송월도 한때 처형설까지 돌았었는데 권력층에 부상하게 된 것이 어떤 배경인지 궁금합니다.
강. 현송월의 처형설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앙당 부부장들이 보는 회보에 은하수 악단 처형자들의 명단이 올랐는데 거기에 현송월의 이름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처형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현송월은 처형되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그에 대한 신임도 매우 큰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벼락출세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현송월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은 두 가지 이유로 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첫 번째로는 고위층 탈북자에 따르면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아버지 김정일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여러 조언자들을 내정했는데 김정일은 아들 정은이가 누나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현송월을 붙여주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송월과 김정은은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은하수 악단시절 리설주와의 관계입니다. 당시 리설주는 은하수 악단에서 따돌림을 당했는데 그때 유일하게 리설주를 감싸준 사람이 현송월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은하수 악단 사건이 터졌을 때 리설주가 나서서 현송월을 구제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송월은 구제된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권력의 실세로 자리매김했고 김여정, 리설주와 함께 김씨 왕조의 특권층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노동당 비서도 현송월에게는 깍듯하게 인사할 정도로 그의 위상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 김정은의 아내 리설주도 과거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안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영부인’ 같은 위상을 누리고 있는데요, 정치 활동에도 나서게 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 김일성의 총애를 업고 중앙여성동맹위원장 자리에 올라 엄청난 세력을 과시했던 둘째 부인 김성애처럼 말입니다.
강. 사실 리설주는 미국, 중국, 한국 등 주요 국가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에 함께 해 전 세계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 부인이란 영상은 확실하게 각인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남편 김정은과의 부부 금슬도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 김일성 시대처럼 리설주가 공식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이미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사실상 국정의 동반자로 권력 2인자로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리설주까지 나서면 권력이 산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영부인처럼 공식 직책을 맡는 것보다는 뒤에서 김정은을 내조하면서 위상을 지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직 리설주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아 지도자의 영부인 자리가 견고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아들을 낳는다면 명실공히 그를 대체할 김정은의 여인은 공식적으로 쉽게 만들어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전. 김여정, 현송월, 리설주 외에도 지금 북한 권력층 인사로 급부상한 인물이 바로 또 다른 여성 최선희 외무상 부상입니다. 김정은 바로 옆에서 대미 협상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상관인 리용호 외무상보다 더 김정은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 그렇습니다. 최선희는 사실상 김정은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미관계를 총괄하는 실제적인 책임자로 내정된 상황입니다. 현송월 처럼 가족과 같은 위치는 아니지만 정치적 위상은 김여정을 제외하면 실제적으로 가장 높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최고 지도자 김정은과 현장에서 미국과 협상을 벌이면서 김정은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차기 외무상은 물론이고 노동당의 중요 대미 관련 직책에도 오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