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세계 각국의 특이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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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북한 김씨 가문의 독재체제와 미국과 유럽 등 소위 '자유 민주주의 진영' 국가에서 법이 생겨나고 적용되는 원리와 관련 사례를 살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시간에 한덕인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세상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존재합니다. 각 나라마다 독자적인 법과 제도가 있지만, 그 중엔 처음 들으면 생겨난 배경에 의아한 생각이 드는 법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그 나라 직접 살아보지 않은 외부의 관점에서는 그 해당 법의 취지를 단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오늘은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는 특이한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미국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시행되는 법률(Ch 15, sec 16-15-50) 중 하나는 ‘16세 이상의 남성들은 결혼 약속을 전제로 누군가를 유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혼 약속을 하면서 여성을 유혹하는 것은 도덕성과 품위에 반하는 범죄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16세 이상의 남성이 이 주에서 결혼 약속과 속임수를 통해 미혼 여성을 유혹하는 것은 경범죄에 해당하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법원의 재량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읽고 있습니다.

다만 “여성이 음란하고 불결한 범죄 혐의가 제기된 시점에 있었다"고 입증될 수 있다면 남성은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혹 혐의를 받은 여성의 확증되지 않은 증언에 대한 유죄 판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막상 들으면 해당법이 제정된 배경에 의아한 부문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편 미국 동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플로리다주의 경우 악어에게 먹이를 주어선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법 ‘야생동물' 부문의 법률 중 하나는 그 누구도 “야생의 악어 개체에게 먹이를 주거나 먹이로 유인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은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허용된 사람들은 “교육적, 과학적, 상업적 또는 오락적 목적”을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악어들이 통제된 구역에서 보호를 받는 동안에만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동물원이나 야생동물 보호위원회 직원과 같이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악어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는 말이죠.

이 법이 생겨난 배경에 대해서는 제가 수년전에 플로리다에 여행을 갔던 당시 들은 바가 하나 있습니다.

당시 동물원 직원에게 들은 바로는 야생의 악어가 사람이 주는 먹이를 처음 받아먹게 되면 그 이후로 사람을 공격하는 습성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야생의 아무 악어에게 누군가가 음식을 던져주고 간다면 야생에 남은 이 악어를 다음 차례로 만나는 사람은 이 악어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는 취지를 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한편 미국 폭스 뉴스에 따르면 미국 중부 캔자스주에서는 14세 이상은 어린이를 위해 설계된 놀이터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도 있다고 합니다.

14 세 이상의 사람이 이런 놀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어린이에 의한 그러한 장비 사용을 박탈하거나 방해한다"고 이 법은 말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 법은 자녀와 함께 있는 부모나 보호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추가로 말씀 드리자면 미 중부 미시간주에서는 1913년 제정된 미시간 주법 79조에 따라 술에 취한 사람은 열차를 탈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방금 소개드린 법들의 경우 합리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그래도 이런 내용을 법으로 박아둔 것이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드는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잠시 미국의 연방법과 주법의 관계성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미국은 50개주로 이루어진 연방국가로, 주별로 법률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각주가 고유한 법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주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연방의회를 통한 연방법은 모든 주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는데요. 이는 연방법이 우선순위가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법은 주별 법률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별 법률은 일반적으로 연방법과 일치하거나 이를 보완합니다.

연방법과 주별 법률이 일치하는 경우를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는 모든 주에서 성범죄는 엄격하게 처벌됩니다.

이는 연방법에서 명시된 데 따른 것인데요.

따라서 각 주에서는 이를 따르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러한 주법은 일반적으로 연방법과 일치하므로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방법과 주별 법률이 각기 다른 경우에 대한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는 대마초와 같은 마약류에 대한 법률이 주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주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러한 주별 법률은 연방법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은 주와 연방정부 간의 법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종종 이러한 분쟁은 연방법원에서 해결됩니다.

반면 앞서 소개드린 몇 가지 법들의 경우 주별로 색다른 지역적, 문화적, 경제적 차이 때문에 생겨난 독특한 법률 제정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소위 '특이한 법'들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유럽의 이탈리아에선 파스타 요리법 교육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밀가루 식품인 파스타 요리법을 배우도록 교육 과정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는 공공화장실에서 일을 본 뒤 물을 내리지 않고 떠나면 적발될 시 초범의 경우 1천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한 법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 법에 대해 알아보면서 싱가포르 현지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좀 웃기다고 생각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공공화장실에서 물을 내리지 않아 법정에 서는 사례는 사실상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 당국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 누구든지 해당 법을 위반한 증거로 물을 내리지 않은 어떤 변기 사진을 찍어 낼 수 있겠지만, 그 변기가 언제 찍힌 것이고 그리고 누가 사용한 변기인 것인지 밝혀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전 세계 각국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상하거나 특이한 법률들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률들은 해당 국가의 문화, 환경,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제정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법률들이 제정되는 배경에는 각기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들은 종종 인권과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법적인 분쟁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들이 적용되는 국가에서는 법을 준수하면서도 이러한 법들이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예를 들어 좀 전에 말씀드린 싱가포르의 화장실 관련 법률 집행을 화장실 칸마다 카메라를 설치한다면 이는 개인의 사생활 및 인권침해가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제적인 이슈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서, 다양한 법률들이 제정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는 기름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적인 나라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동성애'에 관한 법률 제정도 전세계적인 화두가 되는 사안 중 하나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동성애를 법적으로 불법이라고 못박고 있는 나라는 67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 중 11개국은 동성애를 사형 선고까지 가능한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서 이러한 법이 "부당하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일도 있었습니다.

교황은 지난달 24일 A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하느님은 모든 자녀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AP통신 녹취): 동성애는 범죄가 아닙니다. 네, 물론 그건 죄입니다. 하지만 먼저 (가톨릭에서 말하는) 죄와 (세속 사회에서의) 범죄를 구별합시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죄입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교황은 이날 “하느님은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우리 각자가 존엄을 위해 싸우는 힘을 사랑한다”며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 중 하나(condition)”라고 덧붙였습니다.

교황은 세계 일부 지역의 가톨릭 주교들이 동성애 범죄화를 지지했다는 점을 인정한 뒤 이는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톨릭 교회가 세계적인 동성애 범죄화 법안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세계적으로 동성애를 합법화한 국가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엔의 경우 동성애 범죄화가 사생활과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국제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김일성, 김정일 추모일에는 절대 떠들거나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법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수년 전에는 북한에선 머리를 자를 때 당국에서 정한 특정 유형으로만 자를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이 있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이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한편 최근에 제가 대화를 나눈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강유 씨는 북한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느낀 법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선거법을 꼽았습니다.

휘황찬란하게 쓰인 북한법이 말하는 선거법과 누구를 투표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표를 넣어야 하는 실제 상황은 주민의 관점에선 선거법 자체를 쓸모없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다만 북한에서 오늘 저희가 다루는 주제와 관련한 문제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국법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국에서 시행되는 법조항들을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쉽게 열람할 수 있는데요.

앞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법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대부분 북한의 법에 대해 잘 모른다는 탈북민들의 증언들이 많았습니다.

법이 무엇을 규정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면, 사실상 법에서 말하는 어떤 부문이 합리적인지, 또는 비이성적인지 법의 규제를 받는 주민 스스로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MC: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저는 한덕인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