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인권이란 말조차 꺼내기를 주저했던 북한 주민들 속에서 ‘인권침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보안원을 비롯한 권력기관 종사자들에게 대드는 현상까지 나온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북한에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개인사업권을 가진 상인들 속에서 ‘사유재산’은 신성불가침이라는 의식도 제고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북한 당국도 “가혹한 인권침해를 삼가하라”는 내부지침을 보안성과 보위성 등 권력기관에 포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50대 탈북 남성 음성녹취>:사람들도 악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보안원들과 막 싸운단 말입니다. 보안원들도 잘못하게 되면, 이제는 자기네 입으로도 "아, 이거 뭐 인권이 어떻고 자기가 떨어진다"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별도 떨어지고, 제대되는 것도 많으니까, 사람들이 그걸 알아서 이제는 거꾸로 역습한단 말입니다. 중앙당에도 신소하고, 너죽고 나죽고 해보자고 하면서 (보안원들과) 길바닥에서 막 싸우고 있단 말입니다. 보안서에서도 이제는 구타하고, 사형하던 것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 녹음은평안남도 지방에서 살다 지난해 말 남한으로 이주한 50대 탈북남성의 증언입니다.
북한 남성은 “이제는 장마당이나 도로 등에서 북한 보안원들의 단속과 뇌물 상납 요구에 공공연히 대드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 졌다”면서 “가뜩이나 대북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데 그동안 참아오던 주민들의 분노가 분출하는 단계”라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남성은 “같은 업종의 상인들끼리 보안원들의 단속에 공동대응하거나, 보안원의 비리를 미리 장악하여 군당이나, 시당, 심지어 중앙당까지 신소하는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이러한 대응이 먹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쉽게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뇌물을 요구하는 대상에 대한 신상정보와 뇌물 액수와 시간, 장소 등 증거물을 확보하고, 단속할 경우, 노동당에 신소를 올리고, 실제로 단속을 일삼다가, 제기되어 별을 떼우고 철직당한 보안원들도 적지 않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때문에 보안원들 속에서도 “이거 인권침해에 또 걸리는 것 아니냐?”면서 두려운 목소리가 나오고,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약탈하는 행태를 삼가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신장을 요구하는 북한 주민들의 욕구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한층 강화되었고, 공권력에도 맞서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한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엔케이가 2006년 공개한 북한 내부 동영상에는 황해북도 사리원 인근 도로상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던 북한 주민들이 강압적으로 차를 세우려고 하는 보안원에게 집단적으로 항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 상인들의 대응은 북한 정권을 묘준한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보안원, 보위원 등 권력기관 종사자 개인들에게만 국한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도 보안성, 보위성 등 권력기관에 “가혹한 인권침해를 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탈북 남성은 “한 실례로 유엔에서 계속 인권문제를 떠들기 때문에 북한도 귀를 막을 수 없진 않는가?”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안성이 자행하는 공개처형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보안서 구류장에서 구타하는 현상도 적어졌다는 것입니다.
북한 구류장 경험이 있는 미국에 나온 한 탈북자는 “북한 구류장 계호원들이 자기들이 때리지 않고 죄수들끼리 서로 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쩍하면 ‘난 인권침해를 하지 않았다’고 죄수들에게 확인시키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신소처리과에서는 제기된 보안원 등 권력자들을 심한 경우, 해임철직시키는 방법으로 소위 주민들의 ‘인권보호’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자, 북한 보안원 보위원 등 권력자들 속에서는 생활난을 가증되고, 정복을 벗고 장사를 하겠다는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회령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탈북자 김동남씨는 “농촌동원 되는 보안원들이 인민폐 100위안이 없어서 정복을 벗겠다는 불만도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김동남 : 회령시에서 경찰들도 예전에는 없었는데, 농촌지원 나가는 안나가는 사람들은 인민폐 100위안씩 바쳐야 하는데, 그 100위안이 없는 보안원들이 수두룩하거둔요. 그러니까, 에이 씨, 이거 바지(정복) 벗는게 낫겠다는 불만이 나온대요.
과거에는 북한 여성들이 보안원들과 결혼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보안원을 택하는 여성들이 많이 적어졌다고 김동남씨는 말했습니다.
김동남 : 왜 시집 안 가냐고 했더니, 그 시집갔다가 나중에 사회가 변하게 되면 그때는 가해자가 되지 않습니까, 보안원들이 말은 하지 안하지만, 이제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권력자들의 인권침해를 반대하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외부 사회에는 민주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까지 경제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상관론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인 시모어 마틴 립셋 (Seymour Martin Lipset)은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규재 대표/펜앤 마이크 녹취] 아주 고전적으로는 세모어 마틴 립셋이라고 하는 미국의 정치학자가 제안했던 논리가 있습니다. Comparative politics (비교정치학) 민주주의가 진행되는 것과 경제성장이 높아지는 것과 정확한 정의 관계가 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가 심하되면서 경제성장도 되는 그게 아주 비례적인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회에서 민주화의 요구가 성숙되려면 어느 정도의 경제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소립니다.
예를 들어 남한의 민주화의 기폭제가 됐던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에 한국 국민의 1인당 소득은 3,321달러였습니다. 현재는 3만달러가 넘었습니다.
1989년 소련 및 동구라파 사회주의 나라들에서 민주화 열풍이 불 때도 다수 국가의 국민소득은 2,500~4,0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9년전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있었던 ‘아랍의 봄’ 혁명때도 튀니지의 1인당 국민소득은 3,720달러, 이집트의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2,450달러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경험을 북한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남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6만원(약 1,300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남한 국민의 1인당 소득에 비해 23배나 적은 숫자입니다.
또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은 정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랍의 봄’ 혁명이 확산되게 된 주요 원인은 휴대전화와 SNS, 즉 소설네트워크였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설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한 곳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370만명을 넘어섰지만, 소설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 경제발전이나 정보통제 등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신 최근 북한에 자영업자가 크게 확산되면서, 개인 사유재산을 지키려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간부출신 탈북인은 “북한의 개인 사업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과거보다 자기 재산을 지키려는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국가가 사유재산을 빼앗으려고 하면 항거할 기세를 보였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에 개인창업을 장려하는 바람이 불면서 창광원과 안마실, 사진관 등 개인들이 운영하는 사유기업들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평양시와 신의주시를 비롯해 전국의 도시에 널리퍼진 개인 사업을 막거나 통제할 경우, 북한 주민들의 집단적인 항거에 부닥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습니다.
북한 상인들은 “2009년 화폐개혁때처럼 국가적인 몰수는 앞으론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강한 불만과 반항심을 표출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북한 주민들 속에서 ‘인권보호’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데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이상 RFA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