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와 북한의 관광산업 치중

'원산시 중동 토지종합개발' 투자제안서에 담긴 조감도.
'원산시 중동 토지종합개발' 투자제안서에 담긴 조감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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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1일 북한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올 들어 세 번째로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또 다시 시찰했다고 합니다. 건설 진전에 만족을 표시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통렬히 비난했다는데요, 관광 산업 구축에 각별하게 힘을 많이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삼지연 특구, 양덕 온천 지구도 현지지도 했다는 보도인데요. 사실 김정은이 최근에 국내 사업으로 관심을 갖는 곳은 바로 관광특구 지역들입니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도 지난 8월에 이어 지속적으로 찾아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고 사회전반을 돌봐야 하는 국가지도자가 건설 현장에만 나돌아 다니고 있다는 것은 북한 지도자의 국가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국가에선 다 건설업자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알아서 하는 것이 건설 사업입니다. 한국에서 에버랜드나 제주도와 강원도의 많은 관광지에는 개인 회사들이 투자해서 대부분 운영하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개인사업이나 업자들이 해야 하는 일을 지도자가 나서서 그곳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 제재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 무엇이 우선 되어야 하는 지와 관련해 앞뒤가 뒤바뀌고 국정운영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그러고 보면, 사실 김정은이 집권해서 지금까지 보도를 통해 주목할 만한 경제 정책을 편 것은 건설사업뿐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강. 그렇습니다. 그것도 자기가 원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되어 건설이 진행되다 보니 민생과 동떨어진 사업에 막대한 국가자원을 소진해 왔습니다. 북한의 내각 총리도 권한이 없고 김정은이 하자는 대로 하다 보니 결국 한정된 국가자금은 고갈되고 지금 경제적 난국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일부 권력을 장악한 장성택은 북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과도한 수령우상숭배를 허물고 경제를 39호실에서 내각으로 집중시켜 정상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동당 행정부 54부를 만들어 석탄 수출을 주도해 거기서 나오는 현금을 군사비가 아닌 인민경제에 투입해 철도, 도로, 항만, 발전설비들에 투자해 국가 기간산업부터 정상화시키고 그 다음 수순으로 중국식 개혁, 개방을 위한 본격적인 경제개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김정은은 장성택의 경제적 개발 구상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만 밀어붙였습니다. 이른바 세계적 규모의 문수물놀이장과 미림승마장, 마식령 스키장과 같은 관광 놀이터 개발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인민생활과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상류층의 문화생활에 집중된 것이어서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우선순위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전. 그런데다가 평양 시내에 집중된 과시적인 건물과 거리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강. 물론입니다. 유희시설이 건설될 때만 해도 자금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래과학자 거리와 평양 은정거리 건설 등을 시작하면서 자금이 고갈돼 각 성별로 자금을 각출해 김정은이 정한 기간 내에 건설을 무조건 끝낼 것을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불복하거나 불만이 있는 자들, 기간 내에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기관장들은 그 자리에서 자리를 내놓고 쫓겨나거나 심하면 처형까지 당하는 무시무시한 공포가 조성돼 사람들은 모든 것을 쥐어짜서 건설에 매달렸습니다.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이 끝나고 간부들이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다시 여명거리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한국의 일부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해 보고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고 칭찬한 그 건설현장입니다. 여명거리는 김정은이 주석궁에서 저택까지 출퇴근 하는 거리이고 김정은이 이른바 평양의 맨하탄을 만들어보겠다는 건설 공사였습니다. 맨하탄은 미국의 최대 도시 뉴욕 도심지역입니다. 그야말로 꿈도 야무지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무모한 과시성 건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마침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유엔의 제재를 받으면서 건설하느라 자금과 물자 부족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었죠?

강. 그렇습니다. 여명거리 건설은 그야말로 온 나라가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건설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엔제재와 맞물리면서 정말 어렵게 완공한 거리입니다. 여명거리 건설이 시작되자 많은 간부들이 현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은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능력이 안 돼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건설 시한을 맞추지 못해 처벌을 받느니 그냥 물러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쥐어짤 수 있는 것은 모두 쥐어짜고 개인들의 호주머니까지 털어서 결국 여명거리가 완공됐습니다. 평양 중심가에 맨하탄 같은 거리가 세워지자 김정은은 가장 만족해했고 평양의 자랑거리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그 완공을 위해 치른 인적, 물적 희생이 얼마나 컸는지는 공사 관계자들은 다 잘 알 것입니다.

전.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관광 특구 건설을 밀어 붙이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 또한 인력과 자금이 소요되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의 건설 사업은 자신의 관심만큼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김정은은 세상 사람들에게 북한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그것은 화려한 건물들입니다. 삼지연지구, 원산 갈마지구, 양덕온천지구 등 대규모 건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지금 마른 수건이 더 이상 짜지지 않아 찢어지는 단계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김정은이 원산갈마지구를 방문해 원래 내년 4월까지 공사완공을 지시했지만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어려운 상황에서 도저히 그 완공 시기를 맞출 수 없자 내년 10월로 다시 연장할 정도로 김정은의 체면이 구겨졌습니다. 간부들을 아무리 닦달질해도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모든 것이 한계점에 도달했고 김정은도 그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최근 원산갈마지구에 가서 소위 ‘적들의 책동’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한 것도 사실 유엔제재 때문에 자금이 고갈돼 자신이 하고자 하는 관광지구 건설에 심대한 차질을 빚고 있음을 시인한 것입니다.

전. 그 화려한 관광지구들을 먹고 살기 힘든 일반 인민들이 사용하길 어려울 것 같은데, 결국 외국인들이 사용토록 해서 달러를 벌어 보겠다는 속셈이겠지요?

강. 그렇습니다. 사실 마식령 스키장을 거창하게 만들었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것은 일부 외국인밖에 없습니다. 인민들은 거기까지 갈 차량도 없고 몇 달 벌어도 낼 수 없는 입장료를 감당할 사람은 특권층 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자유가 없고 휴가 개념도 없는 북한 동포들에게 경제생활을 향상시켜 소득을 증대시키고 휴가를 갈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지만 인민생활은 최악에 직면했는데 놀러 갈 수도 없는 유희시설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은 외화벌이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전. 결국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도록 하는 처방밖에는 없겠네요.

강. 물론입니다. 지금 김정은 체제는 하루빨리 핵문제를 해결하고 수령우상숭배를 내려놓고 정치권력을 개인 독점 권력에서 중국식 집단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하루빨리 전면적 시장경제를 도입해 사실상 장마당이 주도하는 북한 경제로 변신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완전한 시장경제는 수령 개인숭배와 영구적 집권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김정은의 확고한 신념이 바꿔지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고 민생이 현격하게 호전되기도 힘들 겁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