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3.8국제부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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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김씨 가문의 독재체제와 미국과 유럽 등 소위 '자유 민주주의 진영' 국가에서 법이 생겨나고 적용되는 원리와 관련 사례를 살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시간에 한덕인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975년 국제연합 유엔은 해당 연도를 ‘세계 여성의 해’로 선포하고 매년 3월 8일을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 기념일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전 세계가 축하하는 기념일로 결정된 배경은, 1900년대 초부터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에서 본격화한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 증진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후 세계 여성의 날은 지난 세월에 걸쳐 여성들이 사회, 경제, 정치 등 전반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싸워서 쟁취했는지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로 자리잡았습니다. 또 현재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의 나라가 세계 여성의 날을 국가 차원에서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 방송을 접하시는 청취자 여러분은 3.8국제부녀절이란 말이 더 익숙하실 텐데요.

얼마 전 오래 전에 북한을 떠나 외부에 정착한 탈북민 한 분과의 전화통화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언급하니 바로 3.8국제부녀절을 말씀하시며 북한에서도 꽤 많이 알려진 날이라고 알려주시더군요.

최근 북한에선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어렵지만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와 시위를 비롯해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한 문화 행사, 사회, 정치 운동 등 여러 캠페인이 열리며 여성들의 인권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날이 되면 꽃장사가 그리 잘 된다고 합니다.

특히 영국 BBC방송이 지난 2021년 여성의 날을 맞아 보도한 내용을 보면 여성의 날에 러시아에선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꽃 매출이 두 배로 뛴다고 합니다.

좀 더 알아보니 러시아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더군요. 러시아 외에도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곳도 꽤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헝가리, 몽골, 우크라이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이 있습니다.

또 여성의 날 기념이 일반적이지는 않은 중국에서도 근래에 들어서는 여성들의 인권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중국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일부 회사 고용주들은 이날을 여성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기회로 삼고 반나절만 일하면 일찍 퇴근을 시켜주는 식의 사내 문화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처럼 각국마다 특색 있는 여성의 날 전통이 있고, 이날을 기념하는 고유한 방식이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도 참 다양합니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꽃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각 나라마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선물하는 꽃의 종류도, 그 의미도 가지각색인 점은 흥미롭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미모사’라고 불리는 노란 장미가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꽃이며, 이 꽃은 사계절 중 봄을 상징하고 여성의 우아함과 강인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제비꽃이나 튤립을 주로 선물한다고 하는데요. 제비꽃은 겸손과 충성을 의미하고, 튤립은 사랑과 존경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남한에서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비롯해 부모님께 길러주신 감사함을 표하는 꽃 선물로 카네이션이 대표적이며, 이 꽃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 부인의 애정 등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포르투갈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에 "다마스코"라는 사탕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 사탕은 여성들에게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해 이날이 되면 이 사탕을 파는 가게가 북적북적 하다고 합니다.

루마니아에서는 "마르티샤"라고 부르는 흰색과 빨간색 실로 만든 끈으로 된 작은 장식품을 3월1일부터 8일까지 여성들에게 선물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 끈에 동전이나 꽃 모양의 장식을 단다고 하는데요. 계절 중에는 봄, 그러니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마르티샤를 옷이나 손목에 달고 한 달 동안 착용하거나 나무나 문에 걸어두기도 하는데, 마르티샤를 주고 받는 건 여성의 날 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나 학교 친구 등 사회적 관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관습이라고 합니다

남성의 날도 있습니다. 11월19일 인데요. 유엔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날은 아니지만 얼마 전 BBC 보도에 의하면 이날은 전세계 80개국 이상이 기념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많은 나라에서는 남성의 건강과 아버지의 날, 혹은 사춘기 남자 아이들을 위한 남아주의자의 날 등 다양한 형태의 행사가 열립니다.

하지만 남성의 날은 여성의 날과는 달리 성차별 문제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등의 지적과 더불어,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8일 하루만 아니라 3월 자체를 여성 역사의 달로 지정하여 여성들의 역사와 업적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여성들의 인권과 성평등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시위가 열립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는 여성의 권리와 관련한 사안 중 낙태권 보장이라는 주제가 가장 논란이 많았습니다.

미국 대법원은 작년 6월 1973년 로우 대 웨이드 사건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단을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로 인해 개별 주에서 임신중단을 금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낙태권 보장 판결이 뒤집힌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공화당은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낙태를 지지하는 입장인데요. 전임 행정부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사 구성이 공화당 친화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여러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안들이 통과되었고,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유권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여성들의 건강과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반면에 다른 주에서는 낙태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도 발의됐습니다. 예를 들어 동부 버지니아 주에서는 낙태를 신청하는 여성에게 필수적인 초음파 검사나 상담 등을 강제하지 않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 연방의회를 비롯한 각 주별 의회 내에서는 이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녀 평등 문제는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이야기되고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비록 많은 나라들이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평등한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남녀 간의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사실상 유엔 회원국들 중 세계 여성의 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없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인식이 낮거나 관심이 적은 등 기본적인 여성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여성들의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지도 않습니다.

이란의 경우 지난해 9월 이슬람 전통복인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된 후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히잡 착용 등을 강제하는 국가정부에 대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반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여성 인권 보호와 관련된 문제가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어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우선적인 과제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의 여성의 역할과 고유한 여성의 이미지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에는 가정과 육아를 중심으로 한 가정주부의 이미지가 강조되었지만, 요즘에는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로 그리고 한 여성으로 그리고 한 가정의 부인인 여성, 출산, 육아 등 여러 면에서 많은 책임을 지고 있지만 특히 남성중심사회를 탈피하지 않은 여러 국가에서는 여성들이 여전히 마땅한 권리와 기회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고, 세계적으로 성평등을 위한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이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는 좋은 계기가 되어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946년 '남녀평등권법령’을 제정하고 2001년에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한 북한은 자신들의 여성인권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여성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여성 인권을 다룬 최신 국제 보고서 중 하나는 영국 외무부가 2022년 7월 발표한 '2021년 북한 인권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고 지적하며, 특히 탈북 여성과 그들의 자녀, 종교인들이 집단 살해 시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다른 보고서는 얼마전까지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을 유엔의 토마스 오제아 퀸타나가 지난해 10월 제77차 유엔 총회에 제출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 내 여성과 여아의 권리를 신장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외교부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주최한 회의를 소개하며, 북한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북한 여성은 가사일과 가정의 경제문제까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럼 여성인권과 차별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특히 가부장적인 북한에서는 집안일과 경제문제까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이 남성보다 힘들다는 탈북자 증언과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 사회에서 자신들이 받았던 차별적인 대우를 이유로 이탈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여러 증언들 가운데 자신들이 남성집을 지키는 개라는 표현 등으로 비하되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일부 여성들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과연 북한은 여성에게 공정한 사회일까요?

국제 여성의 날의 진정한 의미는, 모든 여성들이 사회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국제부녀절을 맞아 사랑하는 이성이나 모친께 꽃 한송이를 선물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MC: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저는 한덕인이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