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시대] 올 한해 이목을 끈 발명품들

0:00 / 0:00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점점 흐려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프로그램'가상의 시대'진행에 한덕인입니다.

오늘은 올 한해 세간의 이목을 끈 많은 혁신 제품과 서비스들 가운데 신기하고 흥미로운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여러분은 ‘발명품’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없으면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안경이 먼저 생각나는데요.

사실 이제는 우리가 눈앞에 흐린 세상을 안경으로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된 것도 너무나 오랜 얘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가상현실 헤드셋에 달린 렌즈 등을 통해 메타버스와 같은 이전에는 상상에 불과했던 가상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여가를 보내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에서 지난 1923년에 창간한‘타임’이라는 유명한 시사 잡지가 있습니다.

지난 2020년 3월까지는 잡지를 매주 발행해오다 그 이후로는 격주 간격으로 발행해오고 있는데, 내년이면 창간 100주년을 맞는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을 대표하는 잡지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특히 빨간 테두리로 된 특유의 표지는 ‘타임지’ 하면 ‘그 빨간 잡지’라고 바로 연상될 만큼 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혀있는 상징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일 당시, 이 빨간 테두리 속에 담긴 타임지 표지 인물로 실리기도 했었죠.

한편 타임지는 20년이 넘도록 매년 당해연도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정해‘최고의 발명품 100개’목록을 소개해왔는데요.

지난 11월 10일에는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신제품과 아이디어 200건을 선정해 ‘올해의 최고 발명품’(The Best Inventions of 2022)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웹사이트에서 먼저 발표된 이 목록은 이달 21일과 28일 자로 발간된 실물 잡지에도 정식 게재됐습니다.

타임지는 작년까지 매년 100건의 발명품을 선정해 왔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규모를 두 배 늘려 접근성,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전자기기, 로보틱스 등 26개 부문에서 혁신 제품 총 200종을 선정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특별 언급’부문을 신설해 올해 최고 발명품 200건에 포함되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제품 50개를 추가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타임지는 올해에도 전 세계에서 온라인으로 대상 제품 신청을 받고, 편집장과 특파원, 전문가 등의 추천과 심사과정을 거쳐 이 목록을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은 제품의 창의성과 효과성, 그리고 미래 전망과 영향력 등을 다각도에서 평가해 제품의 가치를 매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목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발명품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소개해드려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됐는데요. 우선 오늘은 인상 깊었던 몇 가지만 꼽아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제품은 ‘에스퍼바이오닉스’란 회사에서 만든‘에스퍼 핸드’라는 제품입니다.

‘에스퍼 핸드’는 ‘접근성’(accessibility)이란 부문에서 타임지가 선정한 발명품 중 팔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로봇 의수인데요.

‘로봇 의수’라 하면 쇳덩이가 연상되면서 무척 무겁지 않겠냐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이‘에스퍼 핸드’의수는 항공기술을 활용해 사람 팔보다 가볍고 견고하다고 합니다.

의수 자체는 고작 380g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내장된 수십 개의 센서를 통해 뇌가 내리는 지시에 따른 근육의 움직임을 읽고, 이 신호를 뇌를 외부기기와 연결해주는‘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 불리는 컴퓨터 기술로 처리해 의수를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또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최초로 인공지능과 전자신호처리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연결된 의수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기계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인데요.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수가 더‘직관적으로’작동할 수 있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의 생활 방식에 맞춰 의수도 갈수록 똑똑해지는 이른바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의수’라는 겁니다.

‘자동차’ 부문에서 유독 눈에 띄는 발명품도 있었는데요.

현재 시중에 출시된 제품은 아니지만, 독일의 자동차 회사 BMW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시연품으로 선보인‘아이엑프 플로우’(ix Flow)라는 이름의 미래형 자동차입니다.

이 제품의 특징은 자동차 외관의 도장색이 자유자재로 변한다는 건데요.

태블릿 등 전자책에 사용되는 전자잉크의 원리를 활용해 버튼을 누르면 차량의 외관이 순식간에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다시 바뀌는 모습을 선보여 당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별도의 전기 소모 없이 외부 온도에 따라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고, 피부색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파충류 카멜레온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른바 ‘카멜레온 자동차’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타임지는 이런 ‘아이엑스 플로우’를 두고 “지금까지는 회색 계열의 색으로만 제작되었고 다른 색상은 작업 중에 있지만 이런 기술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자동차 부문에선 이 밖에도 독일에 본사를 둔 ‘소노모터스’란 회사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진 태양열 기반 전기자동차‘사이언’(Sion)이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 시중에 나오는 전기차들의 경우 충전을 위해 매번 전선을 꽂아둬야 하지만, 해당 제품은 외관을 가볍고 저렴한 태양 전지로 감싸서 특히 무더운 여름 날씨에는 전선을 따로 꽂아 둘 필요가 없이 자체적으로 태양열 에너지 수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설명입니다.

‘가전제품’(Household) 부문에서는 차세대 로봇 청소기로 꼽힌‘로보록 S7’(MaxV Ultra)라는 제품의 이름이 올라 있기도 했는데요.

현재 시중에 1천400달러에 판매되는 이 로봇 청소기는 기존에 무작정 방을 돌아다니며 앞에 있는 것을 빨아들이던 로봇 청소기와는 달리 방 안의 구조물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움직인다고 합니다.

또 자체에 달린 물탱크를 채우거나 걸레를 빨고꽉 찬 쓰레기통을 스스로 비우는 것이 가능한 것은 물론, 바닥 상태에 따라 물걸레질이 필요한지 아니면 진공청소기가 필요한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청소한다고 합니다.

디자인, 즉 설계 부문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 캐나다우주국 등이 100억 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일명 ‘태초의 우주를 보는 눈’이라 불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우주로 발사돼 올해 7월부터는 이 망원경으로 관측한 우주 사진을 대중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이전에 제작된 어떤 우주망원경 보다 더 멀리 우주를 들여다 보고 탐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특별 언급’부문에서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스타링크’도 언급됐습니다.

‘스타링크’는 총 4만 2000개의 인공위성을 하늘에 발사해 위성 인터넷을 세계적으로 보급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타임지는 현재 궤도에는 3천 개 이상의 스타링크 위성이 발사돼 있으며, 전 세계 곳곳에서 이를 통한 인터넷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타링크는 월 110달러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올해 5월 기준 가입자는 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타임지는 올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스타링크 서비스가 우크라이나에서 활성화된 사실을 전하면서, 앞서 스타링크 측에서 계속되는 무상 지원에 관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운영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타임 선정 목록에는 남한에서 출시된 여러 제품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스마트폰 ‘갤럭시 S22 울트라’는스타일러스, 즉 ‘스마트 펜’을 사용하는 최고의 손전화기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타임지는 이 제품이 앞서 많은 각광을 받았던 “기존의 갤럭시 노트 제품에 있는 S펜과 고급 사진, 비디오 기술을 결합했다”며 "초광각 망원 전면 카메라는 밤에도 훌륭한 사진과 비디오를 찍는다"며 이 제품을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마트펜의 반응 시간을 이전 제품인 “갤럭시 S21 대비 70% 줄여 실제 종이에 펜을 쓰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로봇’ 부문에서도 남한의 LG 전자가 출시한‘클로이 서브봇’이란 제품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클로이 서브봇’은 식당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이른바 ‘서빙 로봇’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요식업계에 촉발한 인력난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클로이 서브봇’은 첨단 센서와 3차원 카메라를 사용해 혼잡한 공간을 쉽게 돌아다니고, 최대 66파운드를 운반할 수 있으며 11시간 동안 연속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많은 발명품들이 있었지만 모두 소개해 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비록 외부에선 뚜렷하게 보기 어렵더라도, 북한에서도 앞서부터 혁신을 쟁취하기 위한 많은 발명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북한에서 발명한 제품이 남한처럼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발명품’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MC: 네. '올 한 해 이목을 끈 발명품'이란 주제로 전해드린 RFA 자유아시아방송의주간 프로그램 '가상의시대',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한덕인이었습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