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점점 흐려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진행에 한덕인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음악에 관한 주제로 나눠 봤으면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에 관한 얘기를 드려 보고자 하는데요.
<I am AI - AI Composed Music by AIVA>
Soundtrack composed by AIVA (Artificial Intelligence Virtual Artist)
지금 듣고 계신 음악은 “I am AI”, “나는 인공지능이다”라는 제목의 곡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나와 있듯 인간 작곡가가 아닌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으로, 앞서 유럽의 ‘아이바 테크놀로지’라는 창업기업이 개발한 ‘아이바’(AIVA)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만든 곡 중 하나입니다.
해당 곡은 ‘아이바’가 2016년에 처음 발매한 ‘기원’(Genesis)이라는 앨범에 이어 2018년에 두 번째로 발매한 ‘별들 사이에서’(Among the Stars)란 앨범에 수록된 24개 곡 중 하나인데요.
‘아이바’는 작곡가협회에 ‘인공지능 작곡가’로 등록된 최초의 인공지능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한 곡 더 들어보시겠습니다.
<Caretaker - AI Generated Music Composed by AIVA>
Soundtrack composed by AIVA (Artificial Intelligence Virtual Artist)
해당 곡도 ‘아이바’가 작곡한 곡인데요.
미국 할리우드의 CMG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녹음한 음원이라고 합니다.
그 누구라도 길을 지나다 우연히 이 곡을 듣는다면 당연히 사람이 작곡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인공지능 스스로가 음악을 작곡하고 창작해 낸다는 발상은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앞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음악이라는 청각예술의 영역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장해 나가는 추세입니다.
심지어는 2020년부터는 ‘AI 송 콘테스트’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곡한 노래를 위한 국제 음악 경연 대회도 매년 열리고 있는데요.
지난 7월에 막을 내린 올해 경연 대회에는 전 세계의 컴퓨터 과학자와 프로그래머, 음악인 등으로 구성된 46개 팀이 참가해 15개 팀이 결승에 올랐습니다.
해당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야보이 하노이’(Yaboi Hanoi)라는 팀이 선보인 ‘엔터 데몬스 & 갓스’(Enter Demons & Gods)라는 곡입니다.
<Enter Demons & Gods- Yaboi Hanoi>
현대 사회의 인공지능 작곡 기술은 강화학습 기법을 사용해 심층적으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로 구현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인공지능 작곡 서비스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방대한 양의 음악 자료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그 속에서 규칙을 분석하고 음계를 조합해 만들어 낸 여러 곡 중 가장 잘 만들어진 곡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관련 서비스의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의 장르와 속도, 분위기 등을 알려주면 인공지능이 이에 맞게 작곡해 주기도 합니다.
나아가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이 구현하는 선율과 전개 등 음악을 구성하는 세부 요소는 인간의 작곡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의 것에 기반한 새로운 창작을 해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음악인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작곡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특정 장르의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하나의 곡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서부터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될 음원을 출시하기에 앞서 소리의 질감과 균형 등을 다잡는 믹싱과 마스터링과 같은 세부 작업까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인공지능은 음악 산업의 전반을 통틀어 바꿔 놓고 있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이 음악을 만들고, 즐기고 듣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 가능한 음악 인식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주변에서 음악이 나올 때 간단히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그 노래의 제목과 가수 등을 단 몇 초안에 알려주기도 합니다.
또 여러 음악 실시간 제공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가 평소에 자주 듣는 분위기의 음악을 참고해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본 한 광고가 떠오르는데요. 광고에 나오는 여성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대고 가사를 따로 부르지는 않고 그저 흥얼거리면 인공지능이 음성을 인식해 그 노래를 알아서 찾아주는 기능이었는데요.
저도 그 광고를 따라서 제 스마트폰에 생각나는 아무 노래를 흥얼거려봤는데 신기하게도 바로 찾아 내더군요.
한편 컴퓨터 기술과 음악을 접목하는 발상은 꽤 오래전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공 지능의 아버지’라고도 많이 거론되는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였던 앨런 튜링이란 인물이 있던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기계도 학습할 수 있다는 개념을 창안한 것으로 알려진 앨런 튜링은 1951년 컴퓨터가 작곡한 음악을 세상에 처음 선보인 일화도 유명합니다.
튜링과 같은 선구자들이 수십년 전에 선보인 컴퓨터가 만든 음악의 출현은 현대 사회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음악 지능 연구를 위한 기반을 세운 것으로 회자됩니다.
한편 근대 사회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작곡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초에서 분단위 안에 매우 빠르게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수요가 높다고 합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누가 소유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체로 뚜렷한 답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이바’의 경우가 하나의 ‘인공지능 작곡가’로 창작권을 인정 받은 매우 드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미국에서는 기계로만 생성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 과정에서 도움을 제공하는 도구의 일환으로 사용될 때 저작권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곤 하지만, 사실상 인공지능만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에는 저작권 보호가 부여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앞서 미국 저작권청은 ‘ 인간의 저작물이 없는 저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며 “저작권 없이 무작위 또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비롯해 단순한 기계적 과정에 의해 생성된 저작물을 등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에는 저작권 검토위원회가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 보호 신청을 “저작권 주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간 저작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한 전례가 있습니다.
한편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는 지난 10월 미국 저작권청의 의견 제출 요청으로 작성한 성명에서 인터넷상에 보급돼 있는 인공지능 기반 음악 생성 프로그램이 음악인들의 권리는 물론 그들의 재정 상황까지 모두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음반산업협회는 당시 미 저작권청에 보낸 성명에서 음악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특정 인공지능 기반 온라인 음악 서비스들을 열거하며 이와 같은 서비스들이 “기존 음원에서 가수의 육성이나 사용된 악기의 일부를 추출하거나 복사하는 기능을 통해 잘 알려진 음악인의 곡과 매우 유사하거나 거의 비슷한 녹음을 생성해낸다”면서, 이는 무단 복제로 간주할 수 있고 협회 소속 음악인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서비스가 저작권이 등록된 음악을 인공지능을 학습하는 취지로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승인된 바 없으며, 어떤 경우에도 이러한 서비스에서 배포하는 파일은 승인되지 않은 사본 또는 기존 저작권물의 파생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갈수록 진화할수록 여기서 파생된 사회적인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예술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하는 역할을 할 때 아름다운 것이지 인간의 창의성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주체가 되어선 안 될 것이라는 입장과 하나의 창작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인간이 만든 음악이든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이든 간에, 무엇보다 여러분들 귀에 닿는 음악이 하나의 위안이 되고 또 그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며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MC: 네, 인공지능과 음악을 주제로 전해드린 RFA 자유아시아방송의주간 프로그램 '가상의시대',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입니다. 진행에 한덕인이었습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