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서울 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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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한 금년 안의 서울 답방이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일본 언론은 최근 북측이 연내 답방은 어렵다고 남측에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연내 답방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현재 일정 장소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여하튼 시기적으로 올해 안에 이뤄질지 여부를 떠나 김정은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강철환: 김정은의 입장에서 서울 답방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우상숭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위험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김정일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답방 요구에도 처음부터 아예 갈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비행기가 무서워 기차로만 움직이는 김정일이 위험한 서울에 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경우 만약 서울에 올 경우 선대 수령들도 못한 엄청난 업적을 남기게 됩니다. 적의 심장에 대담하게 들어가서 통일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왔다는 선전은 역대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 엄청난 것입니다.
전.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네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는 많은 차이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차이는 이동수단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게 다른 점입니다. 김정일은 비행기를 단 한번도 안탔지만 김정은은 낡은 비행기이지만 전용기를 타고 국내에서도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즐겨 타던 기차여행은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여도 김정일은 가급적이면 숨기면서 처리했지만 김정은은 아예 대놓고 발표하기도 합니다. 장성택을 처형했을 때에도 노동신문 등 관변매체를 통해 모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은 자신의 약속에 대해 그래도 지킨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지킨 것은 거의 없습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 집권초기에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낙하산을 타고 투하하는 훈련에 직접 참여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남한으로 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전. 김정은이 한국 방문에 따른 개인 신변 안전문제를 염려할까요?

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신뢰관계는 상당부분 형성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남한을 방문하면 문 대통령 정부가 철저한 안전을 지켜줄 것에 대해서는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대한민국은 자유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처럼 북한지도자가 온다고 해서 모든 것을 철저하게 통제하거나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신변안전은 완벽하게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김정은에게 원한을 가진 탈북자가 3만명이나 거주하고 있고 많은 보수세력들이 김정은의 방한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돌발적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의 방문을 요청했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도 북측이 시원하게 답방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울에 올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김정은에게 정말 급한 것이 바로 경제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남한으로 가는 모험을 감수하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 즉 선물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가 적지에 직접 가서 무엇인가 하고 왔다는 것 자체가 북한 인민들로서는 충격적이긴 하겠지만 이제 북한주민들에게도 과시적인 행사보다는 자신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에 김정일 정권은 붕괴위기로 내몰렸고 김정일의 지도력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통제가 안되고 북중 국경은 붕괴되었고 연변지역에는 북한주민 수십만 명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습니다.
사실 김정일이 위급한 순간에 내몰렸을 때 김대중 정부는 정상회담 댓가로 5억달러를 선사했고 현금은 즉시 군부로 흡수돼 오아시스의 샘물처럼 말라가던 북한군수경제를 살아나게 했습니다. 사실 김정은에게는 이런 국면 전환의 절묘한 한 수가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처럼 자금이 고갈상태에 빠졌을 때 5억 또는 10억달러의 현금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김정은은 만사 제쳐 놓고 서울로 올 수도 있습니다. 현금 선물이 아니더라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열리고 북한 내 철도, 도로 건설에 투자가 지원된다면 그것 또한 서울방문의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전. 그만큼 김정은으로서는 북한의 경제회생과 인민들의 생활고 해결이 화급하게 됐다는 것이군요.

강. 그렇습니다. 이제 북한주민들은 외부의 정보에 노출되면서 말로 하는 수령의 위대성은 먹히지도 않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주지 않고서는 김정은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또 만난다고 해도 이제 북한주민에게 감흥을 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은은 말로만 민생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해결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취미생활을 극대화하기 위해 요란한 사치성 건설에만 치중하면서 국가 자금은 완전히 고갈됐고 밑바닥 주민들까지 돈이 없어 온 나라가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여명거리는 비명거리로 불리고 있고 현재 진행중인 갈마관광지구, 삼지연 관광지구 건설은 온 나라 인민들을 피와 땀을 쥐어짜는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관광지구가 북한의 관광활성화로 이어져 민생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관광산업이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돈은 쓰게 되어 있고 그것이 민생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는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인민들은 김정은이 제발 정신차리고 개혁개방을 해서 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든지 아니면 외부로부터 돈이라도 왕창 들여와 경제를 살리든지 무엇이든 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인민들이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전.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서울 답방을 반대하는 일부 남한 사회의 목소리를 전해 듣고 있을 텐데요. 기왕 남한을 방문한다면 모든 이들에게 환영 받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강. 물론입니다. 대체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북한이 남한과 국제사회에 위협적인 북핵을 제거하는 조치를 과감히 취하라는 겁니다. 또 인도적인 문제도 풀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평양의 감옥에 갇혀있는 6명의 우리 국민입니다. 억류됐던 미국인들이 풀려난 것처럼 이들도 북한 정권이 조속히 돌려보내길 바라는 것입니다. 또한 납북자들과 국군포로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 이산가족 전면 상봉 등 그야말로 북한이 입으로 선전만 하는 동포애를 행동으로 보여주길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