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돋보기] 간부 아내들이 시장관리원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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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고양이 뿔 빼고 모든 게 다 있다는 북한의 장마당, 그런 장마당에서 파는 물건 하나만 봐도 북한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만 있는 물건부터 북한에도 있지만 그 의미가 다른 물건까지, 고양이 뿔 빼고 장마당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들여다 봅니다. <장마당 돋보기>, 북한 경제 전문가 손혜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북한의 장마당이 고양이 뿔 빼고 모든 걸 사고 판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물건을 파는 매대 역시 물건을 파는 것만큼이나 신경을 쓰고 뇌물을 고이고 치열하게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장마당 상인들의 뒷이야기를 알아보죠. 손 기자, 한때 장마당 상인들 사이에 매대 자리에 대한 불만이 생겨 큰 혼란이 일었다고요?

장마당 상인들은 왜 매대 자리에 불만을 터뜨렸나

손혜민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정은 정부가 들어서며 북한에 공식 등록된 종합시장이 500곳 이상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언론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장화가 질적으로 진전했다는 의미인데요. 이 말은 시, 군마다 자리한 종합시장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각 종합시장마다 매대 숫자 또한 증가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 평양은 물론 지방도시에서도 종합시장이 증축되거나 개건 공사가 추진되었거든요.

평안남도 순천시 역전시장을 사례로 들어 본다면, 시장 안에는 공업품 매대, 쌀 매대, 잡화 매대, 육류 매대 등이 병렬로 늘어섰습니다. 각 상품마다 200개 정도의 매대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시장을 증축하며 쌀 매대의 경우 300곳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정문을 통해 고객이 출입하는 종합시장 공간 안에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배로 확장되면 ‘차액 지대’ 개념이 인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몸으로 배운 거죠.

쉽게 설명한다면, 같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해도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져 수익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게 고전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지대론입니다. 이것을 북한 실정에 적용해 본다면, 장마당에서 같은 매대라도 종합시장 정문과 인접할수록 고객이 몰려 장사 수익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거든요. 이것을 고졸 졸업생인 장마당 상인들이 실생활로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정문과 멀리 떨어진 구석에 위치한 매대 상인들이 시장관리소에 몰려가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같은 돈을 주고 종합시장 매대를 샀는데, 누구는 노른자위 매대에 앉고 누구는 구석진 매대에 앉게 하냐”라는 것이었죠. 지방정부 산하 시장관리소 소장도 할 말은 없습니다. 상인들의 반발이 틀리지 않거든요. 종합시장 매대는 시장관리소에서 지역 주민 대상으로 장사 매대를 신청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배치하는데요. 매대 가격은 위치에 관계없이 동일합니다. 그래서 시장관리소가 조치한 것이 일주일에 한번 매대 자리를 바꾸어 장사하도록 한 것이었죠.

시장 매대 자리를 일주일에 한번씩 바꾸라는 어리석은 조치

진행자: 일주일에 한번씩 매대 자리가 바뀌면 물건 사러 온 손님 입장에선 너무 혼란스러운 거 아닙니까?

손혜민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해당 조치는 그때뿐이었죠. 장마당 매대가 고정되어야 단골손님도 생기는데요. 특히 장마당 매대에 앉아 있으면 상품을 도매가로 넘겨주는 '달리기 장사꾼'이 옵니다. 달리기 장사꾼은 매대 위치와 상인의 이름을 수첩에 기록하고 상품을 넘겨 줍니다. 며칠 후 수금할 때 매대가 바뀌면 혼란이 생기고 거래가 끊기거나 상대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다시 매대는 고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장사가 잘 되는 자리와 잘 안 되는 자리의 구분이 확실히 생기게 됐습니다. 특히 입구와 가까운 매대는 길목이 좋아 차판으로 들어오는 상품을 통째로 받을 수 있고, 판매하던 상품을 한번에 대량으로 넘겨받겠다는 상인과 연결되는 이점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힘 있는 장사꾼들이 담합해 자릿세와 장세를 더 내겠으니 입구 자리를 고정해달라고 시장관리소에 뇌물을 주고 말하는 겁니다. 시장관리소의 입장에서는 장세를 더 많이 징수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장사 규모가 큰 상인에게 입구와 가까운 매대를 몰아주는 겁니다. 결국 구석진 매대에는 힘이 없는 상인들이 앉게 되어 가난이 가난을 낳는 빈부 구조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어떤 매대가 주로 장마당 초입에 자리를 잡고, 어떤 매대가 구석으로 밀려나게 되나요?

손혜민 기자: 한마디로 단정짓기 어렵지만, 지역 특징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제가 가본 청진 역전시장과 평성시장을 말씀 드린다면요. 청진시장 입구에는 생물 오징어를 비롯한 수산물 도매와 중국 수입산 상품을 도매하는 매대가 진을 치고 있더라고요. 청진시장은 경제특구도시 나선에서 들어오는 중국산 상품과 동해바다 어획물을 전국에 도매하는 곳입니다. 반면 평성시장 입구에는 신의주 세관에서 수입된 중국산 원단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평성에는 개인 의류가공이 특화되어 있어 중국 상품도 많지만 원단 장사가 더 많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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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지역 특산물이 아무래도 잘 팔릴 테니 시장 입구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거군요. 그런데 시장 상인들이 매대 자리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게 장세 아닐까 싶은데요. 한 달에 한 번도 아니고, 수익의 10%를 매일 장세로 내고 있다고요?

손혜민 기자: 그렇습니다. 공식 용어로는 '시장사용료'인데요. 장세는 주민들의 입말로 불리는 말이죠. 아무튼 종합시장에서 장사를 하려면 매일 장세를 지불해야 합니다. 오후 3시부터 시장관리원이 매대를 돌면서 상인이 팔고 있는 상품가격의 약 10%를 장세로 징수하는데요. 예를 들어 현재 신의주시장에서 쌀 1kg 가격이 7천원(0.35달러)면, 쌀 장사꾼의 1일 장세는 700(0.035달러)원, 랭동고(냉장기)나 태양빛판(태양광) 가격은 최소 50~60만원(25~30달러)이므로 1일 장세는 5만~6만원(2.5~3달러)이죠.

시장 매대 장세 하루 20만달러, 비공식 매대 장세는 어디로

따라서 북한 당국이 전국에 자리한 500여 개의 종합시장에서 매일 징수하는 장세가 20만 달러라는 추산이 나온 겁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죠. 장세를 내지 않겠다고 시장관리원이 먼발치에서 보이면 달아나는 상인들도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규제 또한 딱히 없으므로 시장관리원이 알아서 공백을 메꿉니다. 그 공백은 메꾸고도 남죠. 공식 등록되지 않은 매대가 많거든요. 비공식 매대는 시장관리원들의 부정비리 행위를 메꾸는 데도 활용됩니다.

진행자: 공식 매대가 아닌 사람들의 장세는 시장 관리인이 대부분 가져간다는 말인데요. 매일 현금으로 10%씩 장세를 가져가니 시장 관리원들이 보통 부자가 아니겠는데요?

손혜민 기자: 맞습니다. 공식 매대 안에서도 눈치 빠른 상인들은 시장관리원에게 자기가 팔고 있는 상품을 뇌물로 줍니다. 예를 들어 고기 매대 상인의 경우 명절마다 돼지 뒷다리를 잘라서 주면 시장관리원은 그 상인에게 장세를 받지 않는 겁니다. 결국 공식 등록된 매대 장세도 비공식 매대에서 충당하는 셈이죠. 시장관리원마다 이런 대상을 10명 정도 끼고 있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시장관리원 직책에 전부 간부들의 아내가 꿰차고 있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이렇게 부정부패가 심각한 실태를 당국이 모르고 있는 걸까요?

손혜민 기자: 나름대로 지역마다 자리한 종합시장 매대는 지방정부를 통해 중앙정부에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 숫자로 장세를 징수해 지방예산 수입으로 확보하고, 그 중에서 중앙예산으로 바쳐야 하는 계획이 하달되는데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장마당 경제가 위축되어 예산수입액이 적어서인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등록하지 않고 장사하는 상인들과 구멍가게까지 재조사에 들어가 전부 장세 징수 대상으로 등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종합시장 입구로 들어오는 길거리 매대 중에 등록되지 않은 매대가 많았는데, 이 매대들도 장세 징수대상으로 등록된 거죠. 여기서 징수한 장세로 지방예산수입도 맞추고 중앙에 바치는 납부금 계획도 맞춰야 하는 건데요. 지방예산법이 강화되면서 코로나 이전부터 종합시장 장세까지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방예산법 4조와 24조에 의하면,‘인민경제발전계획에 따르는 수입으로 웃 기관에 바칠 납부 몫과 지출을 보장할 수 없을 경우 자기 지방의 원료 원천과 내부 예비를 최대한으로 동원하여 수입과 지출을 맞출 수 있게 하여야 한다’며 ‘지방인민위원회가 수입 원천을 최대한 동원하여 해마다 정해진 인구 한 사람당 수입액을 부단히 늘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장세 징수가 강화된다는 의미인데, 민생이 더 악화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진행자: 시장관리원들의 비리는 줄어들 것 같아 다행인데, 북한 주민들의 삶은 그만큼 더 팍팍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네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장마당 돋보기>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