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인터넷 관련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이 시간 진행에 한덕인입니다.
오늘은 흔히 ‘동전’이나 ‘주화’를 가리키는 영어 낱말인‘코인’으로도 많이 불리며 사이버공간에서 거래되는 가상 자산인 암호화폐에 대해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영화 ‘매트릭스’ 주제곡- Wake Up>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혹시 ‘비트코인’이나‘이더리움’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현재 거래되는 모든 암호화폐들 가운데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위 대장급 코인들인데요. 최근 시세로 이 두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만 약 5천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앞서 북한에서도 평양 술집과 식당 몇 군대에서는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지금도 당시 보도에 인용됐던 비트코인 결제 현황을 보여주는 ‘코인맵(coinmap.org)’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여전히 평양에 4곳, 원산 1곳의 식당과 술집이 비트코인을 받는 것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략 2년 전에는 북한 정부도 암호화폐 발행에 관심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죠.
암호화폐 종합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몇 달간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9천억 달러와 1조 달러 사이를 오르내리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현재 9천400억 달러 선상에 머물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시가총액을 기록한 지난해 말에 비하면 무려 2조 달러 가량 하락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거대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합니다.
또 암호화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불과 13년 전에 등장하고 그 다음해인 2010년부터 암호화폐 거래가 시작됐다는 점 등 15년 채 되지 않은 역사를 고려하면 이 시장의 경제적 가능성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편 이달 19일 기준으로 전세계 509개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 개수는 2만101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암호화폐와 관련한 용어와 개념을 몇 가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코인들을 두고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로 다르게 부르는 등 표현이 엇갈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사실 뚜렷한 국제적 기준같은 것이 없고, 나라마다 암호화폐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이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우선 가상화폐나 암호화폐 모두 동전이나 지폐와 같은 실물이 없고 컴퓨터상에 기록되어 거래되는 디지털화폐, 즉 전자적화폐의 일종입니다.
그래도 용어를 굳이 따지자면, 기본적으로 디지털화폐를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를 모두 포함하는 최상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가상화폐의 경우 앞서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재무부 등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정부에 의해 통제받거나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전자화폐의 일종으로, 기존의 가상화폐 발행자가 관련 화폐의 발행과 관리를 맡고, 컴퓨터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특정 공간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을 말합니다.
인터넷 특정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할인권이나, 특히 남한에서는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한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는데요.
북한의 경우 거의 모든 것이 정부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이 정의에 따르면 북한에는 가상화폐가 실제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암호화폐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코인은 개발자나 발행기관이 관리하지 않고 특정한 가상공간에서만 사용되는 결제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암호화폐’로 불리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라는 보안기술이 적용됐는지 여부에 달려있는데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사용한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일종의 장부라고 볼 수 있는데, 요점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거래 내역을 관리하지 않고 이 기술을 기반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정부가 가치나 지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암호화폐는 단연 그 자체로 초국가적이고 초정부적이기 때문에 중앙화 된 정부가 통제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설명에는 항상 ‘탈중앙화’라는 표현이 따라 붙는데요.
하지만 이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는 북한에게는 암호화폐라는 자금줄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북한 정부의 관점에서는 암호화폐가 외화벌이를 위한 일종의 ‘노다지’일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올해 들어서는 북한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조직이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를 집중적으로 해킹해 자금을 탈취하는 행위가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Properllerheads- Spybreak>
미국의 암호화폐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해킹으로 탈취된 암호화폐 피해 금액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19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19 억 달러에 피해액 중 절반이 넘는 10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북한과 연계된 해킹 조직들이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는 조사 내용은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보도됐습니다.
[연합뉴스TV]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이 올해 들어 디파이, 즉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에서 약 10억 달러의 암호화폐를 훔쳤다는 추산이 나왔습니다. (08.16.22)
한편 북한이 암호화폐 탈취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온 체이널리시스의 에린 플랜트 선임조사관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전통적인 자금보다 추적이 더 어렵다는 점 때문에 북한이 암호화폐에 더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플랜트 선임조사관: 북한은 해킹 후 자금 세탁에 능합니다. 해킹이 발생하고 난 후 자금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 난독화 기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조사관들이 추적하기 더 어렵습니다. 그들은 즉시 자금을 현금화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탈취된 암호화폐를 여러 개로 쪼개 출처를 알기 어렵게 하는 믹서를 활용해 궁극적으로 수사망을 피하려고 시도합니다.
플랜트 조사관은 나아가 “암호화폐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의 현금화 노력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지난 7월 미국의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 등 사이버 활동으로 미사일 개발 자금의 3분의 1을 충당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뉴버거 부보좌관은 사이버 활동이 북한 불법 수익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3월말 공개한 전문가단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최소 7차례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회사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가해 4억 달러 상당을 훔쳤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전문가단은 당시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해킹은 여전히 북한의 중요한 수익원이라면서, 북한이 암호화폐 기업과 거래소를 끝없이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아가 이런 사이버 해킹의 배후에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아일랜드 암호화폐 분석업체 ‘코인컵’은 지난 7월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11년 동안 모두 15건의 암호화폐 해킹을 시도했고 2017년부터 올해까지 16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업체는 그러면서 암호화폐를 이보다 많이 탈취한 나라도 있지만 국가 규모나 경제력 등을 고려했을 때는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을 가장 많이 저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준을 면밀히 따지면 북한이 소위 전세계 유일 최대의 사이버 ‘슬쩍’ 국가라는 겁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최근 발표에서 미국 정부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한 연구를 연방준비제도에 계속 독려키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와 더불어 암호화폐가 돈세탁이나 테러자금으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불법적인 암호화폐 사용을 추적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한과 연계된 라자루스 그룹의 최근 탈취 사례에서 보듯이 디지털 자산은 불량 정권 활동의 재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amiroquai- Virtual Insanity>
최근 북한의 암호화폐 자금탈취 해킹 소식을 접하면 문뜩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북한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이라는 ‘사이버 장마당’에 돈벌이를 위한 불법 상점을 하나 차려버린 게 아닌가 하는 말이죠.
비록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이같은 해킹 공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의 해킹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태세는 계속 강화될 조짐입니다.
MC: 네,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를 주제로 전해드린 '가상의 시대'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