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 바로 청취자 여러분이 살고 계신 북한입니다. 내부 문서를 통해 오늘이 북한을 만나보는 [문서로 보는 북한] 진행에 안창규입니다. 오늘도 김지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기자]안녕하세요.
[진행자]지난 시간에 이어 법률출판사가 발행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마약관리법> 책자를 다뤄보겠습니다.
[김지은 기자]이 책자가 발행된 2010년대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국제적으로 심각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에 대해 재배와 제조, 수출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나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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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지난 시간 살펴봤지만 북한 당국의 대규모 양귀비 재배와 화학 공장의 필로폰 생산은 마약이 주민들 생활에 스며들게 했습니다. 특별한 죄책감 없이 널리 사용됐는데요. 북한 당국도 이런 상황에 대한 경각심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 불법 제조, 밀매, 사용 등에 대한 처벌에 대한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는데 2004년과 2013년 등 수차 형법을 개정해 마약 범죄 처벌 수위를 높였고 2021년에는‘마약범죄방지법’을 새로 제정했습니다. 일반 형법에 마약 불법 제조와 밀매를 처벌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만, 2021년 7월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 정령으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한 것인데요.
김 기자가 입수한 자료는 2010년대 제정된 마약 관리법인데 사실 이 법도 2003년에 처음 제정된 후 2005년에 한 번 개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책자에서 다뤄진 해당 법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지은 기자]우선 책자에서는 마약을 '만성적인 중독 및 습관성 현상을 일으키고 정신 육체적으로 여러 가지 이상 현상을 나타내는 마약원료식물 같은 천연 및 합성 물질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마약의 생산과 공급에서는 ‘마약 생산이 치료, 교육, 과학연구사업으로만 제한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문서에만 명시됐을 뿐 북한에서의 마약 생산은 그 범위를 넘어섭니다.
문서에서 ‘제9조(마약의 생산허가기관)에 인민경제계획에 따라 마약을 생산하려는 기관, 기업소, 단체는 생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의료예방부문에서 마약생산허가는 중앙보건지도기관이, 수의방역부문에서는 마약생산허가는 중앙농업지도기관이 한다. 마약원료식물의 재배는 내각의 통일적인 지도 밑에 한다’고 각각의 담당 기관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또 ‘수출과 수입도 무역 질서, 국제 질서에 맞추어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생산량이 방대하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부분도 있습니다. 제 28조 (마약의 호송)에서는 ‘마약을 수송하는 기관, 기업소, 단체는 호송원을 붙여야 한다...(중략)...많은 량의 마약을 수송하려는 기관, 기업소, 단테는 인민보안기관에 마약의 호송을 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제25조 (마약소개선전금지)에는 ‘마약 소개, 선전을 금지한다’고 밝혔으며 제4장 마약의 수출입 제50조 (마약의 수출입기관)에서는 ‘마약의 수출입은 중앙보건지도기관의 승인을 받은 기관, 기업소, 단체의 무역회사가 한다. 중앙보건지도기관의 승인을 받은 무역회사는 마약의 수출입을 국가의 인민경제계획에 따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마약의 특징 '국가 주도형'이자 '생활형'
[진행자]북한의 마약 문제를 외부에서 보면 다른 국가들과 다른 몇 가지 특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수십 년간 이어지는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해 '생활형'이라는 점. 그리고 보통 마약 생산과 판매 등은 범죄 조직이 동원되는 조직형 범죄인데 북한의 경우 국가가 주도했다는 점도 다릅니다.
[김지은 기자]북한에서 마약은 국가의 재화죠. 그리고 북한의 마약은 '생활형'이라기 보다 '생계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에서 본격적인 국가 주도의 마약이 생산된 시기는 1980년대 중반 이후로 보는데요. 국제 사회에서는 외교 문서 등의 증거를 통해 북한이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마약을 중개 판매하는 중개상을 거쳐 80년대 중반 이후, 직접 마약을 생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당시 북한에서 마약이 제조되던 대표적인 곳은 나남제약공장, 흥남제약공장, 순천제약공장, 상원만년제약공장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북한 내에서 일러주는 제약공장으로 지금도 가동 중인 공장입니다. 북한산 마약이 국제범죄조직과 연결된 마약 밀매 상황이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가 북한 내 마약 생산 시설을 파악하고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02년경 김정일이 각 특수 단위들이 아편 등 마약 밀매를 중단하라는 비밀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노골적인 마약 제조가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해당 공장에서 일하던 일부 과학자, 기술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민간에서 마약을 생산했고 국제 사회에서는 그렇게 생산된 마약이 북한 사회에 확산된 것으로 파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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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지난 시간, 김 기자가 마약 제조 기술이 사고 팔렸다고 설명했는데 바로 이 시기의 일로 보입니다.
1990년대 북한이 아편을 백도라지라 부르며 일부 국영 농장에 대대적으로 심도록 한 것처럼 필로폰 제조와 남용 역시 당국이 자초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김지은 기자]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인 북한에서 누가 마약을 알고 만들고 유통했겠습니까?
북한이 국제 사회를 의식해 국가 차원의 아편 재배를 중지한 이후 제약회사들에서는 비밀리에 필로폰을 생산했는데, 그 제조 방법을 아는 일부 제약 관계자들이 화학 약품을 구입해서 개인적으로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화학 약품은 당시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시약을 따로 중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기술자들은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했는데, 제약공장에 다니던 사람이라고 하면 마약제조 기술 전수가 1,000달러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는 1천 달러가 별로 큰 돈이 아니지만 북한의 경우 1천 달러면 옥수수를 4톤 정도 살 수 있으니 일반 주민들의 경우 4인 가족이 1~2년을 넉넉히 살 수 있는 돈입니다. 그럴 정도로 마약제조기술을 배우려는 분위기가 높아졌고 그 기술 전수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이런 추세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모두 당국에서 자초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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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늘어나는 북한 사회 내 강력 범죄 ...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
[진행자] 부디 북한 당국이 이런 책임을 무겁게 느끼길 바랍니다. 어쨌든 지금은 북한에서 마약 생산, 복용, 유통 등에 연루되는 경우 중형을 받게 됩니다. 북한 내 마약 남용의 심각성은 이미 비밀이 아닌 만큼 이에 당황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마디로 마약 근절 의지는 명확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주민들이 마약 물질에 대해 느끼는 경각심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 실제로 아편이나 필로폰 등의 마약으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피해는 어떤 상황입니까?
[김지은 기자]생일 선물로 마약을 주고받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할 겁니다. 최근 북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범죄가 마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살인, 강도, 절도 행위들이 거의 마약을 음용한 사람이 저지르는 것으로 집계되며 당국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입니다. 당국은 향후 마약에 관련해서는 살인에 맞먹는 형사 처벌을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이 문건의 맨 끝부분에 마약 종류,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하거나 의존성이 있는 '정신 자극성 물질' 종류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물질이 계속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인데요. 북한이 국내 마약 남용을 근절 하자면 어떤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까?
[김지은 기자]마약 남용을 줄이는 방법은 주민들이 마약이 아니라도 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됩니다. 마약이란 자기 정신을 놓아버리고 잠시나마 미쳐버릴 것 같은 참담한 상황에서 탈피하려는 심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해결하면 됩니다. 주민들이 배부르지 못해도 배고프지는 않게, 주민들에게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여 마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약 해결의 중심에는 개혁 개방이라는 숙제가 놓여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국가라면 이제라도 선택해야 합니다. 개혁 개방으로 갈 것인가, 마약 천국에서 스스로 자멸할 것인가는 북한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에 살면서 마약 확산과 중독의 심각성을 직접 목도한 사람으로서 북한의 마약 남용이 하루빨리 근절되기 바랍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주민을 대상으로 마약의 유해성을 강조해왔습니다. 놀라운 건 그런 당국이 체제 유지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마약 재배를 장려하고 마약 밀매로 막대한 검은 돈을 벌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북한의 마약 관리법은 외부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서로 보는 북한] 오늘은 마약 관리법에 대한 책자를 다뤄봤습니다. 김지은 기자, 수고했습니다.
[김지은 기자] 고맙습니다.
진행에 안창규였습니다 . 다음 시간 새로운 문건과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