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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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국의 문재인 정부 들어 3번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19일 평양공동선언에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장 폐쇄와 영변 핵시설 조건부 폐기도 담겼고 남북한이 대치지역에서 무력을 사용치 않는다는 군사합의와 남북협력 교류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항목도 포함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합의도 선언 마지막에 명시됐습니다. 강 대표께서는 이번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강철환: 이번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족시키고 얻을 것을 최대한 얻으려고 모든 것을 아끼지 않은 회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파격적인 장면들이 연출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평화, 통일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주를 이루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지만 북한을 경험한 탈북자들이 보는 시선은 다릅니다. 한 마디로 사람을 구름 위에 뛰어놓고 혼을 빼놓은 다음 원하는 것을 다 얻겠다는 전략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최대한 먹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이 아니라 유엔제재를 해제시키고 한국의 안보를 와해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에 한국이 미끼를 덥석 물었고 앞으로 핵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이번 회담을 주목하는 세계의 시선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냐에 맞춰져 있었는데요,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세계 주요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미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핵화에 대해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한 알맹이, 그러니까 북한 핵시설 명단을 언제 제시하겠다는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죠.

강. 그렇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기본목적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협상이 교착된 원인인 북한의 비핵화 다짐에 대한 실천적인 조치와 일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전시적인 조치만 나열한 셈입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 계획과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한, 영변 원자로 폐기 용의를 북핵 문제 해결 진전에 큰 조치를 취한 것처럼 주장할 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이 폐쇄하겠다는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은 장거리용입니다. 어차피 미국까지 보내는 미사일이 북한정권에는 굳이 필요 없습니다. 북한이 상대할 나라는 남한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전역을 타격할 미사일은 이미 오래 전에 실전 배치했기 때문에 장거리용 미사일 엔진실험장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인 것입니다. 그리고 영변원자로 역시 너무나 노후화된 핵 시설로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핵 시설입니다. 이미 용도 폐기된 원자로를 폐쇄한다고 해서 마치 북한의 핵폐기가 이뤄지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너무나 파렴치한 요구조건인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소형화된 핵탄두입니다. 그리고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핵물질의 신고입니다. 이러한 핵탄두와 핵물질이 얼마나 북한에 있고 이런 것들은 언제까지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폐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용도 폐기된 핵시설과 미사일 엔진실험장을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핵시설과 미사일 엔진실험장은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는 것들입니다. 북한에서 완전하게 핵을 제거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신고내용이 다 빠지고 마치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판단인 것 같습니다.

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을 끝내고 대집단체조 공연을 관람한 뒤 연설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생활하셨던 강 대표께서는 이 연설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을 지 궁금합니다.

강. 저는 이번 연설을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를 합니다. 첫 번째는 북한정권에 비위를 맞춘 측면입니다. 김정은 정권의 체제 정당성을 부여한 측면입니다. 난관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불굴의 정신이나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평양의 눈부신 발전 이런 말들은 북한체제를 반대하는 많은 북한 동포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것입니다. 평양과 북한은 한 지도자를 위해 모두가 희생하는 과정이었고 인민들의 삶은 참혹하기 그지없는 상황인데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는 수령 독재 영구화이고 그것을 당연하게 말하는 것은 북한인민들에게 참지 못할 모욕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조국 건설에 이바지 하겠다는 구절이 있는데 한반도나 대한민국이나 자유로운 그런 것이 빠진 조국이라는 것은 북한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북한 모든 해외동포나 출장자들에게 북한을 조국이라 지칭합니다. 한국인들은 우리나라 한국이라 말합니다. 그래서 조국이라는 말은 북한이라는 것인데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한마디도 없다는 것은 통탄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더 우려스러운 것은 자주적, 민족끼리라는 내용입니다. 지금 한반도에 외세가 있는 곳은 한국입니다. 미군의 존재입니다. 자주적, 우리민족끼리는 미국을 몰아내고 우리끼리 하자는 뜻인데 북한의 주장을 한국의 대통령이 대변한 것과 같은 발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 연설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없었습니까?

강. 적대적 행위를 청산하겠다는 구절이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적대적 교육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천년을 같이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이제 함께 살자는 메시지는 지긋지긋한 북한체제를 종식시키는 의미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양시민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조선 대통령이 직접 평양시민들에게 그들을 향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을 향해 평양시민들이 기립박수를 하게 했다는 것도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많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전. 10만여명이 동원되는 대집단체조, 보는 이들에게는 화려하고 흥미롭겠지만 여러 달 동안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 어린 소녀 소년들이 학대당한다는 인권침해 논란이 많아 5년 전 중단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올해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에어컨 냉방기가 없으면 숨도 쉬기 힘들만큼 더웠습니다. 그 뜨거운 여름에 평양의 어린이들은 에어컨은 고사하고 찬물조차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면서 집단체조 훈련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병들고 다쳤는지 누구도 그 내막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 화려함만 눈에 보이고 아이들의 피눈물은 보려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어린이들의 공연 현장에서 연설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