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시대] ‘우주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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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점점 흐려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진행에 한덕인입니다.

오늘은 ‘우주쓰레기’에 관한 얘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비하할 때 쓰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주 공간에서 실존하는 문제인데요.

우주쓰레기는 수명을 다한 우주선이나 위성, 로켓부품 등 더 이상 유용한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우주에 남아 있는 인공 물체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인류가 우주에 쏘아 올린 로켓이나 인공위성 중에서 고장이 났거나 부서졌지만 회수되지 못한 것들, 거기서 떨어져 나온 파편, 또 거기서 나온 파편화된 파편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 매체에선 이런 ‘우주 잔해’(space debris)를 ‘우주 오물’이라고 부르더군요.

우주쓰레기가 야기하는 문제로는 우주에서 정상적으로 작동중인 위성과 우주선,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내는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안인데요.

러시아가 재작년 11월에 작동하지 않는 자국 위성 중 하나를 미사일로 파괴하면서 수천개의 우주 잔해가 발생해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또 불과 몇달 전에는 러시아 우주당국이 이런 우주쓰레기와 충돌을 피하려고 국제우주정거장의 고도를 긴급 수정하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우주 분야에 대한 개발은 대부분 국가 주도로 진행됐지만 요즘에는 정부와 협업을 하거나 따로 개별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업체들도 본격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우주를 향한 발사체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우주쓰레기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일각에선 그간 우주 개발이란 인류의 새로운 도약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우주쓰레기 문제를 이제는 대책 없이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우주에는 억 단위로 추정되는 우주쓰레기 조각들이 엄청난 속도로 지구 주변을 맴돌며 우주공간을 누비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는 자동차만한 크기도 있지만 다른 일부는 페인트 조각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도 있습니다.

고장난 상태로 버려진 인공위성의 경우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우주쓰레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 우주항공국, 나사(NASA)의 경우엔 궤도를 도는 페인트 조각으로 인해 손상된 우주왕복선의 창문을 자주 교체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우주쓰레기가 이동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크기가 손톱만한 1cm 크기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10cm 정도만 되도 우주선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지구 저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의 평균 속도는 초속 7km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는 총알보다 7배 이상 빠른 것이라고 합니다.

나사에 따르면 10cm 길이의 우주쓰레기는 다이너마이트 25개와 맞먹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도 하니, 작더라도 그 위력은 ‘우주급’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앞서 미국은 궤도상의 인공위성과 우주 잔해물, 발사체 등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주항공국과 국방부가 관할하는 우주감시망(SSA)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우주쓰레기는 지상에서 올려다 보면 궤도의 바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지구의 자기장에 갇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구의 중력은 이렇게 자기장에 갇혀 공전하는 우주쓰레기를 대기권에 도달할 때까지 점점 더 낮은 궤도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는 이런 우주 잔해의 궤도를 도는 고도가 높을수록 궤도에 더 오래 머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나사에 따르면 600km 이하의 고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궤도를 이동하는 우주쓰레기는 보통 몇 년, 이르면 수 개월 안에 지구로 돌아오지만, 1천km 이상의 고도에서 궤도를 도는 우주쓰레기는 100년 이상도 지구를 계속 돌 수 있다고 합니다.

우주쓰레기의 일부는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마찰력에 의해 불타서 사라지지만 일부는 지상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11월초 자국 섬 인근에서 발견한 우주 발사체 잔해를 공개했는데요.

당시 필리핀 우주청은 이 잔해가 직전에 태평양으로 추락한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 5B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일부 잔해에는 중국 국기 표기가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중국의 로켓 발사로 인한 잔해가 필리핀 해역에 추락한 것은 과거에도 있었는데요.

필리핀은 이런 사건을 계기로 향후 사람들이 ‘다른 국가의 우주 물체로 인해 발생한’ 손해나 부상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유엔 조약의 비준을 서두를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각에선 우주쓰레기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내재한 우주 관광 산업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우주쓰레기에 관한 현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줄여서 ‘에사’(ESA)라고도 불리는 유럽우주국은 1975년 유럽 각국이 공동으로 우주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인데요. .

앞서부터 유럽우주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숫자로 보는 우주쓰레기’란 제목으로 인간이 만든 물체가 우주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에 대해 집계한 통계와 추산을 주기적으로 갱신해왔습니다.

최근 해당 페이지를 접속해 보면 유럽우주국은 지난해 12월 22일을 기준으로, 소위 ‘우주 시대’가 열린 1957년부터 이날까지 로켓 발사는 실패한 경우를 제외하면 약 6천340여번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1957년은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했던 해를 의미하는 것이고요.

유럽우주국은 지금까지 이들 로켓 발사를 통해 지구 궤도에 놓인 인공위성의 수는 약 1만4,710여개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들 인공위성 중 약 9천780여개가 우주에 떠 있고 그 중엔 약 6천900여개가 가동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지구 궤도에 있는 모든 우주 물체의 질량을 합하면 1만500톤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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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 홈페이지 캡쳐

유럽우주국은 우주 궤도에 있는 이런 인공위성들은 우주과학, 지구관측, 기상학, 기후연구, 통신, 항법과 우주탐사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그 역할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고 우리가 누리는 현대 생활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우주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예상치 못한 새로운 위험 요소로 우주쓰레기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럽우주국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인공적인 개체가 추적되고 기록에 남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볼 수 없는 우주 잔해물들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합니다.

유럽우주국이 2021년 통계를 기반으로 추산한 데 따르면 우주에는 3만6,500개에 달하는 10cm 이상 크기의 인공 잔해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1cm 이상 10cm 이하의 파편은 1백만 개, 1mm이상 1cm 이하의 잔해는 1억3천만 개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유럽우주국은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가히 셀 수없이 많은 수의 폭탄이 지구의 위성궤도를 떠돌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언제 어디에 지구 표면에 낙하하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폭탄일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은 ‘인류는 이미 우주쓰레기 문제에 고민하며 움직이고 있다’라는 점입니다.

유럽우주국은 지난해 11월 말 유럽우주국과 유럽의 다른 22개의 우주 개발 행위자들이 모여 ‘책임 있는 우주에 대한 성명서’를 서명한 사실을 밝혔는데요.

당시 유럽우주국의 요제프 애쉬바허(Josef Aschbacher) 사무국장이 남긴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애쉬바허 사무국장: 최근 몇 년 동안 우주 탐사의 이점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분명해졌습니다. 우리의 지구 관측 위성은 사회에 피해를 주고 생명을 앗아가는 자연 재해와 극한 기상 현상의 상세한 이미지를 통해 변화하는 기후의 우려스러운 특성을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우주 활동은 인류와 지구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며 그 대가로 우리는 우주에서 행동하는 방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앞서 유럽우주국은 지난 2019년 9월에 ‘클리어스페이스-1’(ClearSpace-1)이라는 2025년에 시행될 예정인 지구 궤도에서 우주 파편을 제거하는 최초의 우주 임무 구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나사도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내고 지구 주위의 궤도 잔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경제, 사회 및 정책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3개 대학 기반 연구제안에 자원을 지원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당시 워싱턴에 있는 나사 본부 관계자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우주 잔해는 우리 시대의 큰 도전 중 하나”라면서, “우주를 사용하는 우리의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 국가안보, 그리고 과학기술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궤도 환경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며, 잔해 생성을 제한하고 기존 잔해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 미국 대학 연구진 관계자는 “미 항공우주국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다른 정부 기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고,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지지할 정보를 제공받는 유권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중들은 이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우주쓰레기가 갈수록 가시화하는 문제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배경에서 시작해 사람들이 우주쓰레기란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아내고, 또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나사와 관련 연구진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한 연구 결과를 통해 향후 정책 입안자들이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대중의 참여를 이끄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더불어 남한, 일본, 중국 등도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에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북한도 예전부터 관영 매체를 통해 ‘우주오물’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 제기해왔는데요.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에 북한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2013년에는 ‘국가우주개발국’을 신설하고 ‘우주개발법’을 제정하기도 했었죠.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면 북한은 자신을 이른바 ‘인공위성제작 및 발사국’으로 부르며 “국제법상 부여된 평화적 우주개발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우주쓰레기경감지침을 비롯한 국제우주법상의 의무도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는 등의 입장을 일관적으로 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평화적 우주개발’ 명분을 앞세운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가운 현실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앞서 ‘평화적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한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기도 했고요.

당시 유엔의 입장은 북한의 ‘우주개발’ 명분은 허울일 뿐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무기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진행된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과 함께 ‘군 정찰위성’의 발사 계획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2023년 새해 첫 날에 들어서도 유엔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가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부분입니다.

MC: 네, '우주 쓰레기'를 주제로 전해드린 RFA 자유아시아방송의주간프로그램 '가상의시대', 진행에 저는 한덕인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