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민 통제난의 진상

평양시내 도로에서 인민보안원이 오토바이를 옆에 세워두고 교통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평양시내 도로에서 인민보안원이 오토바이를 옆에 세워두고 교통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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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이 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양시를 봉쇄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민들 불만이 많다지요?

강. 그렇습니다. 저희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민이라는 선민적인 자부심이 이번 통제 때문에 또 한번 사그라졌다고 합니다. 북한은 연례적으로 김 부자 생일이나 노동당, 공화국 창건 기념일에는 소위 1호 행사들이 열립니다. 1호는 최고지도자를 뜻합니다. 이런 행사가 열리면 그 도시와 지역은 철저하게 봉쇄되고 통제는 강력해집니다. 평양은 이러한 행사들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행사성 통제가 시민들에게 낯선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 당국에서 불러대는 행사에 참여하는 게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생계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자꾸 행사와 통제 속에 내몰리다 보니 시민들이 평양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사라지고 차라리 지방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고 할 정도로 평양시민들 불평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특히 13년 만에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더욱 강력한 통제가 시작됐고 평양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행사 준비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은 이중삼중으로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그럼에도 인민 통제를 맡고 있는 인민보안성에서는 실제 주민통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요?

강. 어느 나라에도 그 사람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이 그 사람의 신분을 확인합니다. 해외에서는 여권이 대신하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공민증이라고 하는 신분증을 전 인민에게 발급하고 있습니다. 자가용 승용차가 거의 없고 우리처럼 운전면허를 쉽게 딸 수 없는 북한에서는 운전 면호를 가진 사람들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공민증이나 공민등록증이 북한주민의 신분을 확인해줍니다. 과거에는 공민증이 수첩형태로 되어 있었고 가족, 직업, 거주지 등 구체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형태였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플라스틱으로 커팅된 한국의 카드 형태의 신분증을 도입해 주민들에게 공급해왔습니다. 평양시민들에게는 남한의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평양시민증을 발급해 신분차별화를 시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최신 전자 시스템을 도입해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카드형태의 공민증을 도입해 주민들에게 공급하려고 했으나 질이 좋지 않아 공민증 교체가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난으로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민증이 낡아져서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어지는데도 이를 교체할 예산이 없어 임시 공민증을 발급해주기는 하는데 그것 또한 오래가지 못해 인민보안원들이 신분확인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공민증이 낡아 신분 확인이 제대로 안 된다면 주민 통제 자체가 의미 없는 일 아닙니까?

강. 그런 셈입니다. 북한은 여행의 자유가 없어 항상 공민증과 여행증을 동시에 지참해야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공민증 자체가 알아보기 힘들만큼 낡은 것들이 교체가 안 되니, 신분증 조작이나 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특수신분이 아주 많은 나라입니다. 특수신분증을 가진 사람들은 여행증이나 기차표도 없이 특별열차에 오를 수 있습니다. 노동당 중앙위, 인민군 수뇌부, 보위성, 보안성 등 특별 간부들은 이런 특별 여행증으로 전국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습니다. 특수 신분이 아닌 모든 북한주민들은 반드시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여행증은 공민증과 대조해서 출생연도, 이름, 등이 일치되어야 합니다. 요즘 북한내부에서는 신분증이 제때에 교체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불확실한 신분증 때문에 그것을 위조해서 여행증을 만들어 돌아다니거나 범죄를 했을 때 남의 이름을 도용하는 등 신분증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인민보안성은 아무리 경제난이 심해도 신분증 교체는 제때에 해줘야 한다고 계속 국가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인민보안성 자체에서 신분증을 교체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한 쉽게 이 문제가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 신분증 도용이나 조작이 가능하다면 평양시 통제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네요.

강. 그렇습니다. 지금 평양은 9.9절 행사로 비상상황입니다. 모든 지방 사람들의 평양 출입은 일체 금지됐습니다. 특수 공무를 제외한 일체의 평양 출입은 봉쇄되기 때문에 여행증 검열은 심하게 이뤄집니다. 하지만 평양시민들은 비교적 허락만 받으면 지방 출입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평양에 거주하는 것이 특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을 악용해 평양주민의 공민증을 위조해 여행증만 가지면 쉽게 평양에 드나들 수 있고 평양에 들어가서도 각종 단속에 걸려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지방의 청년들은 젊은 혈기에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평양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기 위해 이런 불법적인 신분증 위조로 평양에 드나들려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보안원들이 이런 위조된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어서 완전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북한당국에서는 평양시민의 공민증 뿐 아니라 특수 신분증까지 위조해서 여행을 다니는 자들이 빈발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전. 사회 치안 문제는 어떻습니까?

강.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심화된 작년 말부터 북한의 강력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떼강도가 출몰해 인명피해를 주는 사례가 빈발해 보안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젊은이들이 “짧고 굵게 살자”라는 구호를 부르며 부잣집이나 간부 집을 털어서 한탕 벌어 향락을 누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돈이 있거나 간부 집들은 창문마다 철창을 설치하고 낮 선 사람들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지만 피해 사례는 계속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군대들까지 가세해 민가를 괴롭히고 있어 유엔제재로 촉발된 경제제재는 북한 주민 전체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9.9절 행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지방주민들에게 부담시키면서 불만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양을 방문해 보는 외견상의 시내는 그럴 듯 하지만 사회 내부에서는 대외 고립과 경제 피폐 때문에 받는 주민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게 쌓이면서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