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다 더 깨끗하게 빨래하는 세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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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과 친숙해진 과학과 기술을 알기 쉽게 풀어보는 <북한 IT와 과학기술> 시간입니다. 진행에 정영입니다.

오늘도 현대인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가정용 전자제품들에 관해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김대표님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엄마보다 더 맛잇게 밥을 하는 인공지능 밥가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엄마보다 더 빨래를 깨끗하게 하는 세탁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주부들이 빨래를 어떻게 하지요?

김흥광: 지금도 큰 변화가 없겠습니다만, 제가 나오던 2004년만해도 사실 먹는 것 못지 않게 세탁문제가 북한에서는 큰 난문제였습니다. 왜냐면 비누가 있어야 깨끗하게 빨아입지 않겠습니까, 비누만 있어도 됩니까, 물이 있어야 하겠지요. 물이 있고 비누가 있다고 해도 빨래를 깨끗하게 널때가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제가 얼마전에 집사람과 이런 말을 했는데, 방에다 빨래줄을 길게 가로 질러 쳐놓고 거기다 빨래를 잔뜩 걸어놓고 말리우던 생각이 났습니다.

진행자: 그렇지요. 빨래를 밖에 널어 놓으면, 누가 또 가져가기 때문에 집안에 빨래줄을 대각으로 치고 널어놓으면 누기도 많이 차지 않았습니까, 새삼스러운 이야기인데요.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회의감이 드는 이야기지만, 지금도 북한에서는 그런 빨래 방식을 이용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김흥광: 그렇지요. 아마 세탁기라고 하는 것은 다음 세대 이야기일 것입니다. 북한에서는요. 아마 전기가 풀리고 가전제품도 마련하는 좋은 시간이 온다면 처음에는 전기 밥가마, 냉장고, 그리고 에어컨을 구입하겠지요. 그리고 아마 세탁기 같은 것은 그냥 손으로 하지뭐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세탁물은 오직 엄마의 손에서 다 씻어가지고 말리워가지고 가족성원들이 입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북한 여성들의 수고는 말로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말이지요.

진행자: 네, 인민군대 빨래 방법은 백포나 면옷 같은 것은 물에다 꿀적꿀적 좀 헹궈가지고는 비누가 없어서 몽둥이가 때린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김흥광: (웃음) 여기서는 사람이 빨래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내가 귀중하게 여기는 옷은 너무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결백증이 있는 사람이면, 손으로 살랑살랑 빨래해서 입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 주변에도 그런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기계에 넣고 합니다. 세탁기에 넣어 빨면 사람이 한 것처럼 깨끗하게 되고, 심지어 세탁기가 운동화까지 빨고, 가방까지 세탁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겠지요.

그리고 세탁기가 찬물로만 하는게 아니라, 더운물 빨래도 하고, 다 말리워서 내보낸다고 하면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거짓말이라고 할수도 있겠네요.

진행자: 거짓말이 아닌데요. 한국에 나온 탈북민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수도꼭지에서 더운물이 나오고, 여성들의 경우에는 빨래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것, 이것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러면 대표님께서 한국에 처음 오셨을 때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빨래 때문에 걱정해봤습니까, 세탁기를 처음 구입하던 과정을 좀 말씀해주세요.

김흥광: 네, 하나원이라고 하는 곳에서 3개월 정도 공부를 하고 마치고, 사회에 집을 잡고 나오지 않습니까, 하나원에서 자세한 것은 배워주지 않아도 적어도 사람의 손으로 빨래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즉 세탁기로 한다는 것은 알려줍니다. 그래서 그것을 사야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올 때 한국정부에서 돈을 좀 받았습니다. 가전제품과 입을 것, 먹을 것을 사러 대형 할인매장, 백화점으로 갔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꿈이던 오장육기를 마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김흥광: (웃음)그렇지요. 아까 제가 말한 순서대로입니다. 처음에 밥을 해먹어야겠지요. 그래서 전기밥가마를 샀고, 그리고 국을 끓어 먹어야 겠지요. 그래서 전자 레인지를 사고, 그리고 음식물을 보관해야 겠지요. 그래서 냉장고를 샀고, 텔레비전을 봐야 겠지요. 그래서 텔레비전을 샀습니다.

제가 7월에 한국 사회에 나왔는데, 에어컨을 놓기 전에 선풍기를 샀고, 저는 컴퓨터를 좋아하니까, 컴퓨터를 사야 겠지요? 그래서 컴퓨터를 샀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세탁기를 사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탁기를 사러 간것입니다.

세탁기는 방식이 여러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도람통처럼 세워놓고, 드럼통 한쪽 면을 잘랐을 때 하늘로 보이도록 돌아가는 세탁기는 원통식 세탁기라고 하고, 그 다음에 또 다른 형식은 드럼처럼 옆으로 서있습니다. 그걸 드럼 세탁기라고 합니다.

진행자: 아, 그래서 드럼식 세탁기라고 하는군요.

김흥광: (웃음) 사실 도람통 세탁기이지요. 원통식과 드럼식이 있는데, 그때는 발전된 걸 사자고 해서 저는 드럼 세탁기를 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넣는 세제가 다릅니다. 즉 비누가 다릅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가루 비누나 물비누를 써야 하는데, 가루비누나 물비누만 쓰면 안됩니다. 빨래하고 나서 린스라는 것을 넣어서, 섬유를 부들부들하게 만들고, 섬유를 오래고 질기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걸 린스, 또는 섬유 유연제라고 하는데, 이걸 알턱이 있습니까, 모르지요. 그래서 세탁기를 사다놓고 비누를 어디에 넣어야 하며, 어떤 것을 넣어야 하며, 얼마를 넣어야 하며, 언제 넣어야 하는지 등 이걸 몰라가지고, 할 수 없이 우리들을 초기 정착단계에서 도와주는 정착 도우미들에게 문의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처음 사회에 나오면 정착도우미라고 고마운 사람들이 붙어요. 그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익힐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아, 이렇구나, 알아보니까, 쉽더라구요.

진행자: 북한에서는 남자들이 밥할 걱정, 빨래할 걱정 때문에 여성들을 빨리 모셔오려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남쪽에서는 이외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왜냐면 혼자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서요.

김흥광: 여기 남쪽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결혼을 잘 하려고 안합니다. 왜냐면, 사는 데 아무 문제 없단 말이지요. 빨래, 밥, 다 기계로 하고 전문적으로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있으니까,

특별히 내가 밥을 짓지 않는다고 해서 굶을 일도 없고, 세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지러운 옷을 입고 다닐 걱정도 없습니다. 다 기계로 하고, 동네에 세탁소, 빨래방 별의별 게 다 있기 때문이지요.

진행자: 네 대표님께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세탁기를 구입한 사연에 대해 들어보았는데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는 세계적인 세탁기의 추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