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43일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중국의 항공모함 진수식을 겸해 중국을 찾은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과 만나 "조(북)·중 사이의 마음속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고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로 이어졌다"고 강조하자, 시 주석은 "조·중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 변함없는 순치의 관계"라고 화답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나라가 과거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털고 급격히 가까워졌다는 보이는데요,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압박 앞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3월말이었지요. 북한 김정은이 집권 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43일만에 또 찾았습니다. 그러면 왜 찾았을까요?
7일과 8일 중국 공안이 중국 대련과 심양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통제하기 시작하자, 중국 주민들 속에서는 “김정은이 중국을 또 방문했다”는 미확인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김정은이 평양으로 돌아간 다음에야 중국 중앙텔레비전과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는데요. 다른 외국 정상들은 사전 예고를 하고 해외 방문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지난 3월에는 김정은이20시간 이상 열차를 타고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약 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비밀리에 중국을 찾았습니다. 40일도 못되어 나라를 두번이나 비울만큼 북한의 사정이 긴박하기 때문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북한 전문가는 평가했습니다.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당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이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조언을 구하고, 중국이라는 든든한 ‘생명보험’에 들어놓으려는 의도에서 중국에 갔다고 미국 워싱턴 디씨 인근에 거주하는 북한 전직 고위 관리가 8일 평가했습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는 김정은이 중국 시진핑 주석을 찾아 조언을 구하려고 하지만, 중국도 도와줄 것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핵을 완전 포기하기 전에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앞에서 김정은은 상당히 당황해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조언을 구하고, 또 시진핑 주석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해습니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수백억 달러의 손해를 보기 때문에 중국산 철강 등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등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대만의 문제도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중국 시진핑 주석도 북한 김정은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다는 게 이 고위관리의 견해입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정상회담이 6월로 예견되어 있습니다. 이 정상회담을 위해 양국 실무진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범위와 방법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달라 조율이 잘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북한을 향해 PVID, 즉 영구적인 핵포기를 요구했고,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폐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PVID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도록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라는 뜻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5월 2일 취임사에서 밝힌 정책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WMD의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of North Korea’s WMD program)를 지체 없이 행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의 핵을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북한 핵 해법으로 규정해 왔습니다.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하겠다고 한 이상 이번 기회에 생화학무기와 핵 등 대량살상 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나오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미국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6일 “미국이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판을 깰수도 있다는 경고로 들리지만, 북한이 이제와서 판을 깨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외신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직 고위관리는 “과거엔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을 때 미국이 제재를 풀었지만,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가지 제재와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북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중순 일본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력의 결과라며 세계평화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지만,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다음 단계 대응인 군사적 대응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북한은 상당한 고뇌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 중국은 북한에 어떤 입장일까요?
이번 김정은 방중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중국은 한반도 종전선언, 평화협정 서명에 자신들이 제외될까봐 조바심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뒤끝에 발표된 ‘판문점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지적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을 결정하는데 자신들이 ‘선택사항’으로 되는데 대해 불안감을 표시해왔습니다.
결국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얼마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고, 그리고 김정은을 대련으로 초청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6.25전쟁에 100만명 이상 군대를 파견해 한반도 통일을 막았는데요. 그래서 한반도 문제에 자신들이 빠지는 데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도부 사정에 밝은 고위 탈북인사는 “중국은 남과 북 영토를 자신들의 땅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는 과거 중국 영토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할만큼 한반도를 자기 영향권하에 두려는 속심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남한 해양전략연구소 이춘근 박사는 중국이 보는 한반도 국가전략에 대해 최근 동영상 강의에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이춘근 박사: 한국군이 밀고 올라가서 압록강까지 갔을 때 모택동이 번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게 한반도가 통일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래 가지고 100만 대군을 파견했지요. 그 지원군의 숫자가 100만명이 넘는데, 통계에 나온 것을 보면 전사만 19만명이라고 합니다. 부상이 40만명이래요. 그러니까, 중국군은 중국사람 60만명의 피로써 한반도의 분단을 유지한 겁니다.
그러면 김정은은 집권 후 중국 시진핑 주석과 나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요, 이제는 혈맹관계를 복원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우리는 하나”라고 말했고, 시진핑 주석은 “순치관계”라고 화답했습니다. 순치관계는 김일성 김정일 시절에 북중관계를 표현할 때 두 나라가 사용했던 말인데요.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방식을 도입하는 개혁개방에 나서면서 점차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장 변호사는 “겉으로는 북한과 중국이 사이 좋은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고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고든 장 변호사: 저는 호상 다 서로 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 관계는 서로 좋은 관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김정은을 조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요. 김정은은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서로 만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탈북방송인 김태산씨의 말입니다.
김태산: 핵 하나 가지면 몽둥이 하나 가지면 다 될 것처럼 생각했다가, 이제야 국제적인 관계가 무엇인지 느껴갈 것입니다. 이번에 중국에 가서 잘못했다고 비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왜 그랬냐고 하면 나는 사실 앞으로 미군을 내보내고, 남조선에서 군사기지도 미군도 다 내보내겠다고 했을 겁니다.
북한의 의도는 핵을 없애겠다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대화를 해서 외화를 벌겠다는 것이고, 중국으로부터는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핵포기를 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이 빈말이 될 경우, 미국은 다음 단계 대응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고, 미국과의 무역에서 손실을 보기 원치 않는 중국이 미국에 협조할 경우, 결과는 북한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네티즌, 즉 인터넷 사용자들 속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40일만에 다시 중국으로 날아간 김정은 속내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이상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