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시대] 북한만 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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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컴퓨터·인터넷 관련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진행에 한덕인입니다.

오늘은 갈수록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로봇공학, 가상현실 기술 등 21세기 인류의 4차 산업혁명의 그릇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인터넷은 친구와 가족, 세계를 광범위하게 이어준 데 이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융합하는 등의 새로운 기술혁신을 이끄는 핵심기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방송을 청취하시는 여러분께서도 지능형손전화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공간이란 개념이 마냥 생소한 건 아닐 것으로 짐작됩니다.

인터넷 개발의 역사는 대략 5~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특히 인터넷의 탄생을 두고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 시절의 산물이라는 견해도 많습니다.

50년대 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한 소련이 본토에 핵미사일을 날려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바짝 긴장한 미국은 소련의 이런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통신체계의 연구개발에 본격 착수했다는 일화가 있는데요,

당시 미국의 통신망은 중앙에 주요 정보를 저장하는 대형 서버를 두고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식의 체계였지만, 핵무기 공격으로 중심부가 파괴되면 모든 정보가 함께 소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분산된 다수의 서버를 활용해 유사시에도 정보를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신망의 중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1969년에는 미국 국방부가 관리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의 4개 대학에 분산돼 설치된 서버들이 서로 간 연결되고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이것은 인터넷의 시초로 불리는 “알파넷"이라는 전산망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수십년간 이어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현대사회의 이제 인터넷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 인터넷을 생각하면 한 20년 전에 미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당시가 떠오는데요.

당시 미국에서 남한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분들께 전화를 한 통 넣고 간단한 인사를 드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통화 품질도 들쭉날쭉했고 국제전화카드를 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인데요.

당시에도 매달 사용료를 내고 인터넷을 집에 들이는 것이 가능했지만 당시 미국 인터넷은 제가 직전에 남한에서 경험했던 속도에 비해 너무나도 느렸기 때문에 많이 답답했습니다.

근데 느리기만 하던 미국의 인터넷도 한해 한해 지날수록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부터는 불만할 꺼리가 딱히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보기 위해서는 내려받기를 실행하고 밤새 컴퓨터를 켜둬야만 그 다음날에 볼 수 있었는데, 몇년 전 부터는 그런 영화나 드라마의 다운로드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실시간으로 보는 것도 가능해졌고요.

또 개인 손전화기에 와이파이, 그러니까 무선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전화하려는 상대방이 남한은 물론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그 곳 역시 인터넷이 개방된 곳이라면 사실상 공짜로 통화를 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는 것과, 이제는 실시간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난 6월 미국통신협회(USTelecom)가 발표한 ‘2022 광대역통신망 가격지수'(The 2022 Broadband Pricing Index)에 따르면 올해 한 미국 가정이 내는 월평균 인터넷 사용료는 36달러에서 58달러 사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대체로 인터넷 업체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인터넷 속도에 따라 다르고, 저는 매달 60달러 정도 내고 있는데요.

2~30 달러 정도 추가로 내면 더 빠른 인터넷이 가능하다고도 하는데 그간 이렇게 계속 사용해온 인터넷이 지금보다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엔이 지난 7월 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22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는 지난해 79억 7천 만명 수준이던 세계 인구는 다음달인 11월이면 80억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근데 유엔은 이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구 증가율이 1950년 이후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세계에서 이른바 선진국으로 불리는 여러 국가의 경우 이전부터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져 왔고, 특히 유럽 인구는 2100년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춤하는 세계 인구 증가세와는 상반되게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세계 인터넷 이용 현황에 관한 실시간 통계를 제공하는 ‘인터넷라이브스탯’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무려 54억 7천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사용자 수가 집계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80억 인구의 약 68%가 인터넷 사용자라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웹사이트의 수는 약 19억 9,900만 개에 달하며, 이 중 활성화돼 접속 가능한 사이트의 수는 약 1억 9천만 개 정도라 합니다.

올해 들어 지난 10개월간 인터넷상에서 전자우편이 오간 횟수는 약 81조 1천억 번을 넘어서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 검색 엔진인 구글의 경우 2조 6천억개를 넘어선 검색 조회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두 번째로 방문자가 많고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경우 올해 2조 4천억 조회수에 달하는 영상 시청이 있었습니다.

나아가 방문자 순위 3위인 미국 기업 메타의 인터넷사회관계망 페이스북의 경우 현재 33억명 이상이 활성화된 계정을 통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통계조사 전문기관 스태티스티아(statisti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인터넷을 통한 소매 전자 상거래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약 5조 2천억 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나아가 이 수치는 향후 몇 년 동안 56% 증가하여 2026년에는 약 8조 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스태티스티아는 이와 더불어 2022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3억 700만 명을 넘어섰고, 인터넷 보급률은 젊은 인구층에서 가장 높은 가운데 이 수치가 2027년에는 3억 2,8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편 남한의 통신기업 KT그룹 산하 디지털미디어 연구조직인 나스미디어가 지난해말 남한 국내 인터넷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사흘 간 실시해 올해 4월에 공개한 ‘2022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한 사람들은 컴퓨터와 손전화기를 통한 인터넷 사용시간 모두 코로나 유행이 발발한 2020년 초보다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앞서부터 북한은 고립주의 정책으로 인해 주류 인터넷 기술을 완전히 채택하지 않은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외부 사업체가 북한 국경 내에서 운영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인터넷망 접속이 어려운 현실인데요.

북한은 90년대 말부터 북한 내부에서만 사용 할 수 있는 광명이라는 국내용 인트라넷을 가지고 있지만, 글로벌 인터넷망에 비교하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오스트랄리아(호주)에 기반을 두고 미국 중앙정보국 등에 자문을 제공하는 정보통신 연구업체 버드컴(BuddeComm)은 지난 4월에 공개한 ‘북한 통신 시장 보고서’에서 중국과 가까운 국경에 사는 북한 주민들의 경우 중국산 손전화기 기계와 심카드를 구입하고 국경 바로 맞은편에 있는 송신탑에 ‘불법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외부 세계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국가가 통제하는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지만, 높은 벌금과 투옥 가능성 등으로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업체는 나아가 “북한은 상당한 규모의 잘 훈련된 정보통신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초기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는 데 더 효율적인 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그 능력은 사이버 범죄와 서방 국가의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악의적인 활동에 더 주력하고 있다”며 “북한이 자신의 이념을 추구하며 다른 나라들과 어울리지 않겠다는 결단은 대내외적으로 통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터넷 통계 사이트 ‘인터넷월드스탯츠’가 공개한 ‘2022년 세계 인터넷 이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으로 북한의 인터넷 이용률이 전 세계 230여 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은 전체 인구 약 2천6백만 명 가운데 약 2만명 가량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터넷 이용률은 0.07%로 최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그간 공개된 전문 연구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한 국가의 GDP, 즉 국내총생산과 인터넷 보급률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오스트랄리아의 버드컴은 얼마 전 보고서에서 북한과 부자가 많기로 유명한 카타르를 비교했는데, 북한은 카타르에 비해 상당한 규모와 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보급률은 현저히 낮은 반면 카타르와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은 국민의 99%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진짜 인터넷’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배경이 체제 유지와 정보 통제에 있기 때문에 사람의 기본권인 알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국제사회가 이것을 인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북한의 개방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하루 빨리 북한에 계신 여러분을 ‘진짜 인터넷’ 상에서 만나 뵐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하며 이번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MC:네, '북한만 인트라넷'이란 주제로 전해드린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한덕인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