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트럼프 방북 갈망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 Photo)

0:00 / 0:00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9월 23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곧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일주일 앞서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가서 3차 정상회담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직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평양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이었습니다. 여하튼,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미국과 북한 정상이 바라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요, 김 위원장 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을 갈망하는 것 같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 여부에 따라 평양 정상회담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김정은이 그것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정부와 북한 간에도 여러 논의가 있었던 것도 가장 큰 목적은 미국 대통령과 만남인데 거기서 중요한 문제는 바로 현직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입니다. 이미 두 차례의 미국 대통령과 만남은 이뤄졌지만, 아직 평양 방문은 이뤄지지 않아 김정은으로서는 트럼프의 방북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만들어 북한 김씨 체제의 영구화를 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한 김씨 체제의 영구화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강. 현재 북한 정권의 가장 큰 목표는 체제의 영구성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핵 문제와 경제제재 문제, 그리고 독재정권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어 내부적인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 상황입니다. 현재와 같은 폭압 체제로 김정은 정권이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한에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반미, 반제국주의는 중요한 목표로 활용됐습니다. 반미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고 북한 주민들이 인내하고 참아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미 선동은 이제 북한 내에서 그 효과가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세대는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고 신세대는 미국에 대한 반미교육은 교과서로만 배우고 있어 반미에 대한 생각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북한도 반미 대신 용미를 선택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미 중간 경제전쟁을 통해 중국도 미국에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지구상에 미국과 맞설 나라는 없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미국과 맞서는 전략은 이미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미국이 북한을 인정해 주기만 한다면 반미보다 더 효과적인 체제 안정을 주고 영구성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 지금까지 반미 사상 교육만 받고 자라온 북한 주민들은 최근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씩이나 만난 데 대해 혼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북한 당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강. 2000년 6월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때 북한은 남조선과의 화해가 아니라 남조선의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항복하러 온 것처럼 선전했고 남쪽에서 오는 많은 대북지원 물자들은 남조선으로부터 받는 전리품으로 인식시켰습니다. 따라서 당시 북한 주민들은 남북 간 정상이 만난다고 해도 그것이 남북 간 화해를 이루거나 실질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만남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치 미국이 북한의 핵 무력 앞에 머리를 숙이고 김정은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명줄인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북한지도부의 이런 선전에도 실제적 북한 주민들의 인식은 과거의 반미의식보다 친미적 생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어서 북한체제 지도부도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이 미국과 친구가 되어 부유한 나라가 됐고 중국과 러시아와 친구가 된 북조선은 거지가 됐다는 단순 논리입니다. 그래서 북조선도 남조선처럼 미국과 친구가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실제적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 정권으로서는 매우 불편한 진실인 셈입니다.

전. 김일성이나 김정일 대에서는 미국 현직 대통령과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조그만 공산주의 국가 원수가 세계 최강국이자 자유세계를 이끄는 미국의 지도자와 독대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김정은의 경우는 벌써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이나 대면했고 또 한차례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 국민들에게는 김정은의 위상이 대단한 걸로 보이지 않을 수 없겠지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미국 현직 대통령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선대 수령보다 훨씬 탁월하다는 선전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김일성은 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 그와 친분을 쌓았고 그와 친구처럼 지내려고 했습니다. 그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실제로 김일성의 위대성을 부각하는데 상당한 효과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김정일 시대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었습니다. 물론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시켜 송환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김정일은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역사적인 것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클린턴의 방북을 성사시켰던 류경 전 북한 보위성 부부장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할 만큼 엄청난 성과로 부각시켰습니다. 이미 김정은은 두 선대 수령이 못한 현직 미국 대통령을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그리고 한반도 비무장지대에서 잠시 대면 등 세 번이나 만났기 때문에 자신의 위대성 선전은 극대화 됐다고 자부할 겁니다.

전.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을 굳이 평양까지 불러들이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강. 지금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상회담에서 두 번씩이나 만나고도 체제 내부가 진정이 되지 않은 것은 대내외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대외적 환경이 북한에 상당히 위기적인 상황입니다. 계속되고 있는 유엔제재가 바로 그것입니다. 유엔제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의 눈치를 보고 북한과의 거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햇볕 정책으로 북한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했던 남한도 북한과의 교류에 우호적인 진보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실제 아무것도 도와주는 것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김정은 개인은 과거 수령보다 더 큰 업적을 남겼지만, 실제적으로 북한 내부는 외부의 압력으로 고사 직전에 놓인 것입니다. 대북제재를 이끌고 있는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모신다는 것은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불만을 잠재우고 대외적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내부의 변화입니다. 북한 일반 사람들이 외부 정보 유입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입니다. 지도자의 위대함은 선전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달렸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말로는 인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적 목표는 김씨 통치 체제 유지라는 걸 인식하고 있습니다. 체제 유지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과거 선대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주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국민은 개인 정권 유지를 위한 '보여주기 식' 쇼가 아무리 위대하고 거대해 보여도 실제로 주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는 한,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남조선이 적이 아니라 북한과 공존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를 김정은 체제가 인정한다는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 트럼프의 평양 방문 요청 뒤에는 김정은이 체제를 영구적으로 유지하려는 1차적 목적의 한 방편이라고 하셨는데, 이른바 북한정권이 주장하는 ‘미 제국주의’ 국가 수반을 북조선 수도에 모시는 건 ‘인민들의 사상’에 역효과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에게 유리하게만 작동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에서 외부의 적은 항상 양날의 칼 같은 존재입니다. 중국은 우방이지만 사실상 적으로 지내왔고 지금도 경계의 대상입니다. 미국은 상징적인 적이었지만 마음 속에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이 중국과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중국식 개혁 개방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듯이 미국과 친구가 되려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계속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 수준의 개혁도 못 하는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한다는 건 현실성이 희박합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일단 단기적으로는 김정은에게 호재일지는 몰라도 북한 체제 변화의 첫 단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