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간부들의 특권 의식과 세도, 부정부패를 문제삼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북한 내부에서는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사상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왜 지금 시각에 간부들의 문제가 대두되었는가?
이에 대해 남한의 탈북자 단체장들은 최근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날로 강화되고 있는 대북제재로 민심이 악화되기 시작하자, 북한이 대내 결속용으로 간부 숙청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 그 배경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YTN 녹취> 북한이 간부들의 특권의식과 세도 부정부패 행위를 이적행위로 보고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이 녹음은 지난 10일 북한 노동신문이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적들을 돕는 행위로 낙인하고, 전쟁을 선포했다는 데 대한 남한 언론 보도입니다.
알려진바와 같이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1면 상단에 ‘일꾼들은 인민을 위하여 멸사 복무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노동신문 1면에 사설이 실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외부 사회에서는 북한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의 사설은 다른 신문사의 사설과 달리 북한 노동당의 대내외 정책의 기본 방향이 담기고,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당면 사안을 풀어내는 무게감이 있는 논설입니다.
더욱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아 노동신문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김여정은 김정은 선전과 선동을 진두에서 지휘하는 노동당 선전부의 중요 직책을 맡아 중앙텔레비전 방송과 노동신문 기사를 일일이 검토하고 편집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미국과 남한의 정보 당국자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기본 요구가 담긴 사설란에서 “우리 당은 이미 (간부들의)세도와 관료주의를 우리의 일심단결을 파괴하고 좀먹는 위험한 독소로, 적들을 도와주는 리적행위로 보고 그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 간부들은 혁명의 주요 동력입니다. 북한인구의 약 10%에 달하는 노동당원들 중에서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간부로 등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체제를 굳건히 떠받치는 북한 간부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북한 내부에서 또다시 간부 숙청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때를 같이해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 11일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고 북한 호위사령부 정치부 책임자가 수백만 달러의 미화를 몰래 소지한 혐의로 숙청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알려진바와 같이 호위사령부는 김정은을 가까운 거리에서 경호하는 약 10만명의 정예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매우 강력한 권한을 가진 '북한판 친위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는 지난 10일 김정은 체제 들어와 처형되거나 숙청된 고위간부는 421명에 달한다고 공개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지냈던 황병서가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으로 복귀되었다가, 다시 숙청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평안북도의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부패와의 전쟁 일환으로, 전체 간부들에게 자체검토요강을 하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자체검토요강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비판하는 일종의 자수 형식이지만, 진실로 비판하지 않고 나중에 드러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상검토는 북한 간부에 대한 검열을 빠르게 또는 광범하게 벌리는 데 이점이 있습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간부부는 인사권과 검열권, 처벌권 틀어쥔 기관으로 간부들의 비리를 찾기 위해 자체검토요강 지침을 하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간부 대열에 무시무시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까요?
이에 대해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북한이 간부들에 대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대북제재로 악화되고 있는 내수 경기를 살리고, 불만이 가증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악화된 민심의 예봉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북한이 미국에 대고 대북제재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미국이 미동도 하지 않게 되자,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내부 외화를 끌어내려는 유도책을 실시한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굳게 닫긴 주민들의 지갑을 열수 없게 되자, 부정부패로 살찐 간부들을 치는 것으로 나온 것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원산갈마반도 개발과 삼지연 개발 등에 온 나라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으며, 내부장식을 위해 많은 외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무역일꾼들, 중요 공장 기업소에서 생산을 통해 부를 쌓은 간부들이 첫 타깃(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의 탈북 지식인 단체의 NK 지식인 김흥광대표도 대북제재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다잡으려는 정치적인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흥광 : 부패라는 것은 사실 무역일꾼이라든지, 좀 큰 생산을 하고 있는 기관 기업소 지방의 간부들의 경우에 부정부패가 가능하지만, 밑바닥 간부들이나 공장가동률이 지금 25%정도 된다고 하는데, 생산을 하지 못하는 지배인 당비서가 뭘 부패하겠습니까, 적어도 저는 북한 사회의 기강해이 민심이반 등 북한 사회를 다잡으려고 하는 정치적 술수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대북제재로 인해 어려운 경제상황이 마치 간부들 때문에 비롯된 것처럼 주민을 기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흥광 : 지금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굉장히 높습니다. "이게 사기 아니냐"는 그런 불만이 팽배한데요. 왜냐면 그동안 북한이 내부 선전 강연을 통해서 '9월 9일부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첫날이 될 것'이라고 각인시켰단 말입니다. 김정은도 아마 남조선과 친하게 지내고 미국을 잘 얼려넘기면 엄청난 지원물자가 들어오고, 달러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받을 수도 있었어요. 자기들이 진정으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었더라면, 벌써부터 북한 주민들이 떵떵 거리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큰 경제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걸 안내려 놓으니까 지금 미국과 유엔이 한푼도 주지 말라고 하니까 김정은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북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화국창건(정권수립) 70주년이 되는 9월 9일을 크게 기념할 것으로 계획했으나,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흥광 대표는 현재 남한과 미국 등과 대화하는 상황에서 적이 사라졌다면서 가상의 적을 만들기 위해 간부들을 겨냥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흥광 : 적이 필요한데, 지금 남한도 적이 아니고, 미국도 적으로 규정하면 비밀이 새나가니까, 남조선 괴뢰도당을 타도한다는 것이 나와야 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한테 가상의 적 즉 부패한 간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간부들에 대해서 굉장히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지 않습니까,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간부들을 좀 더 각성시키고, 뭔가 잘해야하겠다 하는 공포 분위기 내지는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해이될까봐 그런 일환으로 저는 보고 싶고요.
김정은은 지금까지 대화하면서 핵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잘살게 된다고 선전해왔습니다.
하지만,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자신의 약속이나 구호가 거짓임이 드러나게 되자, 내부의 적을 치는 것으로 초점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남한의 한중대학교 김정봉 교수는 북한 김정은이 날로 심화되는 북한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억누르기 위해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를 뿌리 빼기는 어렵다고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북한 간부들은 한달 월급이 1달러 되기 때문에 부패를 저지르지 않고 월급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면서, 상납과 갈취로 뿌리내린 간부들의 부패를 막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강도높게 단속할 경우 북한 간부들이 이에 반항하기 때문에 김정은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국제적 고립과 폐쇄적인 경제로 민심이 악화되자, 1998년에는 간부들의 비리를 들춰 무대에 세워놓고 망신주기, 부정부패 폭로 등을 통해 간부들과의 전쟁을 통해 수많은 간부들을 내친바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 북한이 간부들의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