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상화에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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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준비로 국제사회의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김정은 위원장의 대내외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정상 회담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이 신통치 않아 자신의 신격화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 현재 김정은의 권력 명분은 '백두혈통'입니다. 그것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이념을 버리고 봉건적 족벌 세습을 공식화한 것으로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집단에게는 수치스러운 것입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것은 김정일의 아들이란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큰 장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은 김일성의 아들로 권력 승계의 명분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김정일은 김일성에 비해 잘 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김정일의 후광은 김정은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을 자신과 견주면서 그를 흉내 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김정은을 신격화하는 데 필요한 우상화에 대한 기본적인 (도록)기록물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막혀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우상화에 필요한 도록(그림과 기록으로 된 우상화 내용)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아버지가 김정일이라는 것을 빼고는 외켠(외가쪽)에 대한 기록이 아직 북한 내에서는 배포되지 않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과거 김정일에게는 항일을 했다는 어머니 김정숙이 있었습니다. 물론 김일성의 훗처 김성애도 있었지만 '조선의 어머니'는 오직 김정숙만 거론됐습니다. 김일성은 처 김정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들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마당에 그의 어머니를 내세우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혁명역사 교과서가 만들어졌고 각 지역에 만들어진 혁명역사 연구실에는 김일성, 김정일을 잇는 도록들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도록은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진과 그림이 함께 기록물로 되어 있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주게 합니다.
김정일의 우상화도 상당부분 조작됐지만 기본적으로 김정숙이라는 항일운동을 했던 어머니가 있어서 그 명분과 실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은의 혁명역사 작업이 선전선동부 차원에서 시작되지 않은 것은 어머니 고영희 때문일까요?

강: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아버지 김정일의 여성편력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김일성에게 부인은 죽은 김정숙과 훗처 김성애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자들이 있었고 사생활도 아주 문란했습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도 그 많은 여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한때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고영희를 데리고 군부대를 시찰하자 김정일의 마음에 고영희가 있다고 판단해 잠깐이지만 고영희를 조선의 어머니로 만들어내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군부의 박재경과 현재 황병서 같은 사람들이 고영희 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자신이 제지해서 끝내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간부들 용으로 제작된 고영희 관련 영상물이 배포될 예정이었지만 외부에서 먼저 그 영상이 유입 노출되면서 고영희가 재일교포이고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소문이 퍼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그의 생모인 고영희를 공개하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된 것입니다.

전: 과거 김기남 선전선동 비서가 김정일의 신격화를 완성했는데 지금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오빠의 신격화 사업을 맡고 있다면서요?

강: 과거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는 당 경공업부 비서로 권력 외부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왔지만 김여정은 노동당의 핵심부서 가운데 하나인 선전선동부 부부장 급으로 사실상 선전선동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한때 김기남 선전선동 부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었지만 김여정도 김기남의 도움이 없이는 김정은 우상화를 완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를 다시 기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김기남이라고 해도 고영희를 가짜로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도 혁명의 뿌리라고 하는 '조총련'의 조직원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면 조총련 핵심 간부 출신이라면 고영희를 한라산 뿌리로 만들어 백두혈통과의 결합으로 통일을 완성한다는 시나리오를 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고영희 가족이 조총련 활동을 했다는 기록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영희를 내세울 명분이 될 수 있는 혁명가적 뿌리가 없는 것이 가장 난감한 것입니다.
현재 재일교포들은 북한 내에서는 기본 혁명 줄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태생적 경험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어머니가 그런 재일교포이고 친일경력까지 있다는 것이 북한내부에 알려지면 김정은의 신격화는 오히려 파국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전: 최근 북한 내부에서 실력 위주를 강조하면서 과거 배경보다 현재의 충실성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이런 맥락인가요?

강: 그렇습니다. 옛날 조선왕조에서도 태생이 정실이 아닌 후실 왕자들이 왕위를 계승했을 때 항상 정통성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지금의 김정은도 사실은 훗처의 아들인데다 모친이 혁명가의 가족도 아니기 때문에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과거의 뿌리를 내세워 호위호식하는 자들을 경멸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능력도 없이 가족의 배경으로 출세한 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도 지속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기 열등감에서 오는 것입니다.

전: 북한의 3대 세습은 결국 김정은의 우상화 성공과도 연계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외교적 고립도 가속화되고 우상화에 실패할 경우 결국 김정은 정권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을까요?

강: 현재 많은 간부들은 김정은의 폭압정치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명분이 떨어지는 잔혹한 처형과 무자비한 숙청은 김정은이 누구인지를 궁금하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아무런 업적도 없고 외가는 재일교포에 친일파 의혹까지 있습니다. 그런 자가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간부들의 생사여탈권까지 마구 휘두르는 것은 간부들에게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결국은 김정은이 세습집권에 대한 명분을 세우는 데는 자신의 우상화보다는 민생을 먼저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