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갑질 대남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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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요즘 외부사회에서는 ‘갑질’ 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갑질이란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갑’이 질이 안좋은 행동을 할 때 “갑질한다”고 말합니다.

보통 권력자들이 약자인 을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때, 그리고 여성을 희롱할 때 쓰는데요. 하지만, 요즘 인터넷상에는 “북한의 갑질을 못봐주겠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북한이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남북문화합동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한국 시민들이 이를 갑질에 비유한 것입니다.

남북이 다 합의해놓고도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례는 현송월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예술단 사전 점검단의 한국 방문때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합의사항을 취소했다가 번복하고, 또 취소하는 행동을 보이자, 남한의 젊은 세대들 속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북한의 ‘갑질 대남외교’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운드 바이트>

이 녹음은 북한이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하겠다고 29일 밤 늦게 통보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일방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남측 언론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우리가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나선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삼았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북한이 갑질한다”며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에는 “북한은 왜 잘 삐지고 변덕스럽나?”라는 글이 올라오고, 평소 수십개 정도 달리던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현재까지 11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은 “언론 독재국가인 북한이 남한 언론의 자유를 시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비록 북한이 남한 언론을 문제삼아 남북합의를 무산했다고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효과를 얻어내는 북한의 전형적인 대화전술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렉 스칼라티우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북한이 평창에로 쏠리는 세계의 눈길을 평양으로 돌려 시각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티우 사무총장: 양쪽에서 단기적인 목표가 있지요. 한국에서는 단기적인 목표가 있습니다. 일단 한국의 단기적인 목표는 성공한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올림픽이 성공하려면 장애물이 두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너무나 추운날씨 때문에 선수들과 관객들이 고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여도가 낮아지고, 두번째 장애물은 김정은 정권입니다. 그래서 교류를 해서 북한의 잠재위협을 없애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장기적인 목표는 외화벌이와 체제선전입니다.

한국정부는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해 미국측에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올림픽 기간에는 남한에서 어떠한 군사훈련도 벌이지 않게 됐습니다.

통상 2월이 되면 미국과 한국은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독수리훈련을 진행합니다. 올해도 예정되었지만, 2~3월은 올림픽 기간이기 때문에 4월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2월8일 올림픽을 하루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을 단행할 예정입니다. 그것도 세상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이 북한 열병식에 묻혀버리게 됐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게 됐습니다.

이는 상대의 약점을 잡아, 판을 깨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끌고가는 북한의 전형적인 대화전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북한은 열병식에 역대 최대 규모인 5만명 인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장비 등을 선보일 것으로 한국 국방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계 평화축제인 평창올림픽의 정신과 상반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근 700여명의 선수단과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을 파견해 체제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북한이 올림픽을 통해 자신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가리고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티우 총장: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기회이지요. 지난 몇 년 동안 유엔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 북한 정권에 의한 비인간적인 반인류 범죄를 계속 보고 해왔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이웃나라들을 계속 위협하고 동북아 평화, 세계의 평화를 계속 위협하고 있고 주민들을 굶기면서 무기를 개발해왔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예술단이 남한에서 공연할 때 체제 선전용 가무를 줄이는 대신 서구풍의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남한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 지식인연대’ 김흥광대표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김정은이 돈만 있으면 중국에서 얼마든지 사올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쓰는 악기가 일본제나 미국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아마 남한에서 쓰고 있는 악기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마이크, 음향설비 등을 미제로 좀 쓰자 이렇게 좀 뻐기는 거죠.

지난 달 북한 공연예술단 사전 점검차 서울과 강릉을 방문했던 현송월은 “미국제 음향기기가 없는가?”고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의 한 탈북민은 “현송월이 평양의 지시가 없이 남한에 내려와 미국 음향기기를 찾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로 전파되는 상황에서 미국제 음향기기를 찾았다는 것은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송월이 미국산 음향기기를 찾는 모습을 통해 미국인들 속에 대북 여론을 바꾸려는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갓 출범한 2012년에 북한은 최초로 미국 디즈니랜드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를 선보이고 서구풍의 무용도 무대에 노출한 바 있습니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세계명곡이나 미국 스포츠, 미국 상품에 대해 잘 아는 김정은이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과감한 노출을 시도할 수 있다고 관측입니다.

이렇게 해서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자신들의 무대로 장식하고 싶어한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내부 주민들에게 핵을 가졌기 때문에 남한도 굽신거린다는 선전을 대대적으로 할 것이고, 외부에 대고는 핵을 보유한 평화애호적인 국가라는 이미지를 덧칠하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갑질’ 대남전술은 한국사회에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금강산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한국 시민들은 “우리가 언제까지 당해야 하는가”고 반응하면서 “국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미온적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김정은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20대와 30대 등 젊은이들이 즐겨쓰는 SNS, 즉 사회관계망에서는 김정은의 사진을 훼손하고, 인공기(공화국기)를 불태우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남한의 조선일보가 최근 동향을 보도했습니다.

잠시 영상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유트브 동영상 녹취>

이 사진 태우기 운동은 현송월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시발점이 됐습니다. 일부 시민단체가 현송월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환대에 불만을 품고 서울역광장에서 김정은과 인공기를 불태우는 의식을 단행하자, 경찰이 ‘명예훼손죄’로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이를 본 시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는데요.

자신을 20대 청년 대학생, 유치원교사, 가정주부라고 소개한 젊은 세대들은 얼굴을 직접 공개하고, 김정은 사진 훼손 운동을 단행하고 있다고 한국언론은 보도했습니다.

현재 해외동영상 사이트인 유트브에 “2030세대의 반란”이라고 올려진 동영상은 조회수가 10만명이 넘었습니다.

북한과 달리 자유국가에서는 민심이 변하면 정부도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사회관계망을 통해 확산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700명의 응원단과 선수단, 예술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20, 30대의 분노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될 것”이라고 미국의 한 탈북민은 예상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갑질 대남외교’로 한국과 세계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이상,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