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시대] “게임 좀 그만”이 무색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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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컴퓨터·인터넷 관련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가상의 시대', 진행에 한덕인입니다.

오늘은 사이버스포츠, 혹은 전자스포츠로도 불리는 e스포츠, 즉 비디오 게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스포츠에 관한 주제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축구와 야구, 농구 등 기존의 전통스포츠를 넘어 인터넷 등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e스포츠라는 용어는 생겨난 지가 무려 20년이란 세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남한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e스포츠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 등에 기반한 E스포츠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이미 많은 나라 국민의 여가생활 일부로 자리잡았습니다.

또 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얘기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일부 탈북민 증언을 찾아볼 수도 있었는데요.

게임이란 매개체를 통해 국가 간 문화 교류를 추진하는 방안도 민간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구상되는 사안 중 하나입니다.

종일 컴퓨터나 티비 앞에 앉아 세월아 네월아 게임만 하는 자녀에게 “제발 이제 게임 좀 그만하고 책 좀 읽어라”같은 말은 언어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일남 : (게임좀) 제발 그만 해~ 이러다가는 다 죽어~

-남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중

하지만 예전에 비해 게임을 그만하라고 자녀에게 닥달하는 부모의 우려 섞인 잔소리는 갈수록 확대하는 게임 산업과 E스포츠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무색해지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제는 나이를 불문하고 출중한 게임 실력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돈을 벌어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남한의 e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페이커’란 이름의 프로게이머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리그오브레전드’라고 하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해온 20대 중반의 프로 선수인데요.

지난 4월 중국의 최대 온라인사회관계망‘웨이보’를 운영하는‘시나닷컴’은 이‘페이커’선수의 경우 미화로 약 1천700만 달러에 달하는 1억2,700만 위안의 연봉을 부담해도 손해가 아닌 프로게이머로 평가됐다는 중국 게임계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게임대회 상금 수여 정보 제공 사이트인 e스포츠어닝스닷컴에 의하면 그간 e스포츠계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간 종목은 도타2라는 게임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상금을 타간 1위부터 41위까지 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다 토타2

인터넷상 존재하는 일부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이 도타라는 게임은 북한 내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임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이 게임에 들어보신 적이 있느신지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전 세계 모든 프로게이머 중 상금을 가장 많이 타간 것으로 기록된 ‘노테일’이라는 이름의 프로게이머의 경우 이 도타2 게임 상금으로만 약 7백18만 달러를 타간 것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보통 유명한 연예인이나 배우가 특정 업체의 옷이나 신발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인터넷상에 올리면 관련 제품의 매출이 오르는 현상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어떤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 해당 제품을 만든 업체의 매출이 상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페이커나 노테일 선수와 같은 얘기는 어디까지나 오랜 기간 활동을 통해 가장 정상에 올랐을 때 가능한 것이지 모든 프로게이머의 삶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경쟁도 그만큼 치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e스포츠에 관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이스포츠그리즐리(esportsgrizzly) 사이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프로게이머와 고용주 간에 맺은 계약은 비공개 계약의 대상이 되며 외부에 자유롭게 논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매체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데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급여를 받는 프로게이머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월 4천 달러에서 5천달러의 수입 즉, 연 간 5만-6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토너먼트 대회로 얻어가는 상금은 평균 5만 달러 수준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실력에 따라 연간 수천에서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는데, 일예로‘오버워치’라는 총 게임의 경우 경기력에 따라 선수에게 5만 달러에서 5백만 달러 사이의 연봉이 보장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업체는 나아가 종종 선수가 어떤 게임을 자신의 전문 종목으로 선택하는지 그 자체로도 보상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유명한 게임일수록 트위치와 같은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 등을 통해 수입원을 다각화할 수 있는 방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학력이나 나이 제한은 없습니다.

지난해 9월 영국 BBC 방송은 프로게이머 아들의 매니저를 하다가 자신도 프로게이머가 된 한 영국 50대 어머니 앤 피시 씨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14세에 프로게이머가 된 자신의 아들을 뒷바라지하면서 꾸준히 게임을 연습해 온 그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e스포츠팀’갤럭시와 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됐습니다.

다만 실제 현역으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 가운데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인 10대 때부터 일찍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 수록 이런 ‘게임 두뇌’가 빨리 돌아가는 것도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한편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장 드러나게 구별짓는 사안은 프로게임단 입단 여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프로게이머에 대해 다시 말하자면 특정 구단이나 회사에 속하여 소속 기관을 홍보하기 위해 각종 e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 e스포츠협회라는 것도 있는데, 이 협회가 마련한 체제 아래 공인된 게임대회에서 입상하면 프로게이머의 자격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는 입상 경력이 없더라도 프로게임단에서 연습생 체계를 통해 훈련을 받으며 대회를 준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나아가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전문 게임 학원도 늘어나고 있고, 게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개인 과외도 있는 것은 물론, 일부 대학에서는 컴퓨터 게임 관련 학과가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합니다.

또 게임유저들이 활동하는 게임동호회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입소문이 나면 프로게임단 감독에 의해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프로게임단에 입단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어떤 게임단에 공식 입단한다고 하더라도 구단의 명예를 높이고 홍보 효과를 주는 등 실적을 계속 쌓아야만 궁극적으로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또 모든 프로게이머가 페이커 선수와 같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며, 이들 역시 기존의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실력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합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19년 프로게이머를 정식 직업으로 인정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중국 정부는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5급부터 1급까지 수상 내역 등 게임 관련전력에 따라서 급수를 높여 나갈 수 있는 방식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앞서 프로게이머들에게는 비자를 따로 발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는데, 이런 제도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유망한 e스포츠 선수들을 미국으로 유입해 전반적인 게임 전문 인력의 실력을 늘리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기업 뉴주(Newzoo)는 지난 4월에 공개한 글로벌 게임 시장에 관한 전망보고서(Global Esports & Live Streaming Market Report)를 통해 “e스포츠는 2022년 말까지 약 13억8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뉴주는 전 세계 E스포츠 관중은 올해 말까지 5억3,20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이 중 e스포츠 매니아, 즉 애호가의 수는 2억 6,120만 명, 간간이 시청하는 관중의 수는 2억 7,0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나아가 e스포츠 관중은 2025년 말까지 8%의 연평균성장률을 보이며 6억480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편 뉴주는 지난 몇 년 동안 e스포츠가 게임에서 가장 크고 수익성이 높은 부문인 모바일, 즉 이동통신 분야로 확장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뉴주는 PC 게임 종목은 북미와 유럽, 중국 한국 및 일본과 같은 선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손전화기 부문에서의 E스포츠 종목은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및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 지배하고 있는 추세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내년 9월로 연기된 제19회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시안게임 최초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과 같은 더 큰 국제무대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북한을 대표하는 e스포츠 국가대표단도 나오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MC: 네, 'e스포츠 산업'을 주제로 전해드린 '가상의 시대'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