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회주의 전쟁’과 ‘비 비사회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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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이 요즘 쓰는 말 중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부쩍 늘었습니다. 1년전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비사회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하더니, 얼마전에는 간부들을 상대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자국민을 향해 듣기에도 섬뜩한 전쟁이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일탈현상이 심각하고, 이를 통제하는 척하며 뇌물을 챙기는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최근 나온 탈북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주민들을 치고, 다음에는 간부들을 치는 식으로 내부 통제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북한의 적은 누구고 동력은 누구인지,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매체 녹취> 우리 사회주의 혁명 진지를 허무는 매우 위험한 작용을 한다고 하시면서, 바로 여기에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엄중성과 해독성이 있다고 강조하시였습니다.

이 녹음은 2년전 2017년 12월 26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5차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한 연설 내용입니다. 이 연설이 나간 다음 북한 청년동맹 등 단속기관은 규찰대를 조직해 비사회주의 현상을 뿌리빼겠다고 사실상 주민을 상대로 ‘범죄와의 전쟁’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언론의 분석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YTN 녹취> 비사회주의 현상을 섬멸해야 한다. 이 발언은 어떤 의미로 봐야 됩니까? 이게 당세포위원장 회의라는 곳에서 한 말인데 다양한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뒤, 지난해 12월 10일에도 이와 비슷한 지시가 내려졌는데요. 하지만, 대상은 달랐습니다. 이른바 간부들을 향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겁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적들을 돕는 이적 행위”라고 낙인찍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비사회주의를 단속하라고 권한을 줬더니, 더 큰 비비사회주의를 감행하더라 이말이 되겠습니다.

<YTN 녹취> 북한이 간부들의 특권의식과 세도 부정부패 행위를 이적행위로 보고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1면 상단에 ‘일꾼들은 인민을 위하여 멸사 복무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우리 당은 이미 (간부들의)세도와 관료주의를 우리의 일심단결을 파괴하고 좀먹는 위험한 독소로, 적들을 도와주는 리적행위로 보고 그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 당국은 주민과 간부들을 번갈아 가면서 치고 있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을 떠나온 북한군 출신 탈북자는 “북한 내부에 외부 문화가 통제를 하지 못할 정도로 만연됐다”면서 “전쟁만큼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전투라서 전쟁에 비유한다”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우선 한국 드라마, 뮤직 비디오, 음란물 동영상이 상당히 많이 퍼졌다고 합니다.

이 탈북남성은 “북한 젊은층 속에서 암암리에 한국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 등을 보고 저마다 한국 말씨를 쓰고 달러를 써야 노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음란물 동영상은 10대 아이들속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외국문화 단속기관인 109 상무조가 아무리 단속해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음란물 영상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을 통해 밀반입된 음란물 영상이 가득이 들어 있는 16기가짜리 USB는 50달러, 최신판은 200달러에 거래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영상도 밥술이나 먹는 집 자식들이 보기 때문에 대부분 간부집 자녀들이 본다고 보면 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탈북민에 따르면 이러한 음란물 영상을 본 10대들이 유사행위를 벌이고, 그것을 찍어 유포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요즘 북한의 젊은 여성들이 30세 이전에는 결혼을 잘 하지 않는다”며, “일부는 성매매로 돈을 벌어서 장사비용과 결혼 준비를 마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문란해진 사회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2017년 11월에는 “피임약을 판매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포고문까지 발표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김정은은 2017년 12월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를 소집하고, 사회에 만연된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빼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에는 사회에 만연된 비사회주의 현상을 적라라하게 폭로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비록 이 영상이 중앙텔레비전 방송 전파를 타지 않았지만, 내부 제보자가 손전화로 찍어 외부로 유출시키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북한영상 녹취] 혁명적인 사상문화로 비사회주의적이고 퇴폐적인 사상문화를 깨끗이 쓸어버리자!

북한은 청년동맹과 노동당, 보위부, 보안성, 검찰소 등 단속기관을 조직해 단속에 나섰습니다. 영상에 따르면 북한 청년동맹 규찰대들은 여성들이 바지가랑이를 좁게 입고 다니는 행위, 머리를 염색하고 곧게 펴고 다니는 행위를 강력히 단속한다고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간부들, 단속원들 속에서 비비사회주의 현상이 노골적으로 나타나 오히려 주민들 속에서 불만을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시의 어떤 규찰대는 길가는 10대 여성을 불심검문하고 대답을 잘하지 못하자, 원산갈마반도 해양관광지구에 한달동안 강제노동을 보내는 등 헤프닝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렇게 끌려가는 주민들은 대부분 힘이 없거나 빽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즉, 돈있는 자는 무죄고, 돈없는자는 유죄라는 말입니다.

본인이 단속당했을 때 담배 막대기나 달러를 고이지 못하면 영낙없이 끌려가 노역을 치뤄야 한다는 게 이 탈북남성의 증언입니다. 대부분 돈과 빽이 있는 자녀들은 풀려나게 되고 없는 자녀들은 강제노동 등 노역에 시달리게 되는 운명에 처해진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비사회주의를 단속하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간부들을 가리켜 비비사회주의를 한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40대의 탈북여성은 북한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거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깜짝 놀랐다면서 그 가족은 보위부의 협박을 받고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여성은 심지어 북한 보위성과 보안성 등 권력기관 종사자들은 탈북자의 가족을 볼모로 잡고, “조국의 륭성발전을 위해 함께 일해보자”라는 식으로 탈북 가족들과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단속기관원들도 열악한 배급에 의존하다보니 비사회주의에 굴복한 셈이라고 그 여성은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북한이 간부들에 대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대북제재로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한 북한주민들의 가증된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한차례의 미북정상회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는 풀리지 않고 북한주민들의 인민생활은 쪼들리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됐다는 것입니다.

<탈북 남성 음성 녹취> 북한에 단속기관이 많지 않습니까, 단속기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주민들을 조이려고 하고, 주민들은 피하려고 하다가 피할곳이 없으니까, 반항하게 된단 말입니다.

남한의 탈북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현재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지난해 김정은의 약속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불만은 굉장히 높다”면서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더욱더 생활에 쪼들리게 되면서 김정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남성은 “정작 한국에 나와보니 북한이 더 심한 자본주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한번은 주민을 치고, 다음해에는 간부들을 치는 식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북한 당국의 적은 실제로 북한 내부에 있다”면서 “남한과 미국 등 외부사회에서는 북한인민을 살리는 실제적인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며 “통일이 된 다음 ‘노예생활을 연장을 시킨 주범’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남한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실제적인 지원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1년전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비사회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하더니, 얼마전에는 간부들을 상대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