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시대] ‘알리흘라’ 카타르월드컵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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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점점 흐려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진행에 한덕인입니다.

올 한 해의 끝자락을 축제분위기로 장식해줄 2022 카타르월드컵이 개막식이 치러진 지난 11월 20일부터 오는 12월 18일 결승전까지 한달 간의 숨가쁜 여정에 돌입했습니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11~12월 열리는 최초의 겨울 월드컵이기도 한데요.

이번 카타르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이른바 ‘인공지능 심판’이 도입된 월드컵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기에 대해 좀 얘기를 드려 보고자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신다면 오프사이드가 무엇인지 알고 계실 걸로 생각됩니다.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상대편 진영에서 상대편보다 앞쪽에 나온 위치에서 자기편으로부터 패스를 받으면 선언되는 반칙인데요.

의도적으로 오프사이드를 걸려는 상대방 수비를 절묘한 시간 계산으로 따돌리고 골을 넣는 선수에게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오프사이드는 눈대중으로는 정확히 잡아내기 특히 까다롭고 가장 민감한 판정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판정 논란으로 경기장 위에서 시비가 붙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축구 경기에서 심판은 ‘VAR’이라 불리는 ‘비디오 보조 심판 시스템’을 통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정해 왔는데요,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했다고 합니다.

국제축구연맹 피파(FIFA)는 지난 7월1일 성명을 내고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용될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에 대한 설명을 실었습니다.

연맹 측은 이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은 경기장 위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심판이 더 빠르고 정확한 오프사이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판정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인데요.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오프사이드 판정 평균 시간을 대폭 단축하면서도 오프사이드에 관한 판정 논란도 잠재울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번에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은 경기에 사용되는 축구공 안에 달린 센서로 패스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고, 오프사이드를 추적하기 위해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대의 특수 카메라가 선수들 개개인의 세밀한 움직임을 추적해내면 인공지능이 이 정보를 종합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해 비디오 조정실에 알리는 방식입니다.

오프사이드 추적 카메라는 선수 개개인의 위치와 주요관절과 머리, 손끝, 발끝 등 판정에 필요한 29개 신체부위를 초당 50회씩 촬영한 것을 바탕으로 분석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가려낸다고 합니다.

한편 이 판독기술에 ‘반자동’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은 최종적으로 오프사이드 여부를 결정하는 건 인공지능이 아닌 주심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오프사이드 결정이 확정되면 관중들이 선수와 공의 위치를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영상을 경기장 전광판으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해당 판독기술의 두번째 요소인 2022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리홀라’(Al-Riḥla)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독일의 스포츠 업체 아디다스가 제조를 맡고 국제축구연맹이 지난 3월말 세상에 처음 공개된 ‘알리흘라’는 카타르 주류 언어인 아랍어로 ‘여정’(The Journey)이라는 의미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알리흘라’의 가장 큰 특징은 공 안에 탑재된 ‘관성측정센서’(IMU)가 초당 500회의 빈도로 공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며 눈으로 판독이 어려운 오프사이드 장면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인데요.

‘관성측정센서’는 인공위성이나 항공기 미사일 등의 항법 체계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로, 이동 물체의 속도와 방향, 가속도 등을 측정하는데 이런 고도화된 센서가 내부에 탑재된 공인구도 월드컵 역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최근 한창 진행중인 월드컵 경기를 보면 일부 골 장면에서는 슛의 속도와 초당 회전수 등이 중계화면에나오는데요, 이 역시 ‘알리흘라’ 안에 들어간 첨단 기술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제축구연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흘라’는 친환경적 제작법을 바탕으로 수성잉크와 수성접착체로만 만들어진 최초의 월드컵 공인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속도와 정확도, 일관된 궤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만들어진 “대회 역사상 가장 가볍게 날아가는 공”으로 소개하면서, 주입된 공기가 웬만해서는 잘 빠지지 않으며 튕긴 공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수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용되는 모든 8개 경기장에는 카타르 주최측이 분산 배치해둔 1만5000대 이상의 카메라가 경기장 안팎에서 관중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무인 비행장치 드론을 하늘에 띄워 거리의 인파 규모를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최측은 특정 장소에 과도한 관중이 밀집하는 상황 등으로 인한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한 취지로, 인공지능이 보안 카메라에 담긴 장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예측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전 유지원들이 사전에 조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세워진 알자지라 방송 보도에 따르면 결승전을 포함해 8경기가 열리고 8만개의 관중석이 있는 루사일 경기장에서는 안면인식 기술도 관중 확인을 위해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카타르는 자국 특유의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경기장을 식히기 위한 냉각 체계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 냉각 체계를 개발한 카타르의 사우드 압둘 아지즈 압둘가니 교수는 "경기장이 마치 거품방울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기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는데요.

다시 말하자면 경기장에 수백 또는 수천개의 에어컨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경기장 자체를 하나의 에어컨처럼 만드는 구상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또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냉동 체계 자동화 관리에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구 잔치에서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이 모든 것이 매우 멋지게 들릴 수는 있지만, 그 이면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미국의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과도한 홍보는 흥미를 앞세워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월드컵에 인공지능이란 첨단 기술이 가져다 준 ‘좋은 점’만 부각한 선전이 과도한 추세는 인공지능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기술이 접목된 삶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점점 더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저 하나의 유용하고 멋진 기술이기 때문에 무조건 필요하다는 식의 편향된 선전은 대중의 분별력을 떨어뜨리고 이들의 눈을 가리는 행위와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은 자칫 악용되면 국가 주도의 무자비한 검열과 통제로 이어질 위험성이 없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인데요.

지난 10월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공지능 시대에 미국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의 개요를 담은 ‘인공지능 권리장전’(AI Bill of Rights)이란 문건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인공지능 관련 규제 도입에 첫 발을 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폴리티코는 이같은 바이든 정부의 최근 행보를 언급하며, “정부는 기술 자체가 발전하는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일반인이 이해하는 속도보다는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지능에 관한 정책적 담론은 안면인식 기술 등으로 동의 없이 수집되는 개인정보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초점을 두고 대중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이란 사안을 바라보는 대중과 정책수립자들 간의 인식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을 계기로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우리의 여정도 한 발 더 떼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인공지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지고 그 이면을 고찰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빠르게 변하는 혁신의 시대에 사는 우리의 여정도 더 다채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MC: 네, 카타르월드컵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전해드린 RFA 자유아시아방송의주간 프로그램 '가상의시대',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입니다. 진행에 한덕인이었습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