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구하는 개방경제 모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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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과 핵폐기 담판을 진행하는가 동시에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과 5월에 중국을 두차례 방문하고, 습근평(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개혁개방을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때를 같이해 대규모 노동당 간부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식 개혁개방을 배우러 왔다”고 공식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모델로 삼을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이번에는 북한이 진짜 개혁개방을 할지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시간에는 북한이 추구하는 경제개발모델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사운드 바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경제를 개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발언은 이른바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이제부터는 경제건설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외신은 평가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서는 중국 경제개방의 모델로 꼽히는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 중관촌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의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는 이곳을 방문해서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5월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항구도시 대련시를 방문하고 글로벌 물류 중심항구 도시로 발돋음한 개혁개방의 산 현장을 직접 답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각도의 도당 위원장들이 중국 곳곳을 답사하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배우러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보낸 사찰단은 경제일꾼들이 아닌 노동당 간부들이었습니다. 중국처럼 공산당 중심의 개혁개방을 따라배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중국은1980년대 초 등소평의 개혁개방 선포를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경제를 발전시켜 현재는 세계적으로 경제규모가 두번째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어떤 경제개발 모델을 추구할까요?

김정은은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고,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철회하고,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북한은 그 일환으로 앞으로 모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로 나오는 첫번째 수순으로 국제적 신뢰를 쌓겠다는 의미로 풀이되었습니다. 우선 핵을 없애야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고, 외국자본이 마음놓고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는 미북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7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목적을 달성하면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 김정은 위원장은 계속해서 북한을 통치하게 될 것이고, 북한은 부유해질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엄청나게 부지런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을 언급했는데요. 미국은 지난 70년동안 한국이 빈곤한 국가에서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국민의 연간 소득은 미화 3만달러 수준이고, 북한 주민의 연간 소득은 1천 달러에 불과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거부하는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이라는 새로운 비핵화 공식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한국처럼 경제번영을 도울 수 있지만,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채찍도 들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미국과 대화하고, 시진핑 주석을 두번이나 만나고,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도 두차례 만나는 등 급박하게 대화를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어떤 경제모델을 도입할 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과 베트남식 모델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여전히 공산당이 집권하는 독재국가들로, 북한도 이 나라들의 뒤를 따라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한때 미국과 전쟁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위해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고, 국제무역기구에도 가입하는 등 국제사회에 편입되었습니다.

북한 김정은도 할아버지때부터 내려온 핵문제를 끝장내고, 자신은 젊은 세대답게 나라를 발전시켜보겠다는 의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핵을 가지고 있어도 쓸데가 없기 때문에 실리를 따져 포기할 수도 있지 않냐는 기대를 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방하자면 외부정보와 자유로운 이동, 사상 개방이 이뤄져야 합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공산당 독재국가지만, 사람들은 미국영화나 한국 영화 등 자본주의 문화를 마음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또 이 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직장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외국 여행도 할 수 있고 외국에 나가 살 수도 있습니다. 또 주 생활총화나 강연회와 같은 사상생활도 극히 적게 하거나 관심없는 사람들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의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단물만 빠는” 이른바 개성공단식 경제개방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지냈던 태영호 전 공사는 얼마전 한국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인 “3층서기실의 암호” 출판기념행사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식 경제개발’을 추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태영호 공사 : 저는 앞으로 김정은이 갈 길을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아니라 바로 개성식 경제개혁, 단절모델형입니다. 단절모델형으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태 전공사는 “북한은 외부정보접근 차단,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 금지, 세번째로 모든주민들을 정치생활에 망라시켜 철저한 감시 통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시스템”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체제유지의 기본 근간인 ‘3불 원칙’ 즉, 정보차단과 자유로운 이동금지, 억압적인 정치사상 생활을 통해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서 그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될 때 주민들이 금강산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통제구역을 만들고 한국 관광객들을 받아들였습니다.

한국 관광객들만 받아들여 금강산을 구경시키고, 먹고 자는 공간을 만들어 돈만 벌었던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남한 기업들로 하여금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게 5만명의 근로자들을 개성시로부터 버스로 출퇴근하게 만들었습니다.

원래 개성공단 근처에 북한 근로자들이 거주할 수 있게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남한 기업인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멀리 개성시에 거주하게 만들었다고 한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현재 김정은은 원산관광지구를 개발하는 데 관심을 부쩍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원산해양관광지구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지구처럼 통제구역으로 만들고 외국인들을 끌어들여 외화만을 벌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가 하는 것도 의문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사회주의 열차에 자본주의를 태우라”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즉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방식을 받아들여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외개방을 연구하기 위해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전문가들이 스위스와 독일,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같은 발전된 나라들에 파견되어 기술과 경험을 배우고 돌아와 개방을 시작했으나, 북한 노동당과 국가안전보위부 등 권력 보수층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이들 전문가들은 반당 분자, 간첩으로 몰려 대대적인 숙청을 당했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대외 개방을 진두에서 지휘했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처형되면서 북한에서 시도했던 개방전략은 찬서리를 맞았습니다.

미국 동북아 전문가 고든 장 변호사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방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고든 장 변호사 : 김정은이 구상하고 있는 경제발전은 대부분 실현 불가능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이나 통제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혁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다만, 그는 제재 때문에 경제를 개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김정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반응한다고 해도 놀라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씨 정권의 절대적 권력을 강요하는 유일권력을 내려놓지 않는 한 경제개방 정책은 시련이 많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북한에서 시도하고 있는 경제개방이 과연 실현될것인지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