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비핵화협상을 벌이고 있는 북한이 최근 비밀리에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제작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의 비밀스런 움직임을 두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다시 강경모드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이에 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음성녹취>: 북한이 비밀리에 ICBM을 만들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평양의 외곽에 위치한 산음동. ㄷ자로 생긴 공장 주변에 북한의 대형 트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미국 정찰 위성에 포착됐습니다. 빨간 색 차량은 북한의 대륙간탄도 미사일 화성 14형, 15형을 실어나르던 장거리 대차로 보입니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30일 미국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평양 외곽에 있는 산음동의 한 대형무기 공장에서 액체 연료로 추진되는 장거리미사일을 조립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무기 공장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화성 15형을 조립한 공장으로 한미 정보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사일 공장에서 대형 트럭이 오가고, 공장이 재가동된 점으로 미뤄 북한이 최소 1기 이상, 아마도 2기 정도의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제작했을 것으로 외신은 전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미국과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노재천 합참 공보실장: 한미공조하에 북한 주요 지역에서의 관련 동향들과 활동들에 관해서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지난달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미북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핵물질을 계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북한이 계속적으로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들은 계속적으로 핵물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조미사이에 평화적인 분위기가 마련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와중에도 핵과 미사일 제작 움직임을 노출시키고 있을까요?
얼마 전 북한은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앞 게시판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만나는 사진을 크게 내거는 등 미북관계 진전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북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협상수단으로 핵물질 제조와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조립 움직임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성한 시카고 민주평통 북한인권위원장의 말입니다.
김성한 위원장: 김정은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위한 것일뿐이지, 핵을 포기하려는 것도, 비핵화를 하기 위해 미국과 친하게 지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체제를 포기하거나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동창리 서해 미사일발사 기지를 해체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국을 공격하기에 서투른 기지입니다. 지금은 전부 이동식 발사대로 공격하게 됩니다. 그것도 북중 국경지역에서 미국을 향해서요, 어디서 공격하는지 모르게 합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기지 폐쇄도 사실상 미국 정보자산의 표적이 되어 이곳에서 발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해체 쇼를 보이는 것”이라며 “현실적 가능성이 떨어진 카드를 버리는 데 불과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화성 15형 장거리 미사일 제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북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고 김정봉 한중대학교 석좌교수는 한국 언론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미북협상에서 ‘종전선언’ 채택이 우선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6~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직후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종전선언을 빨리 발표하는 것은 조미 사이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라며 주장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 측은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비핵화 신고대상과 시간표를 먼저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측의 입장과 맞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북한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카드를 노출시킴으로서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모처럼 마련된 협상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그런 모습도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남한 국민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전제한 뒤, 현재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까지 시간끌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 협상에 나서는 척 하는 제스처라는 겁니다.
대부분 미국과 남한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다시금 강경모드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북한의 핵위협은 더는 없다”고 언급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았다고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 강경노선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노선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강경파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29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필요하다면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그들에게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14대를 일본의 미군 기지에 한달간 잠정 배치하는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북 군사적 압박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평양 상공을 휘젓고 다니던스텔스 폭격기 F-117도 다시 한반도 인근지역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 공세도 다시 펴고 있습니다.
일명 ‘밤을 나는 매’로 알려진 F-117는 10년전 퇴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시 한반도 지역에서 폭격훈련을 벌였다고 한국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전략 목표물이 수백곳이 있기 때문에 힘의 절대적 우위를 위해 ‘잠자던’ F-117까지 동원시키고 있다고 김정봉 한중대학교 석좌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김정봉 교수: 왜 그러냐면 북한에 현재 전략 목표물이 700여개가 있습니다. 그것을 축소해서 핵미사일 기지만 200~300여곳이 있는데, 이것을 동시에 공격하자면 엄청나게 많은 스텔스 기와 공군 전력이 필요한데 미국입장에서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한꺼번에 공습해야만 북한이 꼼짝도 못하고 반격을 못하기 때문에 현재 죽었던 F-117스텔스기까지 동원하여 공습을 준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텔스 폭격기 F-117는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도 “평양을 갔다왔다”라는 공포의 대명사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F-117 스텔스 전투기 조종사 마이클 드리스콜(Michael Driscol) 대위는2005년 퇴역을 앞두고 미국 군사전문지 ‘에어포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수행한 임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정일 독재정권이 통치하는 북한 영공을 휘젓고(buzzing) 다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잠자는 매’를 다시 불러들인 미국, 1994년 평양상공을 휘젓고 다니던 스텔스 전투기가 다시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제작 움직임이 미북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