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이 지난 10월 25일 남측에 금강산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그 이틀 전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시찰에서 한국의 현대아산이 지어놓은 관광 시설을 보고 '민족성이 없고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북한식으로 건설하라'고 지시한 것을 북한 당국이 남측에 통보한 것입니다. 거기다 김정은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도 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비판으로도 들립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대표: 북한의 김씨 왕조의 배은망덕, 적반하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번 발언은 정말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데다 대한민국 현대그룹의 자산인 금강산 시설들을 제멋대로 철거하라고 명령해 남북한 간 최소한의 규칙도 지키지 않는 그런 한심한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북한 측이 2008년 7월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한국인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제멋대로 총으로 쏘면서 사과 한마디 없이 남한에 책임을 전가하자 한국정부가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관광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일시 중단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핵과 미사일 발사 등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이 모두 인정할 수 없는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면서 유엔제재가 다시 이어져 더 긴 세월을 묶인 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것은 북한의 책임인데 그것을 모두 대한민국에 떠넘기며 행패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북한 내부에서 해석하기 따라서 심각한 내용은 바로 남한에 지나치게 의존한 선임자들이라는 표현입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결정은 수령이 하므로 선임자라는 것은 김정일입니다. 모든 결정은 김정일이 했고 그 결정에 따라서 간부들이 수행한 것뿐입니다.
전. 김정은의 남측 시설물 철거 지시는 뜬금 없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대가 없이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대북제재 해제를 목말라 하고 있다는 방증이고, 또 그간 한국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북한과 교류를 이어가려고 공을 들이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남한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은 김정은 본인입니다. 7년간 고립되어 전 세계 그 누구도 만나주지 않아 국제 미아로 지낸 사람이 김정은인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등장했고 그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세웠습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 김정은이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포함한 4강 대통령과 모두 만나게 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남한에 의존하는 선임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고 사실상 배은망덕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광자씨 사망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금강산 관광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간 북한이 낡은 시설을 운운하면서 철거를 하라는 것은 최소한 상도덕도 지키지 않는 파렴치한들이나 하는 짓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것입니다.
전.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지구에 12층짜리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해금강호텔, 구룡빌리지, 온정각, 문화회관 등 한국 정부와 함께 4천 3백억원, 즉 4억달러 넘는 자금을 들여 여러 시설물을 지었습니다. 그런 큰 규모의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북한이 자체로 시설을 건설하겠다면 지금 외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어렵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지금 김정은 정권 들어서면서 사치성 건물을 줄기차게 지어왔습니다. 그래서 국가 자산이 거덜 나고 간부들 호주머니까지 털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3년 집권 당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은 사치성 건물보다 국가 경제의 기초를 세우는 인프라 기간 시설을 우선하자고 제안했지만, 김정은이 그것을 무시하고 사치성 건물만 짓다가 유엔제재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북한 내부는 파산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장, 과학자 거리, 여명 거리, 마식령 스키장 등 온갖 사치성 건물에 막대한 돈이 투자됐고 여명 거리 건설 때에는 간부들 개인들에게까지 자금을 강요하면서 쥐어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까지 내몰린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또 진척 중인 해상 유원지와 삼지연 지구 건설은 내부 마감이 되지 않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긴박한 자금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10년넘게 사용하지 않아 좀 낡기는 했지만 당장 관광이 활성화되는 것도 아닌데 금강산 남측 시설들을 다 허물고 다시 짓겠다는 것은 국가 자금력을 고려하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하겠다는 허세로 들립니다.
전. 김정은 위원장이 이 시점에서 금강산 관광지구의 현대아산 시설을 철거시키라는 것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은데요.
강. 어떻게 보면 강도 높은 대남 압박이 그 배경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한민국하고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 축구팀을 불러놓고 거의 전쟁 같은 경기를 하게 하고 선수들을 괴롭힌 것도 김정은이 현재 남한을 바라보는 인식이 얼마나 격앙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이 대남 압박을 지속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더 이상 남한 정권으로부터는 현금을 포함한 현물지원이 불가능하고 또 그럴 의지도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핵 문제는 북한 스스로 풀어야 하고 그 진전 여부에 따라서 한국정부도 대북지원이나 협력을 가속할 수 있는데 그들 자체가 핵 문제를 풀지 않기 때문에 대북제재가 연장되고 한국정부의 남북평화경제 실현은 더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권이 미국과 맞서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열고 북한의 처지를 대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북한을 위해 다 해줄 수 있는 정부라고 해도 미국과 유엔제재를 무시하고 북한과 막무가내로 협력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남한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에 침투하는 한류 확산이 통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김정은이 체제 유지 때문에 일부러 막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고 민생은 돌보지 않고 핵과 미사일에만 집착하는 구제 불능의 상황을 더 북한 주민들이 참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북한 지도자가 올 초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대가 없이 하겠다고 천명해 놓고는 이렇게 조령모개식으로 관광시설 철거를 일방적으로 지시했다면, 개성공단 시설도 언제 모두 철거해 가라고 할지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보통 외자를 유치하는 나라들은 인센티브, 어떤 동기부여를 주면서 투자자들을 우대하고 각종 편의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자기들은 아쉬운 것이 없는데 남한이 아쉬워서 북한에 투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정상국가에서 투자자들을 우대하거나 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부 자금의 투자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관리들은 항상 자신이 윗자리에 있는 갑의 처지에서 투자자들을 홀대하고 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일단 북한에 투자된 그 어떤 것도 사실상 권리가 포기되는 순서를 밟게 된다는 것입니다. 투자를 유치할 때에는 온갖 미끼들을 다 던지다가 일단 북한에 투자가 되면 날강도로 돌변해 투자자들을 내쫓고 자금을 갈취하는 경우가 지금까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북한이 자신을 도와주는 외부 정부나 기업이나 단체에게 까지 책임을 지우고 등을 돌린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북한과는 신뢰를 바탕으로 지원하거나 협력할 수 없게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