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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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이 최근 잇따라 한국 대통령과 장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거친 막말을 해대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 국장은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을 향해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댄다"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 등이라는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일본의 대남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남북 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넘겠다’고 한 다음 날에는 ‘맞을 짓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욕설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쏟아지는 막말은 도를 지나쳤다는 비난이 남한 정계와 사회 일반에서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막말은8월 11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등을 겨냥한 것인데요, 한국 정부는 북한의 그 같은 비난은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밝히고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 남북대화와 교류를 지향하는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에 북한이 이렇게 거칠게 인신 공격하는 꿍꿍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조평통 담화를 게재한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조평통 담화를 게재한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 캡쳐)

강철환 대표: 일단 북한의 계속되는 막말 공격은 한국을 우습게 보는 경향도 있겠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지나친 저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북한당국이 남한을 보는 인식에 고삐가 풀렸다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북한은 대남전략을 추구할 때 친미 보수세력을 고립시키고 진보세력은 두둔 확대하는 전략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진보적인 정부에 대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것이 기존 전략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은 결과를 가지고 말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호적인 분위기라고 해도 자기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없는 세력은 적이나 다름없다는 내부의 원칙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가장 필요한 것은 현금과 식량입니다. 자기들에게 현금과 식량을 지원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는 아무리 진보적 정부라 해도 이전의 박근혜, 이명박 보수 정권과 다른 바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현대그룹을 동원해 5억 달러라는 선물을 김정일에게 주었고 노무현 정부도 지속적인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을 꾸준히 도와왔습니다. 물론 지금의 문재인 정부도 과거 두 진보 정부 못지않게 북한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도울 수 없는 처지에 있습니다. 북한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해도 미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실제로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보면 친화적 상대로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은 보수 정권이나 지금 정권이나 똑같으므로 과정보다 실제 상황을 놓고 한국 정부를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한국 정부는 꾸준히 국제사회를 설득하면서 남북협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건 북한도 모를 리 없을 텐데 대통령을 겨냥해 조롱하고 막말을 해 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강.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현안을 이용해 많은 재미를 보고 있지만, 자신들은 그 들러리 역할만 하고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적 압력을 남북경협으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그건 김정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와중에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남북협력 평화추구 기조로 국내 진보세력의 지지를 결집하고 그것이 내년 4월 총선거의 표로 이어지기 때문에 김정은의 처지에선 문 대통령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해주고 그의 평화기조에 맞춰서 정상회담도 해주고 평양도 불러주었는데 북한을 위해서는 위험을 전혀 감수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득만 취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은 김정은의 깊은 분노를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까 노골적으로 한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남북협력과 교류를 중시하는 현 한국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파국적 상황이 되어도 북한으로서는 개의치 않겠다는 걸까요?

강.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김정은의 관점에서는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한다면 그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이란 나라는 북한에 대해 존재 자체가 위험한 세력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한국은 북한 주민에 대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나 남북협력은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큰 걸림돌이 됩니다. 북한사람들이 남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남조선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갖지 않는다면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명분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남한은 항상 북한에 적대적 세력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김정일도 과거 김대중, 노무현의 햇볕 정책을 모기장 전략으로 맞서왔습니다. 자본주의 풍조가 북한 내부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통로를 차단하고 봉쇄하자는 체제 수호 전략입니다. 그러니까 남한의 현금과 식량은 지원 받으면서도 한국의 부르주아 사상과 문화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로 북한의 대남전략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자기가 이런 북한의 내부 위험을 감수하면서 문재인 정권을 도왔는데 자신들을 위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쯤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맞서면서 북한을 위해주는 성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안 되는 한 한국과는 과거 보수 정권과 다를 바 없이 깔아뭉개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 하기야, 작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면서도 북한당국은 주민들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통제도 더욱 엄격해졌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사실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양국 정상이 만나 평화를 이야기할 때 북한 인민들은 북한당국으로부터 더 가혹한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 주민은 한국을 동경하게 됩니다. 그런 싹을 아예 잘라버리기 위해 더더욱 엄격한 통제와 압박을 가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거 김정일 시대보다 더 강력한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전역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노래방을 모조리 폐쇄하고 24시간 운영하던 찜질방을 밤 10시까지로 동결시키고 남녀 혼용 휴게실을 모두 없애도록 한 것입니다. 노래방과 찜질방은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와 직결됐다는 판단 하에 북한 국가보위성이 김정은의 재가를 받아 이러한 시설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식당 칸막이도 다 없애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투명 유리로 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체제로서는 남북교류 협력이 양날의 칼인 셈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