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북한을 엄청난 경제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핵을 갖고서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의 경제대국론, 이를 두고 남한의 일부 국제정치학자들과 한반도 정세 관측자들은 미국의 대아시아전략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녹취>: 끝내야 할 일이 많지만 김정은과의 나의 관계는 좋다. 김 위원장과 나는 27 일과 28 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Much work remains to be done, but my relationship with Kim Jong-un is a good one. Chairman Kim and I will meet again on February 27 and 28 in Vietnam)
이 녹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밤에 한 국정연설의 일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CBS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회담은 그도 바라고 나도 바라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계속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 “그는(김정은) 북한을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만들 기회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우리는 협상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많습니다. 나는 김정은이 지금 일에 지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북한을 엄청난 경제적 부국으로 만들 이룰 기회가 있습니다. (But there's also a very good chance that we will make a deal. I think he's also tired of going through what he's going through. He has a chance to have North Korea be a tremendous economic behemoth)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이 대단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을 믿으며 어느날 위대한 경제 및 금융국가가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끌어안으며 친분을 과시했고, 이후에는 "똑똑하고 훌륭한 협상가"라며 거듭 찬사를 보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북한이 엄청난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남한과 비슷하거나 더 잘사는 경제수준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일인당 소득은 2018년 기준으로 146만원, 미화로 약 1,300달러 수준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 국민의 일인당 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반도 정세 관측통들은 미 행정부의 대아시아전략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친미국가로 끌어안아 통일된 한반도를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을 막는 중추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서 주요 목표는 중국의 패권을 막는 것입니다.
40년전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에 편입되어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지금은 최첨단 기술을 제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의 불공정무역, 기술탈취, 인권탄압 등으로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아시아전략은 중국의 패권의지를 꺾는 동시에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투트랙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패권을 막는 국가로 북한을 이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최근 전문가들 속에서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국제정치학자인 이춘근 박사는 최근 한 동영상 강의에서 지금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패권을 막기 위해 ‘중국 포위작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북한을 동맹으로 만들어 이 전략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춘근 박사 : 지금 중국이 포위작전을 완성시키는 데 하나 더 파란색으로 찍으면 게임 끝나는 게 바로 여깁니다.(북한을 가리키며) 저는 지금 트럼프가 하는 일이 그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트럼프를 또라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노벨상 받으려고 한다고 하는데, 국제정치는 약소국이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지, 강대국이 약소국의 비위를 맞추는 법은 없습니다.
이춘근 박사는 미국이 아시아 전략에서 린치핀, 즉 바퀴축으로 인도와 북한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전략적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북한이 중국을 막는 중추기지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철천지 원쑤로 여기던 미국과 동맹이 될 수 있을까요?
“미국에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말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공산진영과의 데탕트(Detente: 긴장완화)를 성사시킨 전 미국무장관 헨리 키신져가 한 말입니다.
키신져는 베트남전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중국과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치렀지만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근 10년간 전쟁을 했지만, 현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는 데 미국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도이머이(쇄신) 정책으로 최근 연평균 7% 수준의 고도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도이머이 정책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은 2000 년에 400달러에서 2018년에는 2,500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베트남을 두번째 미북정상회담 개최지로 정한 것도 이러한 베트남의 산 경험을 북한 김정은에게 확인시키려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도 문제입니다.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편입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달리 북한은 김씨 일가가 신격화된 전체주의 사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원이 이뤄지려면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 해체 등 인권탄압을 중지해야 하며,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관측통들의 시각입니다.
또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와 해외여행의 자유, 정보의 자유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 김정은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과 개인 신격화 등 체제의 정통성을 고수하기가 어렵다고 보는 게 외부의 시각입니다.
북한이 인권침해 중지와 정보의 자유화,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김정은 정권의 수명은 절단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며 과거로 회귀하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미국은 올해 국방비에 7천160억 달러를 투입하고 미국 국토를 보호하기 위한 최첨단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내용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녹취>: 우리의 국방을 위해 미국은 최신기술(state-of-the- art)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As part of our military build-up, the United States is developing a state-of-the-art missile defense system)
존 루드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최근 허드슨 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지금 현재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하와이 미국 국민들이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겁먹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첨단 미사일 방어망이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는 지난달 한 일간지에 낸 기고문에서 “미국이 쏘아올린 100여개의 첩보위성과 한반도 주변을 돌고 있는 조기경보 위성, 그리고 미국 우주군 자산과 일본에 산재한 미군의 레이더가 북한의 미사일 동태를 샅샅이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김정은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이 다시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길을 택한다면 더 이상 국제적 제재를 버텨내기도 어렵다고 한 탈북자 소식통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탈북 소식통 : 옛날같지 않지요. 사람들이 감히 김정은에 대해서는 욕은 못하지만, 이거 어떻게 살라고 그러는가고 불만이 많습니다. 옛날에는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들도 형편없이 고지식했단 말입니다. 오직 당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이젠 김정은이 3대째 되다보니까, 텔레비를 보다가도 늙은이(노인)들이 콧방귀를 낍니다. 늙은이들이 더 합니다. '이거 언제 뒤집어지겠는가'하고 끼리끼리 모여앉아서 시비한단 말입니다.
이 탈북자 소식통은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는 말단 장마당까지 마비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제재가 한두해 더 가해질 경우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제 세계 여론은 2월말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인 2차 미북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모종의 타결을 이뤄 북한이 경제대국으로 가는 길을 택하느냐, 아니면 핵보유를 고집하다가 가난과 빈곤의 길로 떨어지겠느냐, 세계는 북한의 판단을 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