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김씨 가문의 독재체제와 미국과 유럽 등 소위 ‘자유 민주주의 진영’ 국가에서 법이 생겨나고 적용되는 원리와 실사례 등을 살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시간에 한덕인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입법기관의 다양성에 관한 얘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입법기관의 다양성이란 입법기관의 구성원이 인종, 민족, 성별, 성적 취향, 종교, 연령, 그리고 사회 경제적 지위 등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으로 혼합되어 있는 특성이나 상태를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입법기관의 다양성은 대표성, 더 나은 의사 결정, 포괄성, 문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평등이란 가치를 증진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자국 헌법이 규정하는 최고 주권기관이자 입법부인 최고인민회의가 있다고 하면, 미국 워싱턴DC에는 상원과 하원, 양원제로 구성돼 미국 연방의 입법권을 관장하는 연방의회가 있습니다.
얼마 전 새해 들어 출범한 미국의 제118대 연방 의회가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확대된 것으로 집계한 여론조사결과 하나가 공개됐습니다.
미국 정치매체 더 힐과 남한 연합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 퓨리서치라는 한 미국 여론조사기관은 118대 상원의원 100명과 1명의 당선 사망자를 제외한 하원의원 434명의 인종과 성별을 분석해보니 유색 인종이 4분의 1에 달하는 133명인 것으로 식별됐습니다.
숫자는 불과 총 535명 중 67명의 ‘소수계’ 의원이 있었던 2003-2005년 제108대 의회 이후 20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인데요.
해당 여론조사기관은 이것은 미국 의회에서 더 많은 인종적, 민족적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는 장기적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전체 미국 인구를 구성하는 각 구성원의 비율에 비해 여전히 백인의 비율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흑인 의원이 60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론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미국 이주민과 그 후손을 말하는 히스패닉계 의원이 54명으로 많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아시아계 18명, 북미대륙과 알래스카 원주민 5명 순이었습니다.
이번 회기 아시아계 의원 18명 중에는 연임에 성공한 한국계 연방하원의원 4명 모두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회기에는 남한의 법정 기념일인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이 하원에 상정되는 등 소위 친한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여론 등을 고려한 ‘김치의 날’까지 챙기기 위해 미국 의회가 직접 나서는 모습도 처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이번 조사에서 534명의 의원 가운데 여성 의원은 모두 153명으로 전체의 28%에 달해 역대 최다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작년 4월 미국 의회조사국이 공개한 ‘‘전 세계 정부의 여성’ 보고서는 “여성과 소녀들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은 국가 차원의 정치 과정에서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회조사국은 당시 기준으로 여성은 전 세계 입법부 의석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2002년 14.2%에서 증가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성평등 달성을 위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유엔여성기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적 의사결정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균형 잡힌 정치적 참여와 권력부담은 베이징선언과 행동강령에서 설정된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성 균형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성 평등에 대한 남성 50, 여성 50과 같은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거나 달성한 국가는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유엔여성기구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참여 비율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지도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지방 의회에 대한 한 연구사례는 여성이 주도하는 의회가 있는 지역의 식수 사업의 수가 남성이 주도하는 의회가 있는 지역보다 62%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노르웨이에서는 지방의회 내 여성 정치인의 구성 여부와 보육 적용 범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견된 연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외부에선 정치적 자유와 투명성이 부족한 것으로 유명한 북한의 경우 인민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당에서 선발되며, 여성 구성원의 비율은 20% 정도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국제의회연맹이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는 데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조사 대상 193개국 중 각국 입법기관의 여성 의원 비율 순위에서 북한은 17.6%로 130위에 올라있었습니다.
남한도 해당 순위에서 124위에 올라 북한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집계된 점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경우 5년마다 단일 후보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시민의 투표권은 사실상 그 효력과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어 다양성이란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애초에 가능할 지가 의문입니다.
지난 시간에 전해드린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으로 잠시 돌아가자면, 북한 관영 매체는 해당 법률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고 했는데요.
만약에 젊은 북한 시민들을 비롯한 일반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선출된 입법관리들의 표결이었다면, 또 이들 관리들이 그들의 의사를 진정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그러한 법에 만장일치가 정말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 시민의 관점에서 어떤 법을 제정함으로써 개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기관을 구성하는 인원의 다양성은 해당 체제의 타당성을 저울질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화두입니다.
앞서 입법기관의 다양성은 대표성, 향상된 의사 결정, 포괄성, 문제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평등이란 가치를 증진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기본적으로 사회의 모든 부분이 대표되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보장하는 것, 입법기관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가져옴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물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 세계 여러 민주국가의 입법 기관 내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북한 입법기관의 다양성은 어떤가요?
이것을 주제로 나눌 얘기가 참 많은데요.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 보기로 하고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MC: ‘입법 기관의 다양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해드린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진행에 한덕인이었습니다.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한덕인, 에디터:이진서,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