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력기관과 부패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황병서가 권력 핵심부에 복귀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17년 말,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로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돼 혁명화 교육을 받았던 그가 다음해 2월에는 북한 매체에 보도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었습니다. 복귀한다는 얘기가 그의 권력 핵심부 재등장 가능성인지 궁금합니다.

강철환 대표: 2017년 인민군 총정치국 검열로 황병서가 숙청된 이후 2018년 당 조직지도부 군부 담당으로 복귀되면서 잠시 매체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 총정치국의 2차 숙청과 호위사령부 숙청 사태 때 또 다시 숙청돼 지방으로 쫓겨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복귀했다는 얘기가 나온 겁니다. 황병서가 인민군대 인사를 주도했었기 때문에 총정치국 대거 숙청이 인민군대의 불안으로 이어지다 보니까 재복귀 조치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 숙청사건은 북한에서 장성택 사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숙청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성택은 김정은 일가였지만 그가 제거되면서 김정은 일인 숭배체제는 더 강화된 측면이 있으므로 김정은 정권 측에서 보면 인민군 총정치국 숙청이 더 큰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숙청의 책임을 지고 실각했던 황병서가 다시 인민군 핵심 권력부로 돌아온다면 그만큼 군대는 불안정해 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 그의 복귀와 인민군대의 불안정성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강. 김정일 때에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숙청이 김정은 시대에는 엄청나게 큰 규모로 일어났고 총정치국 기존 지휘부가 절단 날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숙청했다면 김정은 정권을 반대하는 군인들도 적지 않게 생겼을 가능성도 클 수 있다고 봅니다. 독재국가에서 군대는 독재자에게 그를 지키는 충견이 될 수도 있고 그를 물어뜯는 광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군사쿠데타는 독재정권이나 정권을 변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과거 황장엽 노동당 비서는 제자들이 반 김정일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무장을 든 군인들이 일어날 때를 기다리라고 충고를 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김정일이 당시 무너지는 체제를 살리 위해 선군정치를 했기 때문에 군대가 총으로 김정일 정권을 배반할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의 가장 큰 권력 안정은 바로 총정치국을 완전하게 김씨 충성세력으로 흡수하고 그들을 자기와 운명공동체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민군대를 장악한 총정치국은 철저하게 김정일 한 사람만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의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은 집권 초기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아버지 김정일이 가장 신임했던 최룡해에게 맡겨 군대를 장악하고 안정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신임했던 최룡해와 당시 총참모장을 맡았던 리영호가 서로 반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자 김정은은 리영호를 숙청했고 그 이후 총정치국의 감독하에 많은 인민군 작전군인들이 숙청당했습니다. 그 많은 군인들이 죽어 나가도 총정치국 군인들은 단 한 명도 숙청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총정치국은 김정은과 같은 운명공동체였기 때문입니다.

전. 김정은이 자기와 배를 같이 탄 총정치국을 검열하고 간부급 인물들을 모두 숙청한 데에는 당시 총정치국이 너무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자신의 어머니 고영희와 가까웠던 황병서의 권력이 2인자라고 알려질 만큼 너무 커지는 걸 경계해 그걸 차단하려고 최룡해를 시켜 총정치국을 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핵심 충성세력을 모두 제거한다면 그 또한 자신의 권력유지에는 해가 될 것인데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도 고심 많이 했을 겁니다. 숙청 동기의 하나인 부패 문제와 관련해서 말한다면 총정치국 간부들의 부패는 김정일 때에도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면서 만성적 경제난과 유엔제재로 총정치국 간부들의 생활보장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막강한 외화벌이 수단을 독점한 총정치국이 뇌물 액수도 천문학적으로 커지면서 그들의 호화생활이 묵과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호화생활의 정점에서 오히려 그 체제가 더 유지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집단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들을 숙청하고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것은 그래서 양날의 칼 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숙청을 통해 부정부패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부정부패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누구든 총정치국 간부로 올라오면 뇌물을 받지 않을 수 없고 그 부패구조는 변하는 것이 없으므로 부패한 도적이 바뀌는데 불과합니다. 그래서 숙청은 체제 자체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바로 김정은이 눈앞의 작은 이익은 얻었지만, 그에게 충성하는 핵심 계층을 잃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총정치국 숙청은 사실 김정은에게는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오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전. 총정치국에 대한 숙청과 관련해 부패한 고위 책임자 한 두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거의 집단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에서 핵심 기관의 부패가 극단적으로 광범위하게 만연돼있었다고 당시
강 대표께서 지적하셨었지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이 사건에 분노한 것은 가장 청렴하고 가장 충성해야 할 집단이 가장 부패하고 충성보다 돈을 먼저 선택했다는데 분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인 충성은 짧지만, 경제적 이득은 그런 구조가 살아있는 한 지키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들은 김정은의 직속 부하로 사실상 김정은 정권을 위협하는 군대를 책임진 집단입니다. 그 집단이 부정부패로 썩었다는 것은 그 체제의 앞날이 길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 반대로 그 이익 때문에 체제가 더 연명할 가능성도 커진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이 부패집단을 사정의 칼로 다스리게 되면 사실상 이제 김정은에게 충성할 집단은 자기를 경호하는 974부대 정도만 남아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 황병서가 어떤 요직을 맡게 될 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숙청당한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의 복귀 소식은 없지요?

강. 사실 김원홍은 오래 전부터 김정은의 제거 대상에 올라 끊임없는 권력 투쟁을 통해 꽤 오랜 세월을 지탱해온 김원홍의 권력은 결국 김정은의 사정없는 숙청으로 산골 농장으로 유배된 상황입니다. 김원홍의 직속 부하들은 무자비한 총살을 당했고 그들은 차라리 이렇게 죽을 바에는 목숨 값이라도 하고 죽어야 했을 걸 하는 마음으로 후회가 막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가보위성은 정보조직이기 때문에 군대처럼 조직적 반란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가보위성 핵심에 김정은 일가의 한 사람이 간부 사업을 좌지우지하면서 핵심세력을 구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밀이 많은 김원홍이 살아나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김원홍은 유배지에서 김정은에 의해서 암살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전. 북한 국가보위성과 인민군 총정치국, 김씨 체제를 수호하는 핵심 권력기관인 만큼 간부들의 비리와 부패는 늘 공존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강. 현재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돈입니다. 과거 김정일은 막대한 예산을 간부들에게 풀었습니다. 각종 선물과 경제적 혜택은 김정일 정권을 지탱하는 충성세력의 탄탄한 구심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김정은 정권은 일단 간부들의 생계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간부들의 부패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이 부패에 대한 사정의 칼을 계속 휘두른다면 체제 지탱 세력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독재체제의 전형적인 문제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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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