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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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선생님. 제가 최근에 국립중앙도서관에 다녀왔거든요. 본관 5층에 있는 '북한자료센터'를 들렀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굉장히 많은 자료가 있더라고요.

장인숙: 네. 저도 북한학을 전공해서 자주 가봤는데요. 북한에서 발행되는 청년문학, 조선녀성, 조선예술, 천리마 등 정기간행물과 김책공업대학 학보, 고려의학 같은 학술지, 또 로동신문과 북한 소설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승재: 선생님 같은 북한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누구든 가볼 수 있는 곳이에요.

장인숙: 맞습니다. 저는 거기서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 남북한의 통일을 꿈꾸며 북한 연구를 했었습니다. 다양한 책을 통해서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공부할 수 있었고요. 책 뿐만 아니라 북한 영화와 드라마도 볼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이승재: 도서관을 잘 이용하셨네요. 오늘 알아볼 직업이 바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입니다. 저는 평소 구마다 있는 동네 구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데요. 사서들의 일이 책 빌려주고 정리하는, 비교적 단순한 업무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들어보니 이 사서라는 직업이 그렇게 인기가 많다면서요?

장인숙: 그럼요. 한국에는 국공립 공공도서관만 해도 전국에 천 여 곳이 넘는데요. 여기서 일하는 2만여 명 이상의 사서공무원 시험만 해도 매년 2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입니다.

이승재: 대단합니다. 어떤 일을 하길래 그렇게 인기인 건지 저도 되게 궁금해지는데요?

장인숙: 네. 도서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구비되어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죠. 규모가 큰 도서관에서는 원하는 책을 직접 찾아 보려다 못 찾는 경우도 있잖아요. 사서는 그럴 때 도서관 이용자가 신속하고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우선 이용자들의 대출 기록을 참고해서 어떤 자료를 구입해 놓을지 결정하고요. 이용자가 책 이름, 주제, 저자 등으로 자료를 찾을 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배치해 놓습니다. 절차에 따라 빌려주고, 만약 이용가치가 떨어지거나 훼손이 심한 자료는 폐기하기도 하고요. 이 외에 도서관 이용을 확대시키기 위한 홍보나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승재: 많은 일을 하는군요.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온라인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용자가 관심이 있고 더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해 사서에게 물어보면 사서가 적절한 책을 추천해 주는 제도죠. 이런 걸 보면 사서들은 공부를 많이 해야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인숙: 네. 이용자가 특정 주제에 관해 자료를 찾을 경우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사서가 직접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안내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깊게 아는 것보다는 넓게, 다양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승재: 남한에는 정말 다양한 도서관이 많습니다. 북한도 물론 시, 동, 각 기업소에 도서관이 있고 무료로 책을 빌려주는 것은 비슷하지만 출판물 수가 적어서 책의 종류엔 한계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를 보니까 해마다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하는데도 남한에서는 지난해 1년간 출판된 책의 종류만 6만 5400여 종이더라고요. 지난해 발행된 새 책만 1억 권에 달하고요. 그래서 도서관도 전문도서관이 있고,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고 또 어린이만 이용하는 도서관도 가능한 거 같아요.

장인숙: 네. 북한도 요새 장마당에서 소설책들이 인기여서 도서관에서도 전에 없던 이런 책들을 구비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조만간 북한의 도서관도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봅니다.

이승재: 네. 그렇겠네요. 사서가 도서관에서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설명을 들어보니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네요. 저는 혼자서 조용히 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일에 적합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겠어요?

장인숙: 저는 정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서는 도서에 대한 문의에 답을 해주는 등 이용객들과 계속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와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분들이 더 적합할 것 같고요. 또 사서가 되려면 튼튼한 체력도 필요합니다. 많은 도서관이 야간이나 주말에도 개관하기 때문에 늦게까지 일을 하는데다 또 부피가 크고 무거운 책들이 많아서 체력소모가 상당한 편이거든요.

이승재: 그렇군요. 그래도 남북의 사서는 서적을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가 비슷해서, 탈북민도 사서라는 직업을 이질적으로 느끼시진 않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장인숙: 네. 그래도 책을 들여오고 대출, 반납하는 기본 업무를 위해선 도서분류 체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전문대 이상의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거나,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서교육원에서 1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자격을 갖추면 도서관 채용에 지원할 수 있는데요. 사립도서관으로도 갈 수 있고요. 만약 로임도 높고 안정적인 국공립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사서 자격증이 있더라도 공무원 시험에 따로 합격해야 합니다. 또 국공립학교의 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사서 교사'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요. 단시간 안에 준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도전해 볼만한 직업입니다.

이승재: 그런데 사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문제가 요즘 남한 사람들이 책을 잘 안읽는다는 거예요.남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성인중 48%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읽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어요. 저는 이러다가 사서라는 직업도 없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되는데요.

장인숙: 세상의 빠른 변화 만큼이나 독서 형태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종이로 만든 책을 읽기보단 컴퓨터나 손전화로 '전자책'을 읽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인데요. 사서의 역할도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서는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독서지원사업들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남북하나재단에서도 서울시 4개 지역 구립도서관 사서들과 함께 탈북민을 위한 독서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무료로 책을 보내주기도 하고요. 독서대회 즉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열죠. 그리고 작가의 설명회도 열어서 책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죠.

이승재: 그렇군요. 말씀듣고 보니 사서의 역할이 도서관 관리를 넘어,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이른 바 영역의 확장이 일어난 거군요. 쉽게 얘기하면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하는 것이네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사서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책을 읽고 연극이나 그림, 노래 등으로 표현하는 행사도 만들고요. 또 책을 읽으며 함께가는 여행도 기획하죠. 또 도서관이 없는 산간벽지, 책을 사거나 빌려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책을 빌려주는 일명 '찾아가는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도서관이 단지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공유하고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이끄는 분들이 바로 사서고요.

이승재: 네. 좋네요. 아까 사서 교사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분들이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고 올바른 독서 교육을 해주면 학생들의 인생에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아요.

장인숙: 맞습니다. 제가 탈북민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는 것도 그 비슷한 이유입니다. 저는 도서관을 한 사회를 이해하는 문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죠. 남북한은 단절된 시간이 오래된 만큼 지금 많은 오해와 차이가 있는데요. 도서관을 통해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문화를 소통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재: 좋은 말씀입니다. 책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알게 하고 또 미래로 이끄는 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쩌면 사람의 인생을 가장 바르게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사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장인숙 선생님 오늘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장인숙: 네. 감사합니다.

이승재: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