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17일동안 전세계가 울고 웃었던 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지난 25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남북이 함께 해서 평화올림픽이었다는 일반 평가 뒤에 ‘정치올림픽’이었다는 냉혹한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은 올림픽에 약 500명이 넘는 인원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그리고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대남부위원장을 번갈아 내려보내면서 세계언론의 조명을 가로챘다는 비평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올림픽 폐막식에 대남공작 총책임자를 내려보내 오히려 남한사회에 부정적 영향만 증폭시켰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김영철을 파견했는지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모임 녹취>: 천안함 46용사 유가족에게 참을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안겨준 김영철의 방한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구호소리)없다, 없다.
지난 2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한국땅을 밟자, 남한 사회가 들끓었습니다. 남한 사회 각계의 반대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남한 정부도 국민들에게 ‘대승적 견지에서 (김영철 방남을)이해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야당 정치권과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등은 김영철의 방한을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김영철은 남한에 내려올때와 올라갈 때도 남한 국민들과 천안함 희생자 가족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남한에서는 김영철을 천안함을 폭침시킨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2010년 3월 남한의 해군경비정 천안함이 어뢰를 맞고 바다물 속에 침몰됐고, 46명의 젊은 해병들이 숨졌습니다.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스웨덴, 영국 등 5개국으로 구성된 국제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됐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김영철은 2010년 11월에 있는 연평도 포격사건의 주모자로도 낙인찍혔습니다. 그리고 2013년 한국 정부기관과 농협은행 등에 대한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주범으로도 되었고, 2014년 미국의 소니픽쳐스 영화사가 해킹당한 사건도 김영철이 주도한 것으로 미국정부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김영철이 한국과 미국에 미운털이 박힌 것은 그가 북한군 정찰총국장으로 있었던 시기에 발생한 도발이기 때문입니다.
북한군 정찰총국은 김정은 시대의 대남 공세적 압박을 위해 노동당 산하 작전부와 35호실, 대외연락부 등 대남공작기관을 흡수해 조직된 특수부대입니다.
실제로 김영철은 2009년부터2015년까지 정찰총국을 맡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미국 소니픽쳐스 해킹사건, 2015년 목함지뢰사건 등 굵직한 대남도발을 수행함으로써, 충성도를 인정받아 지금의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올랐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이러한 도발은 김영철 독단으로 실행할 수 없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허가 없이 포탄 한발 쏠 수 없는 수령유일 체제인 북한에서 김영철도 ‘돌격대’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김영철도 남한 여론이 자신을 주범으로 모는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방북자들을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남한 여론이 악화되었다는 알기 때문에 김영철은 한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고, 방남 이틀째날에는 호텔에서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한국 언론의 반응을 들으시겠습니다.
<사운드 바이트>
그러면 왜 북한은 미국이나 남한이 가장 싫어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평창올림픽에 파견했을까요?
이와 관련해 안보 전문가들 속에서는 북한이 올림픽에 대남도발 총책을 내려보낸 것은 당초 대화의도가 아니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덕민 전 남한국립외교원장의 말입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 (김영철은) 미북 대화용은 아닙니다. 만약 대화를 원했다면 김영철을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 사람은 대남 총책이지,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미국과의 대화가 필요했다면, 최룡해 노동당 부장과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 외교 관리가 내려오는 게 맞지만, 대남공작 수장이 내려온 것은 대화자세가 아니였다는 겁니다.
익명의 안보 전문가는 “북한 김정은이 김영철을 파견한 것은 김여정이 당한 수치를 만회하기 위한 대용카드였다”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평창올림픽 개막에 내려온 바 있습니다. 김정은의 특사로 내려온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김여정은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두동강난 천안함을 돌아보고 4명의 탈북민들을 만나 북한을 겨냥해 “자국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펜스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북한 김여정은 평창올림픽기간 미국 부통령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펜스 부통령의 강력한 태도 때문에 2시간 전에 접촉의사를 포기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가리켜 “최고 존엄을 중상모독 했다”고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불만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은 2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펜스 부통령이 김여정을 가리켜 ‘독재정권’이니, ‘사악한 정권의 중심기둥’이니 하며 감히 신성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우리의 축하사절들을 터무니없이 헐뜯어대는데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할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중상모독하는자들에 대하여서는 그가 누구이든, 지구상 그 어디에 있든 끝까지 찾아내여 무자비하게 징벌해버리고야 마는것이 자기 수령, 자기 제도와 운명을 같이하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기질이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최고존엄’은 김여정을 가리키며, 펜스 부통령에게서 당한 수치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이 김영철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입니다.
남한의 외교 전문가는 북한 김정은의 치기어린 행동, 즉 성숙하지 못한 판단과 대북 국제압박에 대한 조급함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철은 평창올림픽 폐막식 이후 서울의 최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언론은 김영철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가 바깥 출입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남한 언론은 천안함 폭침 주범에게 국빈급 대우를 해주고 있는 남한 정부에 대한 비난이 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남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 속에서도 비난이 커지고 있다고 한국 언론은 전했습니다.
김영철은 호텔에서 남한 정부 고위당국자들과 만나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핵문제는 북한에서 김정은 외에는 그 누구도 결론할 수 없기 때문에 김영철의 입장표명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입니다.
문성묵 남한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의 말입니다.
문성묵 : 미국과 국제사회 요구에 호응하지 않고는 해법은 전혀 없다, 라는 판단을 김여정이나 김영철이 분명 보고 돌아가서 김정은의 결심을 유도할 수 있다면 정말 소중한 분명 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면 역시 김정은 비핵화에 관해서는 일체 움직임이 없이 결단이 없다면 결국 지금의 상황이 더 늦어질수 밖에 없는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제재가 작동하지 않으면 북핵 해법의 2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 그 카드를 꼭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켜 볼것입니다. 만약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2단계 국면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2단계는 아마도 매우 거친 일일 것이고 전 세계에 매우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2단계 카드는 대북군사행동을 의미한다고 전했고, 또 일부 언론은 북한 선박을 원천 차단하는 해상봉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김영철이 방남하기 바로 전날인 23일 선박과 운송회사 등 56개 대상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올림픽 이후 미국의 제재 압박 행보는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고 세계 언론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왜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을 내려보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상,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