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이 최근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를 통해 오는 9월 19일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아리랑 축전을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집권 후 아리랑 축전이 중단된 건 이 집단체조에 동원되는 어린 청소년들의 인권이 침해 유린 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큰 몫을 한 것 아니겠습니까?
강철환: 그렇습니다. 김정일이 가장 즐겨 했던 대규모 집단체조를 김정은 시대에 와서 중단됐습니다. 약 5년째 집단체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학대의 대명사인 집단체조는 평양에 거주하는 대다수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고문과도 같은 행사였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어린이 학대논란은 계속됐습니다. 김정일에 비해 어린이들을 각별하게 챙기는 김정은이 아버지와는 달리 '집단체조'를 중단한 것을 놓고 그래도 실질적으로 어린이들의 고통을 감안해 집단체조를 중단한 것은 대단한 진전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평양시 어린이들은 지난 5년간 선배들이 경험한 끔찍한 고통을 감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업에 충실할 수 있었고 비교적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 김정일 시대 때 집단체조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국제사회에 북조선 사람들의 단합을 과시한다는 취지도 있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수령독재통치의 일사불란함을 시위하는 데는 이만한 행사가 없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 맞습니다. 김정은 역시 자신의 아버지처럼 집단체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자신을 과시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집단체조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죠.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부터 시작된 북한의 집단체조는 독재체제를 과시하고 독재자의 위신을 세우는데 적극 활용되어 왔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집단체조는 절정에 이르렀고 약 10만 명의 아이들이 대규모로 참석하는 지구상 유일의 집단체조로 바뀌었습니다. 2000 년 10월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최악의 위기를 넘기는 상황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5억 달러를 받아내며 위기의 돌파구를 열었고 미국을 통해 대외적 압박을 이겨내는 전략을 세웠던 때입니다. 미국의 현직 최고위층을 맞는 김정일은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장관의 방북을 동행 취재한 세계 언론의 기자들과 함께 대규모 집단체조를 관람했는데 10만 명의 청소년들이 울리는 함성에 올브라이트 장관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구상에서 10만 명의 아이들이 기계처럼 일사불란하게 하나같이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강대국 미국의 국무장관을 집단체조를 통해 북한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것은 김정일의 입장에서
중요하고 자부심 넘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전. 9월에 행사를 시작하려면 지금 한창 연습에 매달려야 하는데 한반도는 최근 가마솥 더위 아닙니까? 이런 무더운 땡볕에서 북한 아이들이 하루 종일 시달리고도 건강을 지킬 수 있을 지 염려됩니다.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하필이면 가장 무더운 올해에 집단체조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6개월 전부터 사람들을 모집하고 훈련을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 한참 맹훈련을 할 때입니다. 평양지역은 서울과 기온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지금 서울에서 느끼는 폭염을 그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은 그래도 건물마다 에어컨이 다 있고 땀을 식힐 공간이 많지만 북한은 에어컨 자체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야외에서 훈련을 하는 학생들은 그야말로 땡볕에 노출되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훈련까지 하게 되면 아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아이들을 생각해서 고등학교 학생들로 제한하거나 어른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응급시설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폭염 속에서의 집단체조 훈련은 그야말로 사람 잡는 훈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 과거 집단체조에 직접 동원됐던 평양 출신의 탈북자들을 많이 만나 보셨다고 하셨죠?
강. 그렇습니다. 저는 9살에 조부 때문에 요덕수용소에 끌려가서 더 큰 고생을 했지만 집단체조에 참가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또래의 북한 유학생 출신의 탈북자들은 대부분 집단체조에 참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한반도에 그렇게 큰 무더위가 없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집단체조는 10월 당창건 기념일을 위해 준비하기 때문에 8월 뜨거운 여름은 항상 훈련 기간으로 선정돼 엄청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만 명의 아이들이 하나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생체 상황까지도 통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대 배경인 카드섹션을 하는 아이들은 배경 대를 기계처럼 움직이기 위해 훈련 중에도 최소 5시간은 한 장소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훈련을 해야 합니다. 대소변을 줄이기 위해 음식물도 줄이고 심지어 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게 합니다. 뙤약볕에서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참고 훈련하는 아이들은 탈수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열사병은 기본으로 일반화돼 아이들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것은 다반사라고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갑자기 생리적 현상으로 대소변을 봐야 하는 학생들이 그 자리를 뜰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참는 것이 반복되며 방광염에 걸리고 같은 친구들 앞에서 대소변을 보는 일도 생겨나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평생 정신적 충격으로 남게 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훈련을 실전처럼 실전을 훈련처럼 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전. 그런 괴로운 행사가 다시 5년만에 부활이 된 건데요, 동원된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 걱정이 클 것 같습니다.
강. 물론입니다. 지금은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로 온 나라 경제가 피를 말리는 엄혹한 상황입니다. 거기에 동원되는 아이들의 먹고 입고 쓰는 것 자체도 국가가 보장해주지 않고 부모들이 다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담보다도 지금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서 훈련을 해야 할 당사자들을 바라보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전. 김정은이 집단체조를 재개하는 배경이 무엇일까요?
강. 김정은 역시 겉으로는 어린이들을 위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는 자신의 권력 유지가 제일 중요할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온다면 지구상에서 북한 외에는 볼 수 없는 인간기계들의 일사불란한 집단 체조를 보여줘 자신의 통치력을 과시하고 감동 주려고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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